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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학 Feb 14. 2017

2017 필리핀 해외통합기행

17.01.15~01.26

2017 해외통합기행을 가다 


이우고등학교 1학년 교육과정에는 해외통합기행이라는 교과가 있다. '아시아의 평화와 연대'라는 교육의 목표는 시대의 변화와 이우학교의 새로운 교육 목표의 수립 과정에서 '사회적 문제해결과 연대'라는 목표로 변화하였고 오랜 논의와 협의 과정에서 올해를 마지막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렇게 마지막 해외 통합기행을 '마을 공동체'라는 주제를 가지고 필리핀의 이름도 생소한 베사오로 다녀오게 되었다.


초행의 필리핀


필리핀은 우리나라가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해외 여행지라 하는데 그 동안 해외통합기행 관련하여 베트남, 중국, 일본, 대만 등을 다녀오면서도 필리핀은 공무상이건 개인적으로 이건 처음이다. 게다가 마닐라에서 버스를 타고 11시간을 간다는 베사오라는 지역은 더욱 생소하였다. 필리핀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은 두테르테, 빈곤, 부패, 범죄 등등 그다지 긍정적인 요소는 없다. 그만큼 내게 필리핀은 매력이지 못했다. 교육과정 수행을 위해 아이들과 함께 간다는 의미 외에 별다른 의미나 기대를 찾을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그렇게 나는 15일 아침 7시 50분의 비행기를 타기 위해 14일 저녁 11시 무렵 집에서 출발하여 서울행 마지막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심야버스를 타고 새벽 2시 반 경 공항에 도착. 공항 노숙을 시작으로 필리핀 해외통합기행을 시작하였다.



1일차 


이른 아침의 공항. 어제의 노숙 탓인지 가기 전 부터 피곤하다 


인천에서 4시간 반 가량의 비행을 마치고 우리는 Beasao 지역으로 이동을 위해 마닐라의 퀘존시티로 향했다. 




저녁 9시 버스를 타기 위해 퀘존 시티 내 베사오 지역민 함께 모여사는 한적한 동네에서 잠시 쉬면서 베사오 출신의 사람들과 금세 친해져 아이들과 그리고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베사오로 향하는 버스. 11시간 동안 버스를 탔다

우리는 9시가 조금 넘어선 시간에 베사오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밤새 베사오를 향해 무려 11시간 동안 버스를 탔다.



2일차 




그렇게 11시간을 달려 필린 북쪽의 유명 관광지인 사가다에 도착 잠시 짐을 정리하고 쉬면서 다시 베사오로 들어가는 차량을 기다렸다. 



잠시 베사오에서 우리는 맞이하러 지푸니 한대가 왔다. 우리는 생각보다 작은 지푸니에 몸과 짐을 실고 나를 비롯해 다른 두 명의 성인 남자 스텝은 지푸니 뒤에 매달려 약 30분간 베사오로 향하는 산길을 달렸다.




1000m가 넘는 고도에 자리잡은 베사오는 필리핀에 대한 나의 부정적 인식을 한 순간에 바꾸어 주었다. 상쾌한 날씨, 깨끗한 동네, 정이 넘치는 사람들. 베사오는 마치 내가 그동안 상상에만 그리던 이상에 가까운 동네였다. 




베사오의 세인트 제임스 고등학교에서 마련해준 아침 식사를 하고 우리는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었다.


베사오에서의 첫날은 앞으로 10여일 간 함께 할 베사오 선생님들과 아이들을 먹여주고 재워줄 호스트들과 인사였고 첫날 우리는 다함께 게스트 하우스에 머무르며 오랜 시간의 이동의 여독을 풀었다. 



우리가 머물렀던 게스트 하우스 


3~4일차


베사오 초등학교로 들어가며 

우리의 공식적인 첫 일정은 마을의 한 초등학교에서의 교육봉사였다. 첫날은 유치원~3학년까지 둘째날은 4~6학년까지였다. 베사오 초등학교의 선생님들은 하루 종일 일과의 모든 시간을 우리에게 내줄 만큼 호의적이였고 아이들은 이틀간 한 초등학교의 전체 수업을 담당하며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오랜 시간을 준비했던 수업을 진행하며 아이들은 초반에는 순조롭게 진행되 듯 하다 결국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초등학생들을 경험하면서 당혹스러워 했지만 준비해 온 것들을 해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초딩 지옥을 잘 견뎌내었지만...





