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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제 무대 앞뒤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무대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큰 관심이 생기지 않는 무대였습니다. 흐느끼는 발라드는 제가 선호하는 노래는 아니어서 듣는 것이 썩 즐겁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노래가 좋아서 온 사람들이라서 노래를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개중에는 정말 노래를 잘하는 사람도 있어서, 선호하지 않는 장르의 곡임에도 즐겁게 들은 기억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음정과 박자를 잘 맞추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들도 괜찮았습니다. 음악 모임에 나와서 부족한 노래 실력이 늘었으면 하는 의도라면은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잘하고 좋아하는 것만 하려 드는 저 같은 사람보다, 부족한 것에 도전하는 이들이 훨씬 훌륭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제 마음에 차는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사는 게 다 제 마음 같을 수 없다는 건 알지만, 굳이 시간을 할애해서 온 모임에서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 있을 이유가 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절반 이상이 음악에도 노래에도 아무 관심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보통 옆자리 이성의 호구조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본인 직장까지 어필을 하는 모습이 꽤 적극적이게 보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자기소개며 하는 것은 대충 넘기고, 노래도 부르는 둥 마는 둥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새로운 만남. 사실 그것이 성인 모임의 실체라는 사실이 상기된 것입니다. 새로운 인맥을 쌓는 게 나쁜 일은 아니지만 동성 옆에 앉으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리는 사람들을 보면 나쁜 일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진입장벽이 없으니, 평균의 불특정 다수와 맞닥뜨릴 수밖에는 없는 구조인 것입니다.
자기소개 시간이 끝나고, 다음 순서는 팀 편성이었습니다. 무대에 오른 원장님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팀을 구성해 팀별로 한 달간 무대를 준비하고, 마지막주에 준비한 무대로 공연을 하는 구상을 듣고 나니, 기대는 되는데 과연 이게 가능할지, 또 걱정이 됐습니다.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과만 팀이 되면 괴로운 한 달을 보내거나, 아니면 아쉽지만 이 모임은 이걸로 끝을 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팀을 구성하는 방식은 팀장으로 추천받은 몇 명이 무대 위에 올라 뒤로 돌고, 자기소개나 무대가 마음에 들었던 팀장의 뒤에 선 사람들이 팀원이 되는 구조였습니다. 그리고 어쩌다 팀장으로 추천받은 제가 무대 섰습니다. 걱정은 잠시 뒷전이 되고, 아까 무대보다 훨씬 긴장되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너무 진중하게 음악만 좋아하는 사람 같아 기피하면 어떡하지, 뒤돌아봤는데 한 명도 없으면 어떡하지, 그런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뒤를 돌았을 때, 세 명이 있었습니다. 저번 플리마켓에서 오리를 산 분, 그리고 별말 없이 조용하던 여자분과, 그 여자분에게 계속 말을 붙이려 애를 쓰던, 첫 만남에서도 여성에게만 말을 걸던 남자분.
모임에 나온 것이 잘한 일이 맞는지, 조금 고민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