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찬학 Sep 02. 2021

15강. 고교학점제의 오해와 진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고교학점제를 논하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고교학점제와 관련한 여러 전문가의 이야기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럼 지난 2019년 8월 21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실천 제 포럼 자료집의 내용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고교학점제의 길을 찾다 세 번째, 고교학점제 실천과제> 2019년 8월. 서울특별시 교육청 교육 연구정보원 외


고교학점제는 과연 시행될 것인가? 라는 제목의 토론문에서 발제자는 주변 교사들은 ‘고교학점제는 단지 공약일 뿐이다’,‘고교학점제는 조만간 사라질 정책이다’.‘고교학점제는 서류상으로면 존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고교학점제의 존재조차 모르는 교사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2019년이면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실시된 이후입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가장 큰 변화의 진로 선택 교과 운영과 관련해서 많은 선생님이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세팅하고 각 교과 교사들은 자신들의 교과군에서 진로 선택 교과 개설 및 운영을 위해 준비하고 시행하고 있었을 테고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 도입과 2018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지정 및 운영 등, 고교학점제 실시를 위한 구체적이고 본격적인 일들을 시작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주변의 교사들이 저런 의견을 밝히고, 심지어는 고교학점제의 존재조차 모르는 교사가 있었다는 근거에 대해서는 저도 정확하게 제 의견을 표명할 수는 없는 것이 저런 이야기들이 있다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회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2020년 2월까지 현직에 있었는데 제 경험은 저것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다만 현재 정부의 교육정책과 교육사업에 있어서 가장 핵심인 고교학점제 존재조차 모르는 교사가 있었다는 언급은 교사 집단 자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림  자료 출처. 서울시교육청 교육 연구정보원. 2017년


서울시교육청 교육 연구정보원에서 2017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70%가 넘는 교사들이 고교학점제에 도입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면적 도입은 5.8퍼센트 밖에 되지 않지만 단계적 도입은 66.4퍼센트입니다. 반대는 26퍼센트입니다. 서울시교육청 교육 연구정보원에 따르면 이 조사에는 서울지역 교장·교감 83명, 부장·수석교사 393명, 교사(기간제 교사 포함) 1,748명, 기타 19명 등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전체 인원이 2,000명이 넘네요. 

다시 위의 토론문에서 언급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고교학점제는 단지 공약일 뿐이다’,‘고교학점제는 조만간 사라질 정책이다’.‘고교학점제는 서류상으로면 존재할 것이다’, ‘심지어 고교학점제 존재조차 모르는 교사들도 있다.’     

물론 저렇게 이야기하는 교사들, 그리고 실제 존재조차 모르는 교사들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저런 이야기들이 고교학점제 시행과 관련된 정책 결정에 있어서 참고해야 할 말인지는 의문이 갑니다. 


출처. 에드인 뉴스 한지원 기자. “고교학점제 도입 첫해 연구학교 만족도 70%...교사 행정업무 줄여야‘,.2018년 12월


연구학교 지정 및 운영의 방식으로 고교학점제를 도입한 2018년의 신문 기사입니다.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교사와 학생 10명 중 7명이 학교 운영에 만족한다는 내용입니다. 

적극적으로 고교학점제를 시행해가는 학교 구성원의 만족도는 높습니다. 경험을 통한 만족이니 신뢰가 갑니다. 물론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재지정 등의 문제와 관련해서 교사들은 높은 만족도에 표시하는 현상도 고려해야 합니다만 그런 것들을 신경을 쓰지 않는 학생들의 만족도도 70% 이상이라고 하니 학생들에게는 고교학점제로 인한 교육과정, 학교 공간, 학교문화 등의 변화가 좋은 것 같네요.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실시를 하기 이전 2017년도의 기사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조선에듀 손현경・신혜민 기자. “교사 10명 중 7명 고교학점제 찬성...절대평가도 고려해야”.2017년 12월



이런 맥락으로 고교학점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지금에서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느냐 마느냐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의미 없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고교학점제를 어떻게 하면 더 제대로 준비하고 시행하고 안착시킬 것인가가 진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현시점에서 고교학점제를 반대한다고 해서 어떤 대안을 마련하고 준비할 수 있을까요? 

