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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육 May 09. 2019

나를 귀찮게 하는 것들이 나를 돌보게 한다

 주기적으로 나를 귀찮게 하는 것들을 무의식적으로 멀리하려 했다. 기타 줄을 매번 갈아줘야 한다는 이유로 기타라는 악기를 배우기를 머뭇거렸다. 녹이 안 스는 줄이라고 해서 같은 기타 줄을 몇 년이고 쓴 적도 있다. 방에 화분을 들이는 것도 싫어했다. 꾸준히 물을 줄 자신이 없었다. 머리에 왁스 같은걸 바르는 게 너무 싫었다. 매일 머리 모양을 내는 것도 싫었고, 왁스며 포마드며 하는 것들을 주기적으로 사야 하는 게 너무 싫었다. "영구적", "반영구적", 이런 단어가 붙은 물건을 다른 요소에서 손해 보더라도 무조건 선호했다. 무언가를 평생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피했다.

 그런 시기로부터 시간이 꽤 지난 지금, 내 생각은 꽤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일렉기타 두 대와 통기타 한 대를 가지고 있고, 거기 맞는 기타 줄도 서랍에 차곡차곡 들어있다. 한두 달에 한 번씩 기타를 닦아주고 나무 지판에 영양을 줄 관리 제품도 몇 개 샀다. 다른 필기구에 비해 관리할 것 투성이인 만년필을 주 필기구로 쓰고 있다. 똑바로 세워서 보관하는 것, 그리고 주기적으로 잉크를 갈아주는 것 따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 포마드를 바르는 머리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외출 전에는 20분 정도 화장실 거울 앞에 붙어있는 편이다.

 과거에는 귀찮게 여겨졌던 그런 순간들이, 나를 돌보는 시간이라는 생각을 최근에 하게 되었다. 생존을 위한 식사, 수면, 노동.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들이지만, 정말 가지고 싶은 시간들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나 자신을 가꾸는 시간, 내 취미를 가꾸는 시간은, 순수하게 자신을 위한 시간이다. 그런 시간을 꾸준히, 주기적으로 갖기 위해, 나를 귀찮게 하는 것들을 내 공간에 많이 들여놓았다. 녹슨 기타 줄을 새 기타 줄로 갈아주고, 만년필에 잉크를 채워주고, 머리를 매만지며 거울 앞에 붙어 있는 시간을 가지며,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일상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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