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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학 Sep 26. 2016

살롱시소를 소개합니다

동네에서 음악하는 사람들

* 이 글은 이우고등학교 2학년 안혜림, 류호림, 최지수 학생이 작성한 것으로 고2 수업 <사회체험:도시재생>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류호림 안혜림 최지수

 빠르고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주류’문화들이 우위를 차지하는 세상. 크고, 편하고, 돈 되는 것들을 선호하는 세상. 이 속에서 다른 시선으로 다른 것들을 보며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다.그들의 삶은 세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그 삶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찌는 듯 한 더위로 ‘폭염 주의보’가 내렸던 지난 8월 4일. 우리는 경기도 수원에서 독립출판물과 디자인 문구, 문화프로그램 등을 두루 갖춘 독립책방 『PQR BOOKS』를 운영하고 있는 천인우 씨와 지역 뮤지션들을 연결하며 음악, 공연 등 다양한 기획을 하는 『살롱시소』의 박진형 씨를 만났다.

part 2. 살롱시소 기획자 박진형 씨와의 만남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헤맸다. 분명 지도상 이쯤이 맞는데 도통 ‘살롱시소’라는 표지판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다. 주위에는 법무사 사무실이 많아 과연 ‘살롱시소’가 여기에 있는 것이 맞나 고개를 갸웃 거리던 찰나, 저 멀리 한 건물 지하 입구에 조그만 나무판자위 선명하게 ‘살롱시소’라고 적힌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육각형의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는 널찍한 공간이었다. 맑은 미소를 가진 박진형 씨는 우리를 아주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가 건넨 포카리스웨트 한 잔 씩 마시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가 ‘살롱시소’를 만들게 된 이유는 뭘까.지역 아티스트들을 연결시켜주며 다양한 프로젝트들도 기획하고 싶다는 박진형씨. 그의 꿈, ‘살롱시소’가 가지는 의미, 독립문화에 대한 솔직한 생각까지 담담하게 풀어낸 이야기를 들어보자.

⚫ 안녕하세요! 이곳은 뭐 하는 곳인가요? 어떻게 시작하셨죠?
 여기는 문화놀이터 레이블 '살롱시소'입니다.
저는 다른 곳에서 축제를 만들던 사람이었고 같이 하는 친구들은 음악, 디자인 등을 하는 친구들이었어요.홍대에는 밴드도 많고 그렇지만 지역에 있는 친구들은 홍대나 서울로 가서만 활동 영역을 찾게 되니까 좀 이상하더라고요. 거기에서 환대나 대단한 무엇이 있다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또 그렇지도 않고. 굳이 멀리까지 가서 환대 없이 공연하는 것이 가혹한 느낌이 들었었거든요. 그렇게 해서 길이 있을까 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었어요. 그러다 저랑 친구들이 모여서 ‘자기 사는 지역에서부터 출발해 보자’라는 것이 첫 출발이었어요. 멀리 말고 가까이 사는 곳에서 열 명, 백 명, 천명의 친구들을 만나고 또 친구들이 응원해주면 그 힘을 가지고 멀리 갈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살던 곳이 수원이니까 수원에서 해보자! 했죠. 수원에서 음악 하던 친구들 모아가지고 음악도 만들어 보고 우리만의 유통 방식도 찾아보았죠.

⚫ 이 공간은 어떻게 해서 얻게 되었나요?
예전에 저희가 작업실이 하나 있었어요. 그곳에 다시 들어가려고 했었는데 사장님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전에 쓰던 애들이 너무 개판치고 가서 줄 수가 없다! 근데 그게 저희였거든요.(웃음) 그러다 아는 분이 괜찮은 곳이 있다고 이곳을 보여주셨는데 공간이 너무 좋은 거예요. 모양도 육각형이고. 이곳이면 연습실로 사용할 수도 있고, 모일 수도 있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저희가 페인트칠 하고 전등 작업하고 조금씩, 조금씩 준비해서 만들었어요.
⚫ 몇 분이서 운영하세요?
 여기 운영 멤버는 네 명이고요. 시작할 때 함께했던 음악하던 두 친구랑 캘리그라피, 아트티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 그리고 저까지 이렇게 네 명이서 기본적으로 운영을 하고 소속 뮤지션 세 팀이 있어요. 그 외 다른 뮤지션들이랑은 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 살롱시소라는 이름이 특이해요. 무슨 뜻이죠?
옛날에 살롱은 모이는 곳이잖아요. 누구든 모일 수 있고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는. 그런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서 살롱이라고 지었고 시소는 놀이터에 있는 그 놀이기구에요. 저희가 하는 일들이 너무 진지하기 보다는 놀이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혼자 말고 같이 노는 것이면 좋겠다 생각했죠. 그래서 살롱시소라고 이름 짓게 되었어요.