정말 중요한 것은 학생들을 위한, 그리고 교사들을 위한 고교학점제를 준비하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문제점 및 보완점을 제시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살펴보며 본격적으로 이야기 시작해보겠습니다.     


먼저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의 이찬승 대표의 의견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홈페이지


이 글은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으니 여러 선생님도 다운 받아서 나중에라도 다시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찬승 대표는 고교학점제 시행과 관련해서 “학교마다 학생마다 배우는 내용의 차이가 큰 점을 활용해 현행 수능시험을 지금보다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기대도 가능하다. 또한 이를 잘 활용하면 그동안의 무책임 교육과 획일적 교육을 개선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의지만 있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라 몇 가지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i) 학교 간 교육환경의 차이를 최소화하는 일(지난한 일임, 이로 인한 격차 심화가 예상됨. 자사고·외고 등의 존재는 교육격차와 불평등을 심화시킴)
 ii) 질 높은 절대평가 환경의 마련(이 역시 지난한 일임. 교사의 정성평가 전문성이 높지 않고 평가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낮을 가능성 높음)
iii)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교육과정의 개정(2022년 개정),
iv) 이를 뒷받침해줄 새로운 대입제도의 마련(2024년 발표, 2028년 첫 시행. 대학은 상대 평가적 요소의 강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큼)
v) 교원의 증원과 다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교원의 재연수와 양성 등 

.      

그리고 7가지의 보완점을 이야기했습니다. 


1. 학교 간 학습환경 격차를 줄일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2. 성적 부풀리기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3. 절대평가 성취기준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4. 초등 저학년부터 질 높은 기초학력 책임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5. 학습 부진이 발생한 후에 보정하려는(wait to fail) 지금의 제도에서 벗어나 학습 부진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6. 성취평가(A,B,C,D,E,I)(I = Incomplete 미이수)에서 ‘이수’ 최저 성취도 E(40%이상~60%미만)를 가령 7.10년 후에는 세계 주요국의 기준인 D(60% 이상~70%미만)로 높여야 한다.
7. 대학에 진학하지 않을 학생들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모두 정말 필요한 인프라로 꼭 해결해야 할 보완점입니다. 


이 중에서 ‘대학에 진학하지 않을 학생들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라는 의견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 나누어 보겠습니다.           

고교학점제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대학 진학의 문제를 뽑는 관계자들이 많습니다. 

고교학점제를 우려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근거 중 핵심이 대학 진학에 필요한 혹은 유리한 선택과목 중심으로 개설되어서 고교학점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교과 선택 운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합니다.    


자료 출처. 경기 수원 고색고등학교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운영보고서>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인 경기 수원의 고색고등학교 보고서를 보면 3학년 학생들이 향후 고교학점제 정착에 필요한 요소를 말하는데 있어서 ‘대입보다는 진로설계’가 39%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합니다. 성취평가 실시도 21퍼센트나 나왔는데요, 대학 진학과 관련해 내신 부담감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강의를 통해 여러 차례 대학 진학과 관련된 이야기에서 진로 선택 교과의 대학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말 많은 과목을 개설할 수 있으며, 학생 고유의 특성에 맞는 다양성을 확보하고 개별 교육과정이 이루어지면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는 유리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점에서 대입보다는 진로 설계에 맞춘 교육과정이 정착되면 대입에 유리해질 수 있겠죠, 대입과 진로 설계를 다른 것이 아닌 각자의 고유한 특성에 맞는 개별화된 진로 설계가 가능한 교과 선택이 이루어질 수 있는 교육과정이 마련되면 대입에도 유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과정 개정에 있어서 사실 대학 진학이라는 것이 늘 가장 큰 어려움인 것 사실입니다. 다만 입시 위주의 교육, 대입 경쟁의 과열이 나쁜 것이지 많은 학생이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는 우리나라의 지나친 학력과 학벌 위주의 대우 문제라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한 현상이라는 측면에서 부정적이기는 하나 학생들이 보다 심화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것 그 자체로 인식하면 꼭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학생들의 진로가 너무 일찍 대학 학과로 일치되어 가는 것, 진로의 설계가 특정 학과로 맞추어지는 것이라는 도식을 무너뜨릴 필요는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유형은 일반고, 자사고, 특목고,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체제입니다. 