결국 오후에 들어서는 대부분 야외(?) 수업이었다. 수업 계획은 틀어졌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며 우리에게도 그곳의 아이들에게 참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함께 하였다. 



준비해간 수업 중 가면 꾸미기가 아이들에게 제일 인기였다. 이 날 이후 이 동네에서 이런 가면들을 쓰고 다니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고단한 은림이와 난슬이 



세시 반까지의 수업 일정을 마치고 하루의 나머지 시간은 이 지역의 호스트 아이들과 마을의 공터에서 함께 보내며 함께 저녁을 먹고 늦은 시간까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보냈다.





5~6일차


우리의 4~5일차의 일정은 땀보안과 빠나몽안 지역으로의 트래킹 및 두 지역 고등학생들과 문화교류였다.


새벽 5시부터 준비하여 우리는 땀보안 지역으로 트래킹을 시작하였다.



트래킹은 고단했으나 그곳으로 날씨와 풍경은 그 고단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 만큼의 것이었다.



트래킹 첫날의 목적지인 땀보안 고등학교 



땀보안 고등학교에 점심 때 즈음 도착. 학교에서 마련해 준 점심을 먹고 공식적으로 학교 아이들과 인사를 나눈 후 첫번째 문화교류와 체육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곳의 아이들은 베사오 지역의 전통춤인 강사를 보여주었고 우리는 부채춤과 태권무, 풍물을 보여주었다. 나중에는 모두 함께 어울려 강사와 풍물 놀이를 함께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후 우리는 농구, 짝피구 등을 하며 해가 저물때 까지 함께 했다. 




이틀날 땀보안에서 빠나몽안으로 가는 길은 전날보다 짧았으나 급경사의 코스로 인해 더욱 고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빠나몽안으로 고난의 행군(?)을 하며 향해갔다.


둘째날의 목적지인 빠나몽안 고등학교 




이곳에서도 우리는 전날과 같이 빠나몽안의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문화교류와 체육활동을 하면 보내고 지푸니를 타고 저녁 늦게 돌아왔다. 



베사오의 전통춤인 '강사'. 오래전부터 마을의 남녀 간의 구애의 과정을 담은 춤으로 전통 악기의 소리나 몸짓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춤이었다.





7~8일차


성공회의 영향이 큰 마을인 만큼 종교에 상관없이 미사에 참석해서 마을 분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7일차부터 함께 머물던 게스트 하우스를 떠나 호스트집에서 숙박을 했다. 


원래 계획에 없던 것이었으나 게스트 하우스를 물공급 문제로 며칠 간 우리는 씻지도 못했으며 심지 작은일(?)과 큰일(?) 조차도 자연과 함께 나누어었다???^^. 결국 씻는 문제와 싸는(?) 문제 해결을 위해 성인 스텝을 제외한 아이들은 2명씩 각각의 호스트 집에 머물며 이틀간 함께 시간을 보냈고 지도 교사와 파트너 스텝들은 다행히도 물 공급 사정이 좋아져 5명 정도의 씻고 싸는 문제는 해결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사이 우리도 세인트 제임스 선생님들께 닭도리탕, 파전, 계란말이 등을 해주며 즐거운 식사 시간을 가졌다. 



9일차 



이제 베사오에서의 마지막 날. 세인트 제임스 고등학교와 문화교류와 체육활동을 하고 그동안 함께 했던 선생님들과 호스트들과 마지막 인사 나눔 자리와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길게만 느껴졌던 베사오에서의 생활이 어느 새 훌쩍 지났다. 



베사오에서의 마지막 해넘이를 바라보며 아쉬운 베사오의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10일~11일차


새벽 4시 우리는 바기오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6시간) 바기오에서 잠시 머문 뒤 바기오에서 다시 마닐로 퀘존시티로 향하는 버스(5시간)를 타고 마닐라로 돌아왔다.


일주일간 3G도 터지지 않는 마을에 머물러 있던 우리는 바기오와 마닐라의 주요 쇼핑센터와 관광지를 돌아보며 필리핀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하루 이동, 하루의 필리핀 관광을 마치고 현지시간 23:50분의 비행기를 타고 인천으로 향했다. 


필리핀 안녕 ~~



12일차


새벽 4시 반. 인천에 도착. 영하의 강추위가 우리를 기다렸고 우리는 각자 버스에 몸을 싣고 집으로 향했다.