⚫ 사실 여기 찾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여기가 맞나? 싶고.. 간판도 없어서요.
 간판 지난주에 바람에 날려서 떨어졌어요. 그 간판도 저희가 만들었어요.
여기 보통 다 법무사 사무실이 있고 낮선 곳이어서 여기 오시는 분들도 되게 의아해 하세요. 여기에 있는 게 맞나? 공연장 맞을까? 근데 딱 들어오면 와 이런 곳이 있구나 하면서 좋아하시더라고요.
법무사 사무실이 있어서 좋은 점은 우선 외진 곳 지하여서 값이 좀 싸고요. 무엇보다 6시 이후에 다들 퇴근하세요. 주말엔 안 나오고. 저희는 6시 이후에 공연을 하니까 소리를 내는 것이 가능하거든요. 피해가 가지 않으니까. 생활시간이 다르다 보니 어울릴 수 있는 것 같아요.

⚫ 지금 살롱시소에서 뭐 하고 있나요?
 이 공간 자체에서는 정기적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있어요. 주로 음악공연을 하는 데 매 달 첫째 주 토요일에는 ‘시소의 발견’이라는 이름으로 ‘발견’하는 공연이에요. 시작하는 뮤지션들, 혹은 무대가 없는 뮤지션들 누구든지 지원해서 공연할 수 있게 하는 거죠. 거기서 만난 뮤지션들이랑 넷째 주 토요일에는 ‘시소의 시선’이라는 제목으로 듀엣 공연을 해요. 중간 중간에 ‘시소의 만남’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수원에 있는 친구들뿐만 아니라 서울이나 인디 신에서 좀 더 유명한 팀들을 모셔서 공연도 해요. 그런 식으로 좀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거죠.
 또, 공연 기획을 계속 하고 있어요. ‘달무늬’라는 소속팀 앨범 작업도 같이 하고. 지난주에는 서울 ‘프렌지 패스티벌’ 이라는 공연예술축제에 다녀왔어요.

⚫ 대부분 음악 공연 같은 것을 위주로 진행 하시나요?
 네. 보통 음악 공연 위주로 하고요. 극단친구들이 이 공간을 쓰면서 연극을 만들기도 하고 뮤지컬을 만들기도 해요. 혹은 기타 레슨이나 드로잉 수업 같은 것을 하기도 해요.

⚫ 멤버분들은 다 여기(수원)가 고향이신 건가요?
태어난 곳은 다 다르긴 한데 지금 살고 있는 곳은 다 수원이에요. 수원에서 저희가 만났던 팀이 서른 팀이 넘거든요. 수원에 음악 하는 사람들이 되게 많고 노래 들어보면 정말 좋아요.
수원 시청이나 삼성 전자 같은, 회사나 관공 기관에서 요새 저희한테 많이 연락이 와요. 공연이 필요하니까 공연 해줄 수 있느냐고 문의가 많이 오는데 거기서는 뮤지션하면 서울에서 찾아야 할 것 같고 없을 것 같고. 또 수원에 있는 친구들도 개별적으로 활동하다 보니까 선택할 수 있는 포인트가 없어서 힘드셨던 것 같아요. 근데 저희가 어느 정도는 구심점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 살롱시소는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가요?뮤지션들, 아티스트들을 연결하는 건가요?
음 저는 연결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이 곳에서. 뮤지션들 계속 만나고 찾고, 기회를 통해 연결해 주거나 다른 아티스트들이랑 연결시켜 주거나. 그런 역할을 해요.