대학 진학을 위해 고등학교를 선택하거나 취업을 중점에 두고 고등학교를 선택합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선택한 학교에서는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는 것은 당연합니다. 

고교학점제 자체가 학생 고유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학습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대학 진학과 다양한 교과 선택은 꼭 다른 길로 인식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교학점제의 취지와 목적에 맞는 교육과정만 안착한다면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찬승 대표는 현재 고교학점제 방향성은 대학에 진학할 학생 위주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는데요, 교육부의 실시 계획은 그렇지 않습니다.


교육부 보도자료. 2020년 3월


2020년 3월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의 시작은 마이스터고부터 출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따른 선택학습을 강화하여 미래사회에 적합한 맞춤형 인재 양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마이스터고는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 및 대입의 수시 선발 제도로 인해 특성화고보다고 대학 진학이 어려운 학교입니다. 


마이스터고를 첫출발로 정한 이유는 대학 진학의 문제 없이 보다 본질에 맞는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점이 우선이라고 보이지만 고교학점제의 핵심의 미래사회에 적합한 맞춤형 인재 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진학보다는 직업 세계의 영향력이 더 중요한 방향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일반고에 완전 적용되는 시점에서는 대학 진학뿐 아니라 비진학 희망 학생을 위한 미래사회의 기업들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 양성의 요소도 중요하게 작동될 것입니다.      


다른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이찬승 대표는 역량 중심 교육에 반대합니다. 이 이야기는 언제 기회가 되면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고교학점제의 시행에 관심을 가진 전문가가 왜 역량중심 교육에 반대하는지 해당 홈페이지에 여러 칼럼을 통해 밝히고 있으니 관심있는 선생님들은 들어가서 확인해보세요. 

참고로 저는 역량중심교육과 관련해서는 이찬승 대표의 의견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다음으로 살펴볼 내용은 교육 평론가 이범의 고교 학점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범 평론가는 최근 ‘문재인 이후의 교육’이라는 책에서 현재의 교육문제를 분석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이 책에 관심을 가진 것 페이스북의 한 포스트 때문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함께 공부했던 제자가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책 서평을 꾸준하게 쓰는데요, 이 책에 대한 서평에 댓글이 엄청나게 달렸더라고요, 그래서 책을 사서 읽어보았습니다. 

현재 대학생이지만 한겨레 21에 정기적으로 서평을 게재하고 있습니다.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0530.html?fbclid=IwAR2KTP3FSKsNJA5L6LISoixwVXUJtAoNYHHsFOeb8VTROLn17IPun7fEt5Y)


출처. 유찬근 페이스북 피드


이범 평론가는 확장적 고교학점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구상보다 학생의 학습 선택권 및 개별화 교육과정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필수 이수 단위 폐지를 통해 수학을 전혀 듣지 않아도 졸업할 수 있는 교육과정, 인문계 패러다임을 넘어 여러 수준의 이공계열 과목, 외국어 과목, 인문 사회 철학 과목, 예술 과목 프로그램을 개설해서 문학이나 연극처럼 범용성과 잠재적 가치가 큰 과목을 많이 이수할 수 있도록 허용, 온라인 학점 취득 인정, 13명 이하 과목 상대평가 면제 등 지금의 계획보다 강화된 고교학점제가 실행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폐지 시기와 같은 해에 전면 적용되는 고교학점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특별한 고등학교에 들어가지 않아도 일반고에서 충분한 교육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며 나의 관심 분야에 대해 집중 학습을 할 수 있는 이른바 덕후 교육이 가능한 교육과정을 구축해야 한다고 합니다, 핵심은 이러한 변화가 학생 개개인의 수월성을 증진시킬 수 있음을 대중에게 납득시켜야 한다고, 이것이 반드시 필요한 정치적 과제라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이 중, 필수 이수 단위 폐지, 온라인 학점 취득 외에는 현재 교육부의 고교학점제 추진계획에서는 모두 가능한 것입니다. 결국 단위 학교에서 얼마나 강도 높게 고교학점제를 추진하느냐,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이런 학교들을 어떻게 지원하느냐의 문제겠지요, 


