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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는 달랐지만 우선은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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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육
ChatGPT Image 2025년 5월 5일 오전 11_49_22.png

어쨌든 한 달간은 모임에 몸을 담기로 했으니, 학원에 등록하는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은 모임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남녀 두 명씩 총 네 명이 부를 만한 노래를 남은 세 명이서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추천곡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는데, 셋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인디 노래, 팝송, 한국 발라드, 다양한 추천곡이 나왔는데, 각자 낸 곡 중 어느 곡을 선곡해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팀원 중 한 명이 없는 상황이라 당장 선곡에는 무리가 있어, 미션곡은 서로 더 고민해 보고 정하기로 하고, 먼저 가신 분에게도 메시지를 전달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날이 끝이 났습니다.

분명 긍정적인 하루였습니다. 많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타인의 무대를 보았고, 저도 무대에 서서 노래했습니다. 이제 한 달간은 함께 무대를 준비할 음악 동료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좋은 하루보다 제 기대가 조금 더 컸습니다. 저는 조금은 더 진중한 음악 모임을 원했습니다. 각자 하고 싶은 음악적 색깔이 뚜렷한 이들이 모이기를 원했습니다. 그렇게 모인 이들이 서로의 성과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그런 모임을 원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모임은 노래 교실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에 더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도 계속 함께해야 할 상황에 놓였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무례한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었습니다. 어쩌면 저런 무례함 때문에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라도 만나려고 모임에 나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무대를 준비하며 모임이 더 재밌어질지도 모른다 생각하는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제가 여기서 그만둔다면, 잘못이 없는 나머지 두 사람에게도 폐를 끼치게 될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둘은 이런 모임을 함께하기에는 괜찮은 사람 같았습니다. 떠날락 말락 한 마음을 나머지 둘에 대한 책임감으로 다잡기로 했습니다. 적어도 한 달간은 그만두는 것은 무책임하게 도망치는 것과 진배없는 일이라,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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