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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학 Nov 17. 2020

요즘 아이들의 방법

8월부터 분당의 태원고 학생들과 <체인지 메이커>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해왔습니다. 

2시간 10회의 프로젝트 수업입니다. 

8월 한참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 온라인으로 3회 차 수업을 하고 4회 차 수업부터는 방역 기준을 철저하게 지키며 오프라인으로 함께 해왔습니다. 

벌써 8회 차를 마무리하고 최종 발표회 1회 차를 제외하면 이제 한 회차의 수업 진행만 남았습니다.


본격적으로 프로젝트 프로토 타입을 만들고 발표 pt를 준비하는 과정을 함께하며 프로젝트의 도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피드백을 하는 수업을 했습니다.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피드백이 아니라 '프로젝트 도전'의 완성도를 높이는 피드백 수업입니다

'완성'의 의미보다는 '도전'에 의미를 두고 실패를 염려하지 말고 협업을 통한 다양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가지고 자신의 일상과 주변의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게 격려하는 수업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성공'이나 '완성' 보다는 '도전'과 '시도'에 의미를 두고 방향성에 대한 조언이나 설득보다는 아이들이 선택한 '그 방향성'의 흐름을 지속하고 포기하지 말고 '무엇'이라도 해보는 코칭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프로토 타입을 만들기 위한 실행계획 과정을 보니 참 다양했습니다 



노트북과 패드 두대로 같이 , 기성세대의 고교 시절에는 엄두도 못 냈던 앱을 제작하는 모둠도 있고 



노트북 두 대로 프로로 타입 제작과 발표 pt를 동시 준비하는 모둠도 있고 



스마트폰을 참고하여 종이에 직접 그리고 써가며 준비하는 모둠도 있고 



노트북 한 대 없이, 종이 한 장 없이 각자의 스마트폰과 패드만으로 진행하는 모둠도 있습니다. 


 여러 학생과 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세상의 변화를 강의하러 다니면서도 이렇게 각 모둠이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을 하고 프로토 타입과 발표 pt를 준비하는 모습을 경험하는 것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일찍 실행계획을 마친 모둠을 프로토 타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책상 위에 있던 노트북과 패드 그리고 스마트 폰은 모두 치워진 채 결국 칼로 자르고, 톱으로 썰고 붙이고, 손으로 주무르고 병에 담는 과정으로 이어졌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맞게 디지털 리터러시를 강화하고 트렌디한 정보 탐색 역량을 강조하던 제게 거꾸로 '손'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였습니다


'손이 하는 노동', '육제의 노동' 

인류를 지금까지 발전시켜온 '노동'의 가치와 신성함. 

그리고 전통적인 '손의 노동' , 그리고 여전히 중요한 '공장 노동자의 노동'


여러 가지 생각에 브런치를 둘러보다가 <공장 노동자로 살아남기>라는 브런치 북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작가분의 이야기를 쭈~욱 읽었습니다 


육체노동에 대한 폄하와 회피, 이 사회의 형편없이 부당한 대우

그런 현실 속에서도 우리의 삶에 필수적인 노동의 중요한 축을 담당해온 

모든 공장 노동자분들께 존경을 표합니다 



RI를 찍던 날 

아무리 잘 지은 건물도
투시안경을 쓴 듯 속뼈가 보인다
녹슨 철근, 뒤틀린 배관
엉성한 설비, 팩 토라진 샤시
시멘트 공구레 묻힌
자갈들, 여기저기
오줌 자국까지 훤히 보인다

다른 안경을 써보려 해도
잘 안된다 눈 감아도 선하다
 
H빔에 발가락 물린 최씨
그라인더에 눈을 간 안씨
제손을 타공한 김씨 엘리베이터에
홀로 골인한 고씨
아시바에서 뒤로 착지한 원씨
장비에 깔려 탕탕탕 세번 바닥을 치다 간 박씨
비 오는 날 용접선에 달라붙은 황씨

수평이 안 맞았군
마감이 허술해
저곳을 보강해줘야 할 텐데
떼먹힌 노임, 망가진 몸보다
제대로 된 일 매듭이 더 눈에 선한

노동자의 마흔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송경동 시집 중에서 




추천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labor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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