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질꼬질

by 박찬학


이틀 간의 비가 그쳤다.


예전부터 비 오는 것을 싫어했지만

뭉치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비가 오면 산책의 문제 때문에

더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어제 한 고등학교에서 청소년 사회참여 대회와 관련한 강의 요청이 들어와

강의를 하러 가며 뭉치가 답답해할 것 같아 유치원에 맡기고 갔다.


스트레스가 충분히 해소되었는 줄 알았는데

유치원에서 노는 것과 밖에서 산책하고 뛰어놓는 것과는 다른 가 보다.


오랜만에 나간 산책에서 뭉치는 엄청나게 뛰어다녔다.


목욕한 지 얼마 안돼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데리고 다녔지만

너무 신나 하는 뭉치를 보며 목욕 걱정은 뒤로 하고 뭉치가 하고 싶은 대로 두었다.



물기가 아직 남은 풀 숲을 돌아다니며 홀딱 젖은 것도 모자라

아직 남아있는 물웅덩이 진흙탕도 주저 없이 뛰어들며 금세 이렇게 되었다.





매일 아침 만나는 친구와 신나게 뒹굴고 뛰어다니며 흙 강아지가 되어버렸다.


아침 8시에 산책을 나가 9시 넘어서 까지 놀고 이후 운동 좀 하고 집에 들어오니 10시였다.


뭉치를 목욕시키고, 말리고, 많이 자란 발바닥 털도 밀어주고, 삐죽삐죽 자라나 털 들도 가위로 정리해주고

청소하고 샤워하고 나니 11시 반이었다.

뭉치와 함께한 하루의 시작은 두 시간 반 만에 1차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늘 이쁘지만 목욕 직후의 모습을 정말 참을 수가 없다.

하지만 밥한 먹 먹고 물 한번 먹으면 다시 꼬질꼬질해진다.

눈물이 많아 눈물 닦아주고 입 닦아주고 턱 닦아주는 것도 하루에 수차례 반복된다.



다 정리하고 커피 한잔 마시며 하루 일을 시작했다.

자소서 피드백, 강의 원고 수정 등을 하다 보니 점심 먹을 시간이 지났다.


뭉치는 책상에서 무엇을 하면 늘 저렇게 애처롭게 쳐다본다.

책상에서 뭔가를 먹기 시작하면 너 표정은 더욱 애처로워진다.

그리고 불편하게 저렇게 책상 근처 벽에 목을 기대 잔다.


점심을 먹고 조금 쉬다가 한숨 자고

고교학점제 원고 정리하고 게재하고 하다 보니

벌써 4시 반이다.

한 시간 반만 지나면 뭉치 저녁 주고 산책 가고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된다.


할 일이 없는 것 같은데 꽤나 여러 일을 하며 보내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

뭉치 산책만으로도 하루에 최소 3시간이 소요되니 하루 최소 3시간의 업무는 늘 있는 셈이다.


그래도 하루에 몇 번씩 뭉치를 보며 이렇게 속삭인다.


뭉치 없으면 어떻게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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