⚫ 수원 아티스트 들을 많이 찾으시는데, 수원에 그런 아티스트 분들이 많나요? 그래서 수원에서 찾아다니시는 건가요?
 실은 이렇게 많을 줄은 저도 몰랐어요. 기본적으로 지역에 있는 예술가들을 만나고 싶은 욕구는 있었는데 지금처럼 많을 줄은 몰랐어요. 근데 어떤 기회들을 만들면 몰랐던 친구들이 오기도 하고 생겨나기도 하고, 그런 것 같더라고요. 그런 기회는 확실히 그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서로 발전하는 모습도 보이고요.

⚫ 이윤창출은 어떻게 하세요?
 여기는 대관이나 공연을 통해 티켓수익을 벌거나 해요. 그런데 그런 것들은 되게 미미하고요. 외부 행사 같은 경우 조금 이윤이 되는 편이에요. 그리고 공연 기획을 할 때도 있고요.
 사실 여기는 계속 마이너스에요. 고정비 자체는 얼마 안 되지만 아티스트들 앨범 제작비 같은 것들도 투자를 계속 해야 하고 저희가 외부에서 진행하는 것들도 투자를 하니까요. 그 한계점을 올해까지로 보고 있어요. 올해가 끝났을 때 당장 큰돈이 될 것 같지는 않아요. 대신에 어떤 가능성을 볼 수 있다면 계속 가고 싶거든요.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저희만의 무기가 생긴다면 계속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게 목표에요.

⚫ 가장 어려운 게 뭔가요?
 그 무기를 찾지 못하는 게 제일 어렵긴 해요. 사실 당장 돈 못 벌고 그러는 거는 별로 안 무섭거든요. 돈이야 뭐 제가 다른 거해서 벌어 와도 되고. 어떻게든 벌면 될 것 같은데 우리가 정말 다른, 우리만의 무언가를 할 수 있나? 그 질문에 계속 답이 안 나오니까 무섭기는 해요. 자기 길 간다는 사람이 되게 많은데, 멋있잖아요. 어떻게 해답을 냈을까 궁금하긴 하거든요. 저희도 우리가 지역에서 살롱시소를 하면서 뭔가 다른 것을 볼 수 있나? 싶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계속 저지르고 있는데 아직은 뭐가 딱 보이지 않아서. 지금은 길도 왔다 갔다 하거든요. 나중에는 어떻게 연결해서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긍정적인 생각을 하지만 무섭기는 해요.

⚫ 어쩌면 예술이 어려움을 안 가질 수가 없는 분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지금 예술 하는 이유는 뭘까요? 혹은 기획자님께서 지금 이 일을 하시는 이유는 뭔가요?
 그쵸. 진짜 어려울 텐데. 다들 왜 하는 걸까?(웃음)
이번에 축제(서울 프렌지 페스티벌) 에 있으면서 그 더운 날에 다들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들, 작업들,작품들을 가져와 무언가 하고 있는데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곳에 있으면서 기운을 받으면 의미 있어 지는 것 같아요. 이렇게 살면 의미 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감정적으로 많이 무너질 때, 음악이나 영화나 그림이나 이런 것들에서 위로를 받기도 하잖아요. 저는 그런 것들이 다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것들인 것 같고.

⚫ 살롱시소가 뮤지션들끼리의 커뮤니티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수원 주민들과의 교류도 이루어지고 있나요?
 저는 주민들이랑 잘 놀고 싶어요. 여기서 보통 어쿠스틱한 공연을 많이 해요. 가끔 드럼을 이용하는 공연을 할 때가 있는데 그 때는 되게 긴장해요. 소리가 나가니까. 근데 어느 날 공연 끝나고 한 아저씨 분이랑 아들 분이 오셨어요. 오자마자 여기 뭐 하는 곳이냐고, 소리가 너무 예뻐서 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분들이 되게 많아요. 고정적으로 오시는 어르신 한 분도 계시고. 다들 오면 신선해 하세요. 그런 식으로 공연으로 계속 만나는 작업을 하려고 하고 있고요. 이거 말고는 수원 지역의 각 주민들을 만나서 같이 이야기 나누고 밥 먹고 그들이 삶 따라서 살아보고. 몇 달 정도의 이 이야기를 모아서 노래를 만들었어요. 그 분들 이야기로 노래 만들어서 들려드리고. 이런 식으로 주민 분들이랑 작업을 하고 있어요.

