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이육 Jul 22. 2020

어떻게 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 날

 사람의 마음에 아픔이 어떻게 찾아오는지 하루하루 배운다. 한 대 얻어맞으면 바로 느낌이 오는 때가 있다. 밀려드는 화를 참기가 힘들고, 눈 앞에 있는 일을 하기가 힘든 때가 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서 열을 식히는 수 밖에는 없다. 화라는 것은 형체도 없는 주제에 잘 묽어지지도 않는다. 그런 화가 쌓이면, 먼 곳을 보면서 몸속의 화를 밖으로 내보내려고 애쓸 뿐이다. 그런 환기의 순간 나는 왜 이리 나약한 인간인지 생각하며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내가 정말 강인한 사람이라면, 이런 스트레스 정도는 아무 일 없이 흘려보낼 텐데.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데 어느 날은, 정말 화나는 일이 생기는데 마음이 아무렇지 않을 때가 있다. 분명 내 마음이 둔탁한 망치로 세게 얻어맞는 것을 두 눈으로 보았는데, 아무런 동요가 생기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오히려 나를 때리려 든 사람이 우습게 느껴진다. 스스로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지면서, 그 순간을 잘 참아낸다. 화를 내지 않는 것이란 얼마나 좋은 일인가에 대해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렇게 성숙한 삶의 자세를 견지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일과를 마치곤 한다. 그리고 이런 날이, 어쩌면 정말 위험한 날일지도 모른다. 이런 날이야말로 어떻게 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 날이기 때문이다.

 격한 운동을 하고도 아무렇지 않았던 그다음 날 찾아오는 근육통처럼, 얻어맞았음에도 아무렇지 않았던 내 마음은 퇴근하고 30분쯤 지나면 아려온다. 마음 어딘가에 존재감을 가지게 된 불편감은 적당한 강도로 집요하게 나의 저녁 시간을 짓누른다. 오롯이 쉬고자 하는 나는, 불편함을 애써 모른척하며 즐거움을 찾아 나서지만, 이미 퇴근 후 저녁 시간은 일분 일초 망가지고 있고 그것을 막을 수는 없다. 아무리 맛있는 것을 먹어도, 즐거운 것을 봐도, 좋은 사람과 대화를 해도, 그 불편감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은 마음이 아픈 일이 생겼을 때, 그런데 바로 마음이 아프지 않을 때, 한 편으로는 두렵다. 찾아올 후폭풍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버렸기 때문에. 여전히 마음을 다스리는 법은 잘 모르겠다. 무언가에 얻어맞았을 때, 화가 나든 나지 않든, 나의 마음은 괴롭다. 받아버린 상처는 고스란히 아파야만 하는 걸까.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의연하게 나아가는 것은 타고난 재능의 영역일까. 오늘 업무 시간에 있었던 괴로운 마음을 연료 삼아 여기까지 글을 적어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