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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모임을 갖게 되었습니다

3-1

by 이이육

지난날을 돌아봤습니다. 보컬 모임이라서, 음악 학원에서 운영하는 모임이어서, 이런저런 이유로 나가봤자 재미없는 모임일 거라고 확신한 제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았다 생각했습니다. 조금만 용기를 내니 멋진 세상이 있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곳. 서로의 음악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 원하던 것을 이렇게 쉽게 얻게 되다니, 운이 이렇게 좋아도 되나, 그런 생각들을 하며 주중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첫 모임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찾아온 학원. 지난번 플리마켓이 있던 공간에는 사람들이 앉을 수 있게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미리 온 사람이 꽤 많았음에도, 빈자리도 여전히 많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올 거길래 이렇게 많은 자리가 있는 것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자리는 거의 다 채워졌습니다. 음악 모임을 원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구나, 새삼 놀라웠습니다.

잔뜩 모인 처음 보는 성인들의 무리가 있었고, 레크리에이션이 다음 수순이었습니다. 각자 무대에 올라 자기소개를 하고, 하고 싶은 노래를 한 소절씩 부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 차례에는 긴장을 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무대는 항상 긴장이 되는데, 오랜만에 무대에 선 그때는 훨씬 긴장했을 것입니다. 정확히 무슨 이야기를 했었는지도 기억이 조금 가물가물합니다만, 음악은 내 오랜 취미라거나, 포크 송이나 브릿 팝을 좋아한다는, 그런 이야기를 했을 것 같습니다. 음악 이야기를 할 때면 항상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곤 하니깐요. 멘트는 가물가물하지만 어떤 노래를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납니다. Jason Mraz의 I'm yours. 이 노래를 부른 이유는, 앞 순서의 사람들이 대부분 대중적인 한국 발라드를 불렀기 때문입니다. 마치 친하지 않은 직장 동료들과 노래방에 간 상황과 비슷합니다. 다들 인기차트의 한국 발라드를 부르는데, 오아시스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깨고 싶지는 않아, 할 수 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 중 남들이 알 만한 것을 꺼내 부른 느낌이랄까요. 또 그렇다고 완전히 대중적인 발라드를 부른 건 아닌 걸 보면, 나름의 고집은 조금이나마 부렸던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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