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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밀 Jan 15. 2017

2016년 후반기 음악 감상 목록

애플 뮤직의 다소 불분명한 통계와 함께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할 때, 음악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써서 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음악은 내 삶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출근길, 쉬는 시간, 퇴근길, 그리고 퇴근한 후 방 안까지. 그렇게 내 삶의 구석구석을 채운 음악은 자극이 되고, 그것들은 내 일상의 힘이 되거나, 아니면 머릿속에 남아 글쓰기 소재가 되곤 한다.

 그렇게 내 삶의 구석구석을 채웠던 음악 중, 가장 많이 들었던 스무 곡을 꼽아 보았다. 기준은 참으로 단순하게도 애플 뮤직의 플레이리스트에 기록된 조회수 탑 20곡을 뽑았다. 이게 썩 정확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하나하나 짚어 보기로 했다. 그래도 쓱 훑어보니 모든 곡에 무언가 할 말은 있는 것 같다. 실제로 글을 쓰다가 멈춰버린 곡들도 드문드문 보이고. 그럼 이제, 작년 후반기에 내가 가장 많이 들었다고 애플 뮤직이 말해주는 스무 곡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다.


이런 곳에서 노래해보고 싶을 정도로 멋진 영상.

Kodaline - High Hopes

 여러가지로 의미가 큰 곡이다. 일단 처음 들을 때부터 꽤 좋아하는 곡이었다. 처음 들었던 그 순간, 언젠가는 꼭 공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결국 무대에 올릴 수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공연이 밴드를 탈퇴하게 한 계기가 되었던 공연이었다. 밴드 탈퇴한지 반 년 정도 후에 노래 동호회에 나갈 기회가 있었는데, 이렇게 의미가 큰 곡을 새로운 음악 활동의 첫 곡으로 정하고 싶어서 엄청나게 연습했다. 그리고 동호회 당일 감기에 걸려서 나가지 못했다. 허망한 이야기를 뭐 이리 장황하게 적었는지... 어쨌든 언젠가는 무대 위에서 부르고 싶은 그런 곡이다.

 서정적인 멜로디가 일단 귀를 사로잡는다. 하지만 나로 하여금 이 곡을 정말로 사랑하게 하는 것은 첫 마디부터 가슴이 저려오게 만드는 가사이다. 단순히 슬픈 것을 넘어서, 희망을 준다는 점이 좋다.

 홈 레코딩 느낌의 라이브. 너무 마음에 들어서 며칠간 붙들고 있었다.

HONNE - 3 AM

 작년에 처음 카페에서 듣게 된 밴드. 이윽고 내 플레이리스트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맨 처음 들었던 곡이기 때문에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요새 많이 듣는 노래는 “Someone That Loves You”이다. 정말 좋아하는 곡인데, 정작 20곡 리스트에 없어서 따로 적어 보았다.

 악기의 구성은 요즈음의 팝 음악처럼 미니멀한데, 사운드는 빈 틈 없이 풍성하고 따뜻하다. 그리고 따뜻한 사랑을 말하는 가사까지. 요즘같이 쌀쌀한 겨울에 얼어붙기 직전인 마음을 데워 주는 뮤지션이라고 생각한다.

레드벨벳 - 러시안 룰렛

 사운드가 신기해서 많이 들었던 곡. 친구들과 아이돌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요즈음의 아이돌 음악은 이름있는 작곡가와 좋은 프로듀서들이 붙기 때문에, 외국의 팝 음악과 견줄 만한 퀄리티라는 이야기를 종종 하곤 했다. 이 노래는 뿅뿅거리는 사운드가 마음에 들어 한참 들었던 곡 같다. 개인적인 아이돌 취향이 반영된 것이냐고 물어본다면... 레드벨벳이 괜찮은 아이돌이라고 생각은 한다...

한동근 -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작년의 화제곡이었기 때문에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노래방에서 목이 찢어져라 열창했었던 기억이 난다. 지독한 감기에 걸린 뒤로는 부른 기억이 없는 곡. 한국에서 흥행한 노래 답게 압도적인 고음이 인상적인 곡이다.

Cheeze - Romance

 작년에 치즈의 곡을 참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리스트에도 두 개나 들어있다. Romance는 상큼한 분위기가 주류인 치즈의 곡 사이에서 어둡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하고 있는 곡이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있는 것이 말해주듯 이 곡 역시 내가 가장 먼저 들은 치즈의 곡이다. 진지한 표정으로 노래를 하는 달총의 모습을 보고 치즈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본격적으로 듣고 난 치즈는 내 첫인상보다는 많이 상큼한 밴드였지만.

