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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을 구성한 네 사람이 한 테이블에 모여 앉았습니다. 저는 너무 괴로웠습니다. 딱 저 사람만 아니면 괜찮다고 생각한 사람이 팀에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괴로운 타인보다는 고독을 택하는 편입니다. 근데 대부분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그 문제의 남성분은 이미 의자를 시선이 여자분 쪽으로만 향하게 바짝 돌려 앉아 있었습니다. 직장은 어딜 다니시냐, 집요하게 물어보고, 썰렁한 개그를 던진 뒤 남이 웃을 새도 없이 본인이 박장대소를 하였습니다. 어쩜 이렇게 클리셰적인 인물이 제 현실에 나타난 것일까, 마음속으로 한탄했습니다. 저번 모임 시간 플리마켓의 설레는 공기도, 무대가 제게 준 즐거운 시간과 아름다운 미래의 청사진도, 조편성과 함께 다 무너져 내린 것만 같았습니다. 잠시나마 절망적인 시간이 유예된 이유는 추파만 던지던 남자분이 다음 일정이 있다며 자리를 떴기 때문입니다. 남은 셋은 그제야 한 달간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우선은 처음 보는 여자분. 음악에 대해 깊은 관심은 없지만 노래를 배우고 싶어 노래 모임에 들어왔다고 말했습니다. 학원에 다녀볼까도 했지만, 진입 장벽이 낮은 모임 쪽을 택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딱히 좋아하는 노래는 없어서 나머지 사람들에게 맞추겠다는 말로 소개를 마치셨습니다. 첫날 학원을 등록하고 오리 키링을 사신 남자분은 음악에 관심이 아주 많은 분이셨습니다. 이 도시의 여러 음악 학원을 다녀봤는데, 대부분 음악적인 역량을 키우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단기간 맛만 보고 다른 학원을 다니기를 반복하다가, 이 학원에까지 오게 된 것이라 했습니다. 학원을 등록했는데 모임을 계속 다니실 것인지 물어보니, 둘 다 병행해도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아 그렇게 할 것이라 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분이 팀에 한 명이라도 있어 든든하다 생각했습니다.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가려다 보니 학원은 어떤지 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진입장벽이 있는 학원 쪽이 조금 더 음악에 열의가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마음에 안 차는 부분이 있는 모임에 계속 다닐 것이라면, 학원을 등록하는 건 어떨까,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진입 장벽이 없는 모임은 다양한 사람들이 부담을 덜 느끼며 가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무 부담이 없기 때문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면 시간만 때우다가 사라지는 사람들도 가입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허탕 치는 정도로 끝이 나겠지만, 정말 열심히 모임을 하고 싶은 사람은 귀한 시간을 잃는 것은 물론, 열정마저 잃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학원비라는 진입장벽이 있다면 아무 가입조건이 없는 모임보다는 더 열심히 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모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학원을 등록하는 게 더 나은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