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울리는 디저트
이웃 언니로부터 복숭아를 열댓 개 받았다. 딱딱한 복숭아는 수줍은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는 붉은색이 군데군데 보인다. 과일로만 먹던 것에서 벗어나 색다르게 먹고 싶었다. 처음으로 복숭아 갈레트를 만들었다.
복숭아를 올린 달콤한 디저트. 동그랗고 납작한 모양의 과자를 의미하는 이건 적당히 달콤하고 차갑게 해서 먹으면 더욱 맛있다. 다른 이들의 레시피를 찾아서 살펴보니 그리 복잡하지는 않았다.
버터를 잘게 부수고 설탕과 소금을 조금 넣고 밀가루와 잘 섞어준다. 이어서 차가운 물과 달걀물을 질지 않을 정도로 상태를 봐가면서 넣고 빨리 덩어리 반죽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나면 냉장고에서 한 시간 이상을 두었다가 밀대를 밀어 둥글게 만들고 그 위에 복숭아를 올려 굽는다.
복숭아는 반달처럼 적당한 크기로 썰었다. 취향껏 설탕을 뿌린 다음 레몬즙과 전분을 한 숟가락 정도 넣고 버무려 둔다. 굽기 전 이것을 갈레트 반죽 위에 가지런히 넣는다. 180도 오븐에서 45분 정도로 구웠다.
오븐에서 막 꺼내자마자 조심스럽게 한 조각을 잘랐다. 버터의 끈적임과 동시에 아삭한 복숭아 조각이 씹히더니 달곰함이 이어진다. 습기로 주변이 끈적한데 바람마저 더운 기운을 몰아오는지 그리 반갑지 않다. 이럴 때 갈레트로 잠깐 기분이 좋다. 과하지 않은 은은한 단맛 때문이다.
매미는 이제부터 자신의 독무대라는 걸 강조하는지 쉼 없이 울어댄다. 조금은 피곤하고 별일 한 것 없이 지나는 시간에 순간 멍해졌다. 그즈음에 이걸 만들었다. 무엇이라도 해야 기분이 좋아질 것만 같다.
어렵고 복잡한 건 하기 싫다. 그때 복숭아로 만드는 디저트를 찾아보다 마음에 들어온 게 갈레트였다. 해본 적 없으니 더 좋았다.
익숙한 것 대신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마음이 편안했다. 결과를 염려할 일이 없다. 맛이 별로면 왜 그랬는지 알아보고 다음에도 하고 싶다면 부족한 걸 채우면 될 일이다.
빵을 구우면서 생각했다. 처음부터 잘하려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것.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지만 자꾸 욕심이 생긴다. 급해지는 마음을 붙잡아야 한다. 실망이 쌓이는 만큼 자꾸 해봐야 기대하는 것에 가까이 다가가니 말이다.
느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경험은 나만의 스타일을 만든다. 그러다 문득 절로 이 정도면 괜찮다는 감각적이면서도 즉각적인 느낌이 따라붙을 때가 있다. 이런 기분이 몸으로 다가오고 나서는 매번 그것이 잘 되지는 않을지라도 보통의 만족을 끌어낸다.
복숭아 갈레트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얼굴이 찌푸려지거나 다음에는 하기 싫다는 불만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다. 여름 동안 가끔 만들어 둬야겠다는 마음이 커졌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 이것 한 조각을 쓱 내밀면 만남의 자리가 풍성해질 것 같다.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싶다면 갈레트 만들기를 권한다. 색다른 음식을 나누면 즐거운 이야기꽃을 절로 피어난다. 여기에 이국적인 디저트는 먹기 직전 설렘까지 동반한다. 일상을 어제와 다른 날로 만드는 소박한 방법이다.
여름날이 빨리 지났으면 한다. 뜨거운 태양에 행동이 느려지고 빨리 지친다. 그럼에도 복숭아로 새로운 것을 만들고, 맛보고 나서는 이 계절이야말로 다른 세계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가 아닌가 싶다. 다른 여름 과일로도 만들어야겠다. 그러다 보면 여름이 점점 멀어져 가고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