해외통합기행 안녕 ~~




후기 1


필리핀 베사오. 고지대인 탓에 여름에도 한국보다 시원하며, 겨울에도 우리나라의 한참 좋을 때의 가을과 같다. 무더위와 강추위를 번갈아가며 개고생하며 살아야하는 사계절이 뚜렷한 저주받은 지역에서 살던 내가 늘 그리던 연간 기후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깊숙한 강원도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자연과 공업화로부터 동떨어진 쾌적한 조건이 너무나도 매력적인 곳이다.


이곳이 내게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던 것을 기후 뿐 아니라 이곳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다. 

여전히 마을 공동체 문화가 공고하여 수십 개의 공동체로 묶여 우리나라로 치면 마을 이장 쯤 되는 분들에 의해 법규 수준히 강력한 마을 규약이 지켜지고 있으며 저녁 9시 이후의 외부인 출입 금지, 마을 공동체 회의를 통한 운영으로 사람들의 삶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곳에서의 삶이 가장 좋았던 것은 초중고의 모든 아이들이 방과 후에 동네의 초등학교에서 혹은 고등학교에서 유아, 어린 아이, 청소년 상관없이 마을 곳곳에서 뛰어 놀며 함께 동네 마실을 다니다 친구네 집에 우르르 몰려 들어가 잠도 자고 밥도 먹고 잠시 쉬며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 것이었다.


물공급에 차질이 있었던 것도 마을 높은 쪽에 살던 어르신이 돌아가셔 열마리 정도의 돼지를 잡아 장례식을 치르는 과정에서 생겨난 현상 일 정도로 마을의 크고 작은 일에 늘 마을 사람들이 함께 한다.


가난하고 과학 문명의 혜택에는 많이 벗어나 있지만 수많은 진보적 학자와 청년 집단이 끊임없이 부르짖고 발버둥 쳐도 해내지 못하는 나름 아시아의 경제강국 한국에서 조차 하고 있지 못한 사회안전망이 이곳에서는 그들의 삶의 방식과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부모를 잃거나 자식을 잃는 큰 일이 생겨도 이 곳에서는 외로운 고아가 되거나 쓸쓸한 노인이 되어 세상에 홀로 내던져지지 않을 것이다. 


가난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상당수가 한국 등의 이주노동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고 있기는 하지만 이곳에 정착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마을 회의를 통해 빈집을 제공해 준다거나 최소한의 비용으로 주거 문제를 허락해 준다고 한다. 


영어를 잘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동네 어귀에 앉아있는 어르신들도 내게 거침없이 영어로 말하는, 영어만 공부하면 의사소통이 가능한 곳, 사시사철 아름다운 자연과 쾌적한 기후를 제공해주는 곳, 마을의 구성원으로 인정만 받으면 주거문제를 해결해주는 곳. IT문영의 혜택과 자본이 제공해주는 과다한 풍족에 대한 열망만 없다면 내가 경험한 세상 중 가장 사람이 살만한 곳이다.


농담반 진담반 처럼 이야기 했지만, 나중에 여전히 비혼의 삶을 살다가 사람의 울타리가 절실하게 필요할 때 나의 교육적 역량을 가지고 이곳에서 충분히 가치있는 역할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필리핀 마닐라는 내가 경험한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곳이었으나 이곳 베사오는 내가 경험한 가장 이상적인 세상이었다. 


Besao,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 하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새로운 답을 해준 곳이다. 


후기 2


많은 사람들이 해외통합기행의 폐지에 대한 우려와 탄식과 비판의 목소리를 보낸다.

이우가 십년을 넘게 교육을 해오는 동안 그만큼의 시대 또한 변했다.

'새로운 이우'가 되지 못하면 이우는 그 존재 가치를 잃어버린다. 이우의 설립 근거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 가장 발빠르게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받아안고 사회의 변화가 가장 잘 반영되어 있으 학교라는 것이다.


많은 선생님들이 아주 오랜시간 동안 이우의 그 설립과 존재의 근거에 기반하여 논의하고 협의하는 지난한 과정을 보냈다. 해외통합기행의 폐지는 그 과정의 결과물이다.


해외통합기행이 폐지된 안타까움과 비판의 목소리에 공감하고 동의하는 한편 '이우다움'을 지속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변혁하기 위한 진통을 생각했으면 한다. 


그만큼 교사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새로운 이우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겠다는 약속과 결심으로 마지막 해외통합기행의 마지막 지도교사의 글을 마치고자 한다. 


안녕~(김어준 버전). 해통 끝~!!(이것도 김어준 버전)


귀요미 하.하...!!



https://youtu.be/qNLo5hMO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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