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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육 Sep 04. 2022

인터넷 없는 사택에 살면서

 직장 때문에 강제로 타지에 살고 있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 중 하나는 사택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사택에 크게 불만인 점은 없다. 룸메이트도 괜찮고 - 후배의 생각은 다를지도 모르지만 - 벽지도 새로운 화이트톤이고, 비록 거실 뿐이지만 에어컨도 있다. 그나마 별로인 점을 꼽으라 한다면 사택에 인터넷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택 재배치든 인사이동이든, 어떠한 변수가 생겼을 때 짐만 챙겨서 훌쩍 떠날 수 있다는 것이 사택의 장점 중 하난데, 인터넷은 훌쩍 떠나는데 어지간한 큰 가구만큼이나 걸림돌이 된다. 인터넷을 처음 설치할 때, 저렴하게 사용을 하기 위해 2년이고 3년이고 약정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한 사택에 2~3년 사는 일은 위에 말한 변수들 때문에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약정을 걸어둔 인터넷을 중간에 해지하면 위약금이 더 크다. 게다가 문제없이 몇 년을 산다고 해도 같이 사는 사람들끼리 비용 문제가 애매하다. 무제한 요금제를 쓰면서 컴퓨터가 없는 사람은 인터넷이 필요 없으니 비용 분담을 할 이유가 없다. 중간에 누가 이사라도 나가버리면 요금 계산 문제가 또 애매해진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택에 인터넷을 설치할 경우 큰 짐이 하나 늘어나는 것이다. 몇 번의 사택 살이 끝에 사택에서는 미니멀이 옳다는 교훈을 얻었기에, 이번 사택에서는 인터넷을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쓰고 있으니 핸드폰으로는 데이터를 계속 쓸 수 있지만, 하필 내 핸드폰은 아이폰 13 미니다. 장시간 유튜브를 보기에는 쉽지 않은 협소한 화면 크기를 하고 있다. 정말 급할 때는 노트북이나 태블릿과 테더링이 가능하기는 한데, 알뜰 요금제다 보니 하루 총사용량이 2GB가 넘어가면 자동 차단된다. 사무실은 와이파이가 안 되는 환경이니까 보통 집에 돌아올 때쯤 1GB를 넘게 쓴 상태다. 사실상 노트북으로 유튜브를 본다던지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테더링을 연결해놓고 데이터를 적게 쓰는 일만 한다면? 사람의 관성이란 그렇지가 못하다. 노트북에 인터넷이 연결되어있으면 바로 유튜브를 켜고 인스타그램을 켜 버려서 10분도 안 되는 시간에 하루 할당량 2GB를 초과하고 마는 것이 사람의 관성이다.

 그런 이유로 사택에 와서는 인터넷 없는 깡통 노트북을 쓴 지 두 달이 넘어간다. 방에 핸드폰을 충전시켜두고 부엌 탁자에 앉아 깡통 노트북으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노라면, 자꾸 방에 들어가서 혹시라도 와 있을 카톡을 확인하고 싶어 진다. 혹시라도 누군가 좋아요를 눌렀을 인스타그램을 확인하고 싶어 진다. - 사실은 박차고 핸드폰을 쥐고 침대에 드러눕는 경우도 다반사이기는 하다 - 하지만 할 수 없으니 안 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깡통 노트북을 들고 있을  글쓰기에  집중할  있다. 아이러니의 이유는, 기술의 발전이 창작에 가져다주는 편의란 엄청난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를 통해 거의 모든 것에 대한 많은 정보를 엄청나게 빠른 시간에 얻을  있다. 누군가의 말을 인용하고 싶을 ,  레퍼런스를 거의   만에 정확히 찾아서 글에 담아낼  있다. 이렇게 아무렇게나 글을  , 맞춤법 검사기를 돌려서 틀린 표현을 1 안에 모두 교정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타인이   있게 진열해둘 수도 있다. 이런 편의가 없던 시절에 비하면 엄청나게 쉽게 창작을 하고,  창작물을 공유할  있게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강력한 도구와 인프라를   있게 됐을 , 자꾸 딴짓을 하고 마는 것이다. 노트북에 인터넷이 연결되어있을 , 뭔가   쓰고는 유튜브를 켜서 머릿속에 울리는 노래를 틀고 딴짓을 하기 일쑤다. 지금도 듣고 싶은 노래가 두세 곡은 떠오르지만,   없으니 그냥 글을 쓰는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조금 버벅거릴지라도 글은 계속 써진다. 딴짓은   없으니 못한다. 뭐든   있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다가,   있는 것의 제약이 생기니 비로소 집중을 하게 되는 꼴이다.

 이 사택의 맘에 안 드는 한 가지 요소인 "인터넷 없음"을 어쩌면 나는 반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뭔가에 집중하기 어려울 때, "깡통 노트북"의 상태가 되는 것이 집중하게 하는 한 가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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