HONNE - Warm On A Cold Night

 좋아하는 노래는 며칠 밤낮을 주구장창 듣게 된다. HONNE의 3 AM을 처음 접하고도 그러했다. 3 AM이 질려갈 때 쯤, 혼네의 다른 곡들도 이런 느낌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리고 들어본 많은 곡들 중 가장 맘에 들었던 곡이 바로 이 “Warm On A Cold Night”이다.

 노래 제목처럼, 추운 밤 방 안을 따뜻하게 해줄 것만 같은 사운드를 가진 곡이다.

잔망스러움이라는 단어가 사람이 된다면 이런 느낌일 듯

Cheeze - Madeleine Love

 치즈의 발랄함을 가득가득 담은 곡이다. 발랄한 건반, 통통 튀는 박자, 약간의 이펙터가 더해진 보컬까지. 좋아하는 것을 종합 선물 세트 같은 곡이다. 그래서 계속 듣게 되었다.

어쿠루브 - 우연이라도

 어쿠루브의 곡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그게 뭐라고”인데, 애플 뮤직에는 이 음악이 없어서 들을 수 없었다. 그나마 있는 어쿠루브의 곡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이 이 “우연이라도”이다. 우연히 헤어진 연인을 만나게 된다면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대한 곡이다.

 아무래도 작년 말에 이별을 겪게 되어서 많이 듣게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원리퍼블릭에 완전히 빠져들게 만들었던 계기가 된 영상.

Onerepublic - Secrets

 정말 오랫동안 좋아한 곡이다. 여러가지 버전을 모두 좋아하지만, 가장 인상을 깊게 남겼던 영상을 링크해 보았다. 개인적으로 멋진 라이브영상 탑 10을 꼽으면, 충분히 들어가고도 남을 영상이다.

Taylor Swift - 22

 애플 뮤직을 결제하게 된 이유는 사실 테일러 스위프트의 곡들을 듣기 위해서였다. 많은 그녀의 곡들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인 Blank Space가 기존에 사용하던 멜론에서는 재생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한국에 상륙한 애플 뮤직에서는 이것을 비롯한 많은 외국 곡들이 지원되었다. 22는 사실 좋아하는 곡은 아니다. 랜덤 셔플의 영향이 컸던 것일까? 무의식적으로 많이 들었을지도...

Sam Smith - Stay With Me

 샘 스미스는 내가 좋아할만한 요소를 두루두루 갖춘 뮤지션이다. 영국인, 서정적인 멜로디, 약간은 아련한 가사까지. 대표곡이 랭크되어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B급 냄새가 물씬 풍겨오는 뮤비까지...

Walk the Moon - Shut Up and Dance

 애플 뮤직 큐레이션 기능을 통해 처음으로 접한 곡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발랄한 사운드와 약간은 엉성한 썰을 담은 가사까지, 키치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곡이다. 서글프고 진중한 것만 가득한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한 곡쯤은 필요한 노래라는 생각이 든다.

Ed Sheeran - One

 에드 시런은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뮤지션이다. 제이슨 므라즈에서 데미안 라이스로 한참을 머물던 나의 아이돌은, 20 중반에 접어들어서는 완전히 에드 시런으로 자리매김했다. 최소한의 악기와 진솔한 목소리로 많은 울림을 만들어내는 뮤지션이라고 생각한다.

 에드의 많은 곡들을 좋아하는데, One이 가장 높은 순위에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주로 기타를 잡으면 연주하는 노래는 The A Team이나 Give Me Love인데, One은 연주가 어려운 편이기도 하고. 어쨌든 수치상으로는 가장 많이 들은 에드 시런 노래라니 신기했다.

에드 시런과 제임스 베이가 함께 부르는 Let It Go...!

James Bay - Let It Go

 애플 큐레이터가 선물해준 또 하나의 노래이다. 참고로 겨울왕국의 그 곡과는 다른 곡이다. 생각보다 질문하는 사람들이 꽤 되어서...

 이 곡은 생각보다 순위가 아래에 있는것이 의아했다. 정말 많이 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위의 에드 시런과 비슷한 느낌의 뮤지션이다. Let It Go는 다른 곡에는 잘 없는 감성을 가진 가사여서 그런지 더 좋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Onerepublic - A.I

 콜드플레이는 Viva La Vida 시기마저 넘어서 곡에 덥스텝스러운 요소를 넣고, 마룬파이브는 1집의 고난이도 밴드사운드는 온데간데없이 완전히 팝 그룹으로 변모했다. 내가 좋아했던 모던 락 밴드 원리퍼블릭 역시 사운드가 꽤 많이 21세기스러워졌다. 어차피 이런 류의 일렉트로닉스도 나쁘지 않게 듣는 편이었기에 꽤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볼빨간 사춘기 - You(=I)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볼빨간 사춘기의 곡이다. 우주를 줄게, 나만 안되는 연애, 싸운날 같은 히트곡들보다도 이 곡이 더 마음에 든다. 건반으로 시작하는 인트로, 무겁거나 진중하지 않고 산뜻한 박자, 애교 섞인 보컬의 달콤한 목소리. 좋은 요소들을 두루두루 갖춘 곡이다.