온라인 학점제는 현재 교원 직무 연수 체제처럼 기관의 심사를 통과해 인증을 받은 민간 회사의 교육 프로그램의 이수 인정 등을 통해 실시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학교 자원을 무한정 확대할 수 없다면 내실 있는 교육 프로그램의 온라인 학점 인정을 통해 사회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교육의 수준과 학생들의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필수 단위 폐지에 관해서는 동의와 반대의 입장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필수 단위는 필요하나 지금과 같이 교과목을 중심으로 구성하기보다는 각 단위 학교의 학교 철학에 기반하여 필수 단위를 구성했으면 합니다. 

13명 이하 과목의 상대평가는 지금도 가능한 방식입니다. 13명 이하의 과목에 대해서는 현재도 석차 등급을 표기하지 않고 방점 처리할 수 있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외고, 국제고, 자사고가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이 학교들이 운영하던 전문교과를 선택 교과로 배정할 수 있는 만큼 각 학교는 적극적으로 전문교과를 개설하고, 각 시도교육청은 전문교과 개설을 적극적으로 하는 학교를 보다 더 집중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처음에 이 이야기를 시작했던 페이스북 이야기로 다시 넘어가 보겠습니다.

이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제자이니 편하게 이름을 부르겠습니다. 찬근이는 “저자의 주장이 기승전 고교학점제인지라 거부감이 느껴질 수는 있겠지만 최소한 교육개혁을 논의할 수 있는 공동의 지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평했습니다. 

포스트의 내용이 이래서인지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수많은 댓글이 이 포스트에 달렸습니다.      

그 내용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댓글은 교사단체 대부분이 고교학점제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라는 글이었습니다.          


저도 교사 집단 전체의 의견을 해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강의에서 시작의 글로 열었던 교사들의 부정적인 의견이 담긴 글, 그와는 반대였던 서울시교육청 교육정보원의 설문 통계자료, 그리고 지난 2020년 7월 전교조에서 발표했던 고교학점제 도입에 대한 조합원 인식조사 결과발표 등의 이야기가 다 다릅니다. 전교조 결과발표를 보면 학생의 과목 선택권 확대에 응답자의 54.9%는 반대, 45.1%는 찬성했습니다. 반대 이유는 ‘대입제도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무의미(입시에 유리한 과목 위주 선택)하다.’는 답변이 31.2%로 가장 많았고 ‘진로가 명확하지 않은 학생이 많고 선택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가 25.6%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이기에는 반대의 이유는 핵심에서 벗어난 것으로 판단됩니다. 대입제도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무의미 하다는 이유였는데, 학생의 과목 선택권의 확대를 학생의 성장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판단해야 하는 것이지 현재 대입제도가 걸림돌이 되니 그 취지를 살리기가 어렵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앞서서도 말했지만, 대입제도에서 진로선택교과는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개인의 다양성을 확대할 수 있을만큼 잘 안착되면 유리하고, 교과 위주 전형에서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을 것이며, 정시가 40%인 시대에 수능 학습 체제 중심으로 학교 교육과정을 지속하는 것은 현실 조건에도 맞지 않는 착오입니다. 그리고 진로가 명확하지 않은 학생이 많고 선택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라는 이유는 고교학점제를 시행해야 하는 현재 교육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드러낸 것으로 판단됩니다. 고등학교에서 진로는 찾아나가는 것이지 선택해서 준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신문 기사 헤드라인으로 많이 사용되는 문구들이 그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는데요, 같은 근거를 기반으로 기사가 작성되어도 ‘교원단체도 고교학점제 반대’라고 헤드라인을 뽑아내기도 하고 ‘재검토 필요’라고 헤드라인을 뽑아내기도 합니다. 반대와 재검토는 엄연하게 의미가 다른 것이지요. 재검토는 필요하나 수정 보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무튼 학생 인권에 많은 노력을 해왔던 전교조가 학생 개개인의 학습 선택권이 확대되고 획일적인 교육이 아닌 학생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이 제공되는 고교학점제 시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게 아이러니합니다. 