⚫ 지금 계획 중에 새로운 시도나 운영 계획 같은 것이 있나요?
 연극 같은 장르에서는 장소 특정형 공연을 요새 많이 해요. 특정한 장소에서 공연하는 거죠. 그게 화장실일 수도 있고. 밴드한테는 그런 시도가 별로 없었어요. 근데 저희는 이번 축제에 참가해서 시도 해 봤던 건데 이런 것을 좀 더 발전시키고 싶어요. 노래마다 어울리는 공간이 분명 있을 것 같은데 그 공간들을 찾아서 공연하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수원에서 음악 하는 공간들이 몇 군데 더 있어요. 락 밴드하는 큰 공간도 있고 재즈 바 같은 곳도 있고. 여러 팀 엮어서 서울에서 하는 라이브 페스티벌 같은 음악 축제를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소속팀 ‘달무늬’라는 친구들은 앨범을 책으로 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가사나 기타 코드, 노래에 담긴 이야기들을 그림이든 소설이든 여러 가지 작가들과 연합해서 만들어 보고 싶어요.

⚫ 도시에서의 주류 문화와 비주류 문화. 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주류 문화는 분명히 중요해요. 그렇지만 독립문화,인디문화에서 만들어내는 시도들이 문화 자체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당연히 독립문화를 키워주고 지지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고, 어쩌다 나오는 것들을 잘 뽑아서 가지고 가려는 느낌들이 있어요.
가령 피겨 같은 경우 그런 불모지에서 김연아 같은 선수가 나오는 게 정말 대단한 건데 그런 선수가 더 많이 나올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되게 멋진, 정말 잘 나가는 것들만 가져가지 말고 그들이 나오기 전 단계에서 응원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사랑 받을 수 있는 문화가 되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 이 곳에 오기 전에 PQR BOOKS라는 독립책방에 다녀왔어요. 그 곳 사장님께서는 일종의 ‘주류’인 대형서점이나 기성출판물 같은 것들에 어떤 반작용을 하고 싶으신 생각이 있으셨대요. 반감도 들었고. 살롱시소 같은 경우는 어떠한가요? 문화적인 측면에서 어떤 문제의식을 발견하셔서 운영하시게 된 부분도 있나요?
 아무래도 서울로만 집중되는 공연 문화 같은 것들이죠. 그곳은 관객은 많지만 그만큼 경쟁력도 너무 세요. 외부에는 지역 신들이 분명 자기 색을 가지고 존재하거든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고요. 작년에는 지역마다 돌아다니면서 지역 신들을 만나보기도 했어요. 그 친구들이 함께 컸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서울로 집중되는 눈들을 지역으로 돌려보고 싶어요. 음악 들을 때도 찾기가 쉽지 않으니까 멜론이나 음악 사이트에서 탑100이나 인기, 추천, 이런 것들을 듣게 되는데 주변에 보면 너무 멋진 음악이 많아요. 사람들이 그들을 알 수 있게, 들을 수 있게 하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 마지막 질문이에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으세요?
 음 저도 되게 알고 싶은데요.(웃음) 사실 잘 모르겠어요. 축제하기 전까지는 왜 살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기분이 이상했었어요. 저 사람들은 왜 살지? 되게 궁금하기도 했었고. 근데 축제 때 멋진 모습들을 보면서 뭔가 의미가 있어지는 기분이 들어 조금 괜찮아지긴 했어요.(웃음)
 지금 당장은 어떻게 살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친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전국적으로 혹은 세계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더 재밌는 것들을 많이 만들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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