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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학 Sep 15. 2021

24강. 올린 공대를 통해 살펴보는 미래교육

현존하는 가장 이상적인 학교

안녕하세요. 지난 4차례 강의를 통해 사회 혁신과 미래역량을 담아내는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오늘은 교육 혁신을 통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올린 공대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구체적으로 사회 혁신과 미래역량을 담은 보다 수준 높은 교육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예스 24


제가 올린 공대를 알게 된 것은 미래의 교육, 올린이라는 책을 통해서입니다. 

저자는 빅데이터 조직을 이끄는 전문가로 올린 공대의 I2E2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올린 공대의 교육 철학과 방식을 경험하고 깊이 이해한 후, 그 혁신성에 주목하며 이 책을 집필했습니다. 

책 표지에서 말해주듯이 올린 공대는 학생이 만드는 커리큘럼, 과목의 장벽을 허문 팀 프로젝트, 이론이 아니라 경험으로 배우는 학교, 우리가 꿈꿔온 미래의 교육을 실현하고 있는 학교입니다. 저자는 교육 혁신을 고민한다면 반드시 올린을 주목해야 한다고 합니다. 


출처.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 교육부, 2021.02


고교학점제가 지향하는 가치와 학습자상은 자기주도적인 학습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학습자, 더불어 살며 소통하는 학습자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올린 공대는 학생들이 스스로 커리큘럼을 만듭니다. 그리고 올린 공대의 핵심 교육 철학은 자유, 협력, 경험입니다.      

교육부가 추구하는 학습자상에 정확하게 맞는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학생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학습을 설계하고, 지식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통해 미래역량을 함양하고, 협력과 소통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올린 공대를 통해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올린 공대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럼 올린 공대와 관련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올린공대 홈페이지 



이 책의 첫 장은 ‘역사의 물건(The Stuff of History)이라는 수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역사와 재료공학이 결합된 수업입니다. 

이 수업은 역사 교수와 재료공학 교수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그리고 재밌는 수업을 만들까 함께 고민하고 연구하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두 교수는 첫 수업에서 교실에 플라스틱 컵, 고무줄, 책가방, 운동화, 고무호스 등 일상에서 쓰는 지극히 평범한 물건들을 두고 학생들에게 한 학기 동안 공부하고 싶은 물건을 선택하라고 합니다. 교수들은 이후 공학, 인문학, 사회학 관점에서 카테고리를 만들어주고 5주 동안 물건에 대한 상세 조사를 하고 그 뒤 마지막 5주 동안 선정한 물건과 비슷한 용도로 사용했던 과거의 물건을 찾아 현재의 형태로 발전해 온 과정을 공부합니다. 

학생들과 교수들은 함께 박물관에 가서 과거의 물건을 찾아보기도 하고 물건의 재질의 변화, 지구환경이 끼친 영향, 사회 변화에 미친 영향 등을 연구합니다.      

이렇게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만들어 냅니다. 

이것이 올린 공대의 대표적인 융합형 과목인 ’ 역사의 물건‘ 수업입니다.      

2002년에 설립된 미국의 공과대학 ‘올린’은 “세계의 이익을 위해 ‘필요를 인식’하고 ‘솔루션을 디자인’하며, ‘창의적인 혁신가’가 되는 학생을 키운다”를 교육의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교육목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이 학교는 세계의 변화에 관심이 많고 교육과 졸업생을 통해 세계에 파장을 만들어 내고자 합니다.      