다음 댓글을 보겠습니다.


고교학점제가 안착한다면 고등학교 수업은 석박사 강사들의 차지가 될 것 같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교육부는 다양한 과목 개설 특히 AI와 같은 과목 개설과 관련해 사범대 양성과정과 현재 교원 체계 안에서 정식 교원을 양성하는 계획을 밝혔으며 한시적으로 교원 자격이 없는 전문가로 대체한다는 입장입니다. 즉 지금보다 전문성이 더 필요한 그리고 현재 교원 자격 체계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전문 교과들과 관련해서 교원 자격 외의 학위 소지자가 우위를 대체할 염려는 없어 보입니다. 


다만 그 밑에 분의 댓글을 유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입제도의 근본적 개혁 없이...고교학점제가 일부 교사를 갈아 넣고, 일부 교사는 밀쳐내는 식으로... 하지만 고교교육의 근본적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선에서 안착될 수 있기 때문이죠.

여러 번 말씀드리지만, 대입제도의 근본적 개혁과 관련된 문제는 물론 현실 체제를 변화시켜야 할 요소는 많지만, 오히려 필요한 것은 대입에 관한 교사들의 인식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대입보다 학생 성장이 중요하다와 같은 이상적 인식 변화가 아니라 고교학점제를 다른 학교보다 더 제대로 운영하면 대입에 유리하다와 같은 방식으로. 


그런데 밑에 ‘고교학점제가 일부 교사를 갈아넣고, 일부 교사는 밀처내는 식으로...‘라는 의견에는 너무 많은 동의가 됩니다. 

학생들의 선택권을 확장시키는 것이 핵심인데 그러다 보면 다과목을 지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그에 따른 행정업무는 배 이상이 될 것이고, 그리고 비정규직 교사 채용은 늘어날 것입니다. 지금의 교사들의 전문성보다 더 높은 전문성이 필요한 교과의 교사가 오히려 비정규직 교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뻔한 이야기지만 결국 예산과 교육부의 의지의 문제겠지요. 


학급 당 인원수를 줄이고, 학급 당 교사 티오를 늘리고, 교사당 수업 시수를 줄이고, 다학교 담당교사(즉 순회교사)를 늘리고, 그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등의 조건들만 충족된다면 많은 어려움이 제거될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이 분의 의견대로 교사를 갈아넣는 고교 학점제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외에도 이 두 분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시간 강사들의 열악한 대우, 그리고 예상되는 지역 격차의 문제도 선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지역별 교육격차의 문제는 미리 준비되지 않으면 고교학점제 실시로 인해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은 분명합니다. 서울, 수도권보다 월등하고 높은 시간 강사비 책정이라던지 소위 오지의 정규직 순회 교사 선발 확대 및 우선 배치 등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예산과 관련된 문제여서 쉽지만은 않겠지만 너무 뻔하게 예상되는 이 지역 격차 문제는 반드시 선결해야 문제라고 생각하며, 이것이 선결되지 않으면 저 또한 현행 고교학점제 시행 재검토의 입장을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고교학점제와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기사의 논지에 따라 같은 내용이라도 다르게 전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과 함께 미디어리터러시 역량이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의 변화를 감지합니다.      

문제라서 하지 않는 것과 문제가 있지만 해야 하는 것은 다릅니다. 


선생님들에게 고교학점제는 어떠한가요?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중단 시켜야 하는 것인가요? 문제가 있지만 해결하면서 이루어내야 하는 것인가요?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고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 감사합니다. 




https://www.bookk.co.kr/book/view/131038


https://www.bookk.co.kr/book/view/131863


매거진의 이전글 14강. 재학생들이 말하는 진로선택교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