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보잭 홀스맨 시즌 1 감상평
시리즈의 제목이기도 한 주인공 보잭 홀스맨은 왕년에 잘 나가던 드라마 스타이다. 전성기는 지난 지 오래되었지만, 그 시절의 후광 덕에 길에서 사람들이 드문드문 알아보는 정도의 유명세, 그리고 경치 좋은 절벽 위에 있는 수영장이 딸린 저택을 가지고 있다. 전성기를 생각하면 허전하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은 삶인 셈이다. 하지만 주인공인 보잭은 항상 불안한 상태다. 사람들에게 마구 상처 주는 말을 해서 가까운 이가 별로 없지만, 혼자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애정결핍이다. 음식, 술, 마약 등을 절제하지 못한다. 적당히 살면 적당히 행복할 것 같은데, 혼자 온 세상의 불행을 불러들이는 것처럼 산다. 뭐 이런 이상한 사람이 다 있지 싶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주인공인 보잭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멀쩡한 인물은 손에 꼽을 정도다. 너무 멍청하거나, 너무 낙천적이거나, 너무 우울하거나, 아니면 정체 자체가 모호하거나. 나사 빠진 인물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현실적이지 않은 상황들이 이어진다. 보잭 홀스맨은 마치 "심슨 가족"의 에피소드들처럼 과장으로 점철되어 있다. 현실에서는 하지 않을 말을 하고, 현실에서는 하지 않을 행동을 한다. 그래서 극을 보는 내내 '이건 현실이 아니니까, 만화니까...'라고 수시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비현실적인 분위기 중에서 현실을 꿰뚫는 듯한 대사나 묘사가 나오는 순간이 있다. 그런데 그런 장면들이 가지는 통찰력이 대단하다. 그런 찰나의 장면들은 혼자일 때 나약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아내기도 하고, 추악한 인간의 욕망을 그려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날카로운 통찰을 가진 장면의 날 끝이 향하는 곳은 보잭 홀스맨 속 인물들 뿐이 아닌 일상을 살아가는 나 자신이기도 하다. 모든 인간은 적당히 나약하고, 적당히 추악하기 때문일까. 대저택을 가진 잘 나가던 드라마 스타라는, 일반인과는 전혀 다른 위상을 가진 인물인 보잭 홀스맨의 처지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허름한 동네에 살든, 베벌리 힐스에 살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둘러싸여 살다 보면 겪는 고민은 비슷한 종류기 때문 아닐까? 다르게 말하자면, 사람 사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또는 주인공 보잭 홀스맨의 인성이 그런 화려한 현실로는 가려지지 않을 정도로 구제 불능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한 시리즈의 첫 시즌을 다 보았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인물이 없다. 다들 적당한 수준을 넘어서게 멍청하고, 주변 인물에게 민폐를 끼치기 때문이다. 초반 네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보는 것은 그래서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음 화가 궁금해지게 되었다. 캐릭터들의 결말이 궁금해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들을 10년 넘게 빠짐없이 보았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가진 힘은 그 정도이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정이 가는 캐릭터가 한 명도 안 나오지만, 자꾸만 보게 하는 힘이 있다. 극단적으로 과장된 캐릭터들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일까? 아니면, 작품에 숨어 있는 일상에 대한 통찰에 이끌려서일까? 이유가 어찌 되었든, 보잭 홀스맨 시즌 1을 다 보고 난 감상은, 여러 의미로 시즌 2가 궁금해지는 작품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