콜드플레이 자체도 좋지만, 이런 곡을 하는 콜드플레이가 더 좋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Coldplay - Everglow

 “콜드플레이는 변했어!”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답은 아닐까 싶은 곡. 이 곡도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쓰여졌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있는 걸로 안다. 나는 이 곡이 첫사랑에 대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문자 그대로 첫 번째 사랑이 아니라, 흔히들 말하는 어떤 사람의 첫사랑, 그런 것에 대해서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이 곡에 대해 두 세 번 정도 글을 쓰려 했는데, 다 중도에 멈추고 말았다. 그만큼 개인적으로 공감하는 바가 큰 곡이다.

라이브에서 풍겨오는 분위기가 본인들 곡의 감성과 비슷한듯...

MAGIC! - Rude (Acoustic)

 항상 유튜브 조회수가 높은 곡 - 다프트 펑크나 브루노 마스, 마룬파이브 - 을 들으면 옆에 연관검색어로 썸네일이 나오던 곡. 그렇게 몇 년 간 썸네일만 봐오다가, 제대로 들은 지는 반년정도 된 것 같다. 위에서 워크 더 문의 Shut Up and Dance에 대해 이야기할 때 키치함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 이 곡은 그러한 감성의 정수라고 생각한다. 장인어른에게 가서  “따님을 주십시오.”하는데 문전박대당하고, 혼자 돌아서서 투덜투덜대는 그런 곡. 원곡의 레게 필 가득한 사운드가 좋은데, 어쿠스틱으로 재해석한 이 버전을 애플 뮤직을 사용한 후 알게 되어서, 그 뒤로는 Rude라는 곡은 어쿠스틱 버전으로만 줄곧 들었다. 그래서 순위권에 있는 것 같다. 기타 솔로 부분이 특히 좋다!

Ed Sheeran - Photograph

 이 곡 역시 좋아하는 에드 시런의 많은 곡들 중 하나지만, 실제로 연주하지는 않는다. 역시나 연주가 번거롭기 때문이다. 예전에 한참 연습을 한 적이 있는데, 기타 줄 중 딱 하나의 튜닝을 바꿔서 연주해야 한다. 그런데 기타줄의 재질 특성상 튜닝을 풀었다 조였다 하니 끊어지기 일쑤여서, 연습하다 말았던 기억이 난다.

Ed Sheeran - Thinking Out Loud

 에드 시런의 최고 히트곡. 이 곡 역시 연주하기 번거롭지만, 그래도 튜닝을 바꾸지는 않아도 되서인지 곧잘 칠 줄 안다. 누가 기타 쳐 보라고 하면 연주해주는 노래 중 하나. 무언가 결핍된 사랑의 노래로 가득한 나의 음울한 라이브러리에서, 사랑스러움을 한껏 발산해내는 노래. 결혼식 축가로 잘 어울리는 그런 분위기의,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곡이다.


  애플 뮤직을 사용한지 반 년 정도 되어간다. 반 년간 쌓인, 신빙성은 다소 불분명하지만 내가 자주 들었다고 어플리케이션이 말해주는 곡인 셈이다. 처음에 이 글을 써야겠다 하고 순위를 훑어보았을때는 의아한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 있어야 할 곡들은 없는 것 같고, 왜 있는건지 하는 생각이 드는 곡들도 꽤 있었다. 그런데 글을 써 내려가며 곡들을 하나하나 곱씹어보니 그래도 리스트에 올라 있을 만한 이유는 있는 동시에, 무언가 이야깃거리가 하나 씩 있는 곡들 뿐이었던 것 같다.

 단순한 숫자들일 뿐인데, 이렇게 숨은 의미를 끌어내며 소소한 재미를 찾았다. 주기적으로 이런 활동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의 플레이리스트는 그 사람을 보여준다는 말을 종종 듣는데, 최근의 플레이리스트는 최근의 나를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달에 한번, 혹은 분기에 한 번씩 자신이 들었던 곡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현재의 자신이 어떤 생각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같은 것을 간접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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