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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플리마켓을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행사가 있어 모임 시간은 여기서 끝이고, 자유롭게 행사를 즐기거나 들어가 주시면 된다는 원장님의 안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원장실을 나서자마자 한 남성 회원이 다른 여성 회원에게 말을 거는 대단한 장면을 지나쳐서, 학원을 등록하신 분과 함께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플리마켓에서 오리 키링을 사는 모습을 보며, 역시 행동력이 있는 사람은 다르구나 생각했습니다. 만오천 원쯤 하는 돈을 손가락만 한 뜨개질 오리 키링을 위해 쓸 수 있다니, 행동력이 엄청나다, 그런 생각을 하며 저는 아무것도 사지는 않았습니다. 저녁시간이 지나고 나니, 학원 한 편의 무대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한 달간 수업을 들은 학원 수강생들의 무대 시간이었습니다. 새삼 누군가 노래하는 무대를 보는 것이 얼마나 오랜만인지 기억이 잘 안 났습니다. 음악 동아리에 몸담던 시절에는 늘 있던 일인데, 이제는 잘 없는 일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나에게도 노래할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 이 사람들 앞에서 나도 노래할 순간이 곧 찾아올까, 그런 생각을 하며 무대를 보았습니다. 한 시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되는 공연이었고, 다양한 스타일의 무대가 있었습니다. 홀로 무대에 서는 모습과 여럿이 무대에 서는 모습들이 있었습니다. 떨림을 잘 추스르며 덤덤하게 노래하는 이도 있었고, 마치 무대에서 태어난 것처럼 긴장감 없이 그 순간을 즐기는 이도 있었습니다. 특히 그날 1등을 한 분의 자연스러운 목소리와 몸짓은 지금도 생각이 납니다. 이런 실력자가 다닐 정도의 학원이라면 저도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럿이서 화음을 맞춰 노래하는 무대도 있었습니다. 이 순간을 위해 그들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보컬 위주일 뿐 음악에 대해 진지한 마음은 같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많은 무대를 보고 나서 집으로 가는 차 안, 다른 사람들의 무대를 또 보고 싶다는 생각과, 아까 했던 나도 무대 위에 서고 싶다는 생각, 그런 즐거운 생각을 했습니다. 계속 모임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그런 일이 생길 것이라 생각하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많은 굳이를 뿌리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요? 그 시절의 평소라면 어떤 것을 하며 보냈을까요? 평일에 못 잔 잠을 몰아서 잤을 수도 있습니다. 잠을 너무 많이 자서 허리가 아프고 머리가 띵할 정도로요. 아니면 SNS나 스트리밍 사이트를 보느라 시간을 보냈을 수도 있습니다. 도파민의 늪에서 헤엄을 치는 것입니다. 아니면 예쁜 카페에 가서 혼자 시간을 보냈을 수도 있습니다. 분위기를 전환하는 느낌으로 좋은 곳에 가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겠지만, 약간 외로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동네에 사는 술친구를 만나 3차, 4차까지 달렸을 수도 있습니다.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지만, 그다음 날은 포기해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저 많은 것들을 뒤로하고, 저는 굳이 새로운 곳에 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잊고 지냈던 익숙한 감각들이 떠올랐습니다. 엄청 깊게는 아니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시간을 보냈습니다. 보컬 모임이라는 점이나, 학원에서 운영하는 모임이라는 점 때문에 오지 않았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다음 모임 시간이 기대가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모임원들이 모이는, 오직 모임만을 위한 시간은 어떨지 궁금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