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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육 Aug 31. 2022

기타를 좋아하는 법을 알아가는 것

 6번 줄 버징이라는 고질병을 겪는 나의 인생 두 번째 에피폰 카지노 - 첫 번째는 아주 옛날에 샀다가 친구에게 팔아버린 바 있다 - 를 한 번은 평택의 어느 기타 샵에 맡긴 적이 있다. 적지 않은 돈 - 4만 원가량 - 을 세팅비로 냈지만 버징은 해결되지 않았다. 지판에 기름 좀 먹이고 새 줄로 교체하는 건 나 혼자도 할 수 있는 일인데, 버징이 해결이 안 됐으니 결국 혼자 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을 맡기려고 돈을 써버린 격이 돼버렸다. 내 카지노가 일본에서 만든 카지노 엘리티스트라서 백만 원이 넘는 기타였으면 그 돈이 아깝지 않았을 텐데, 아쉽게도 내 카지노는 중국산이다. 하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기타이다. 틈만 나면 충동적으로 산 기타를 팔아치워버리는 내가 아직까지도 가지고 있는 걸 보면 확실한 것 같다.

 2012년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진 내 에피폰 카지노는, 공장에서 출고된 부분 중 나무 빼고는 모든 파츠가 교체된 녀석이다. 헤드 머신과 내부 일렉트로닉스가 전부 고급 부품으로 교체됐다. 에피폰 카지노의 상징인 은색 유광 커버의 P90 도그 이어 픽업도 깁슨 P90 픽업으로 교체하면서 검정 커버로 바뀌었다. 아는 사람이 보면 개조가 된 상태인 걸 바로 알아볼 수 있다. 이 기타가 꽤 오랜 시간 기타 장터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같은 사양으로 개조한 여러 기타 중 하나였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올라올 때마다 사고는 싶은데, 개조 비용까지 포함한 가격으로 사기는 애매하다고 생각했던 기타다. 그러던 어느 날, 보너스가 들어와서인지 돈이 넉넉한 상태에서 지금 내 기타를 장터에서 마주하게 되었고, 주저하지 않고 구매하게 되었다. 그렇게 손에 넣은 기타의 외관은 예뻤고, 소리도 무척이나 좋았다. 글의 초반에 말했던 것처럼 6번 줄에서 미세한 잡음이 생기는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메인 기타의 버징을 방치할 수는 없어서, 구글의 힘을 조금 빌렸다. 트러스 로드를 돌리라는데, 게시글에 나와 있는 대로 트러스 로드를 시계방향으로 돌리니 버징이 더 악화됐다. 조금의 텀을 두고 - 트러스 로드는 마구 이리저리 돌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니 버징이 꽤 줄어들었다. 여전히 조금 잡음이 나기는 하지만, 6번 줄 개방현은 별로 칠 일이 없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단순히 연습이나 공연용으로는 괜찮지 않을까, 녹음을 할 일이 생긴다면 다른 기타를 쓰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버리기로 했다. 어쨌든 이 기타의 결함을 고치는 한 가지 방법은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결함을 있는 그대로 어느 정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기타에 대해 끝도 없이 주절주절할 수 있는 지금이지만, 전혀 기타에 관심이 없었던 시절이 당연히 있었다. 동아리 밴드에서 보컬을 하던 때는 지금과 완전히 달랐다. 밴드 음악을 취미로 하고 있기는 했지만,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무대 위에서 내가 할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때는 기타가 어떻게 굴러가는 물건인지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밴드를 관두게 되면서 직접 악기를 연주해야만 했고, 그래서 기타를 갖게 됐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기타를 좋아했지만 기타에 관심은 없는 단계였다. 무슨 의미냐면, 너무 갖고 싶은 기타는 수두룩해서 맘에 드는 중고 매물이 나오면 덥석 덥석 구입하곤 했지만, 마음이 바뀌어 그 기타를 다시 중고장터에 내놓기까지 그 기타의 줄을 한 번도 갈지 않은 적도 있을 정도였다. 첫 번째 에피폰 카지노를 친구에게 보내고 한참 뒤, 카지노를 썼었다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했을 때, 구조가 조금 특이한 기타라서 줄 가는 게 조금 힘들었겠다는 질문을 들었을 때, 그 기타의 줄을 한 번도 갈아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됐다. 달리 말하자면 나의 기타에 대한 애정은 단순히 기타를 소유하고 싶은 데 그쳤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두 번째 에피폰 카지노를 소유하고 나서, 줄은 어떻게 갈아야 하는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그리고 사양은 어떻게 되는지, 자연히 알아보게 되었다. 기타에 관심을 갖는 단계에 그때쯤 도달한 것 같다. 예전보다 기타를 더 잘 연주하는 사람이라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예전보다 확실하게 내가 갖고 있는 기타를 더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말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기타를 잘 알아야지만 기타를 좋아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기타에 대해 알아가는 것, 그리고 기타를 관리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은 기타를 좋아하는 한 가지 방법을 알아가는 것과 같지 않을까. 어떤 것을 막연히 좋아하기보다는 그것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그것을 좋아하는 한 가지 방법을 알아가는 것과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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