올린 대학의 핵심가치는 ‘자유, 협력, 경험’입니다. 학생과 교사들은 자유로이 교과과목을 개설할 수 있고, 배움 과정을 공동으로 기획할 수도 있고, 학교와 교수가 배워야 할 것을 미리 정하지 않고 학생들이 자신의 현실에서 가치 있다고 여기는 지식과 기술을 찾아내고 적절한 학습방법을 교사와 함께 찾는다고 합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데 요청되는 지식과 기능을 교육과정의 내용으로 정합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이미 탐구와 검증을 마친 최종적 산물의 형태로서의 지식을 암기하기보다는 학생이 자기 삶을 구성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획득하기 위한 앎의 과정과 탐구 양식을 배울 수 있도록 수업을 운영합니다. 앎의 과정을 배우기 위해서는 탐구의 과정을 기획하고, 적합한 설명 양식을 찾아내고, 지식을 검증하는 준거들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소통과 협력의 능력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올린에서 지식의 양보다 문제 해결 역량을 더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가 계속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소통과 협력을 학생들에게 도덕적 의무의 차원에서 착한 사람, 선함 사람, 좋은 사람의 프레임으로 접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습의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통과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소통과 협력을 잘하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올린에서는 학생을 “그냥 있는 사람이 아닌 존재하는 사람”으로 인식합니다. 그런 인식은 모든 교육과정 운영에 학생을 주체로 참여하도록 합니다. 올린에서는 배움을 주도하는 것은 교사가 아니라 학생들입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배움의 의미를 스스로 깨닫도록 돕는데 더 많은 관심을 갖습니다. 평가도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며, 점수를 앞으로 더 배워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척도로 여깁니다. 학교는 학생들이 배움의 의미와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자신감(competence), 연결성(relatedness), 자주성(autonomy)’의 학습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신감(competence)은 학생들이 성공 경험을 할 때 생기는 것으로 여깁니다. 학생들이 학업에서 성공을 체험하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게 교과 수업에서는 개별 학생들의 학습 프로세스나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지원합니다. 학생들이 프로젝트 활동에서 문제를 겪고 있으면 학습 프로세스를 정리한 뒤 각 단계에서 어떤 문제가 학생들을 괴롭히는지, 어떤 어려움 때문에 단계를 넘어가지 못하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프레임워크는 학습자가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돕는 학습설계 도구입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욕구에 따라 스스로 학습목표(Goal)를 핵심 요소나 역량으로 기술하고, 이것을 배울 수 있는 경험을 중심으로 하는 활동 리스트(Activity)를 작성합니다. 활동의 최종산물로 결과물(Product)을 만들어 프로젝트의 목표와 활동이 명확하게 이해될 수 있도록 합니다. 활동과 결과물을 중심으로 평가모델(Assessment)을 만들어 목표, 활동, 결과물, 평가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배움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입니다. 경험을 중시하는 교육과정에서 학생이 자기 세계에서 실제적인 지식과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연결성(relatedness)입니다. 학생들이 학습과정에서 발견한 지식이 실제 상황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그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알아야 배우고 싶어 합니다. 


출처. 올린 공대 홈페이지 

올린 공대의 경험 학습은 엔지니어링 캡스톤(ENGINEERING CAPSTONES),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 예술, 인문학, 사회과학(ARTS,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디자인 네이처(DESIGN NATURE), 공학 원리(PRINCIPLES OF ENGINEERING), 생명공학(BIOENGINEERING), 정량적 공학 분석(QUANTITATIVE ENGINEERING ANALYSIS), 사용자 중심 협업 디자인(USER-ORIENTED COLLABORATIVE DESIGN)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가장 처음 모든 학생이 디자인 네이처 수업을 합니다. 자연을 테마로 삼고 생체에서 영감을 받은 아이디어를 기능적 프로토 타입으로 개발합니다.


출처. 올린 공대 홈페이지 영상 <Design Nature: Olin College First Year Design course>



그리고 올린의 기업가 정신은 제품보다는 사람을, 비즈니스보다는 행동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커리큘럼 전체에서 올린 학생들이 실제 사람들을 위한 진정한 가치 창출을 그들이 하는 모든 일의 최전선에 두도록 장려함으로써 공학 교육을 기업가 정신에 연결합니다


                                출처. 올린 공대 홈페이지 영상 <Entrepreneurship at Olin>



또한, 울린 공대는 경제적 디자인 및 기업가 정신(Affordable Design and Entrepreneurship)을 통해 전 세계 지역 사회의 사람들과 협력하여 빈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기회를 민주화합니다. 그들은 함께 새로운 제품과 소셜 벤처를 만들어 부담을 줄이고, 수확량을 늘리고, 교육을 확대하고, 건강을 개선하고, 소득을 창출합니다.     


                    출처. 올린 공대 홈페이지 영상 <Affordable Design and Entrepreneurship (ADE)>




지난 4차례 사회 혁신을 담아내는 수업에서 기업가 정신과 소셜 벤처를 강조한 수업 내용 기억나시나요? 학생들의 성장에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혁신적인 대학들을 대부분 필수 과정과 필수 과제로 선정하는 요소입니다.   

        

 올린은 경험을 통해 배울 때 가장 잘 배울 수 있다고 여깁니다. 경험을 통해서 지식을 탐구하고 사유하는 양식을 배우기도 하고, 다양한 기능과 능력을 습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올린에서는 학생중심설계(Student-oriented Course Design)를 활용해서 교과 수업에서 학생들이 직접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프로젝트 학습과정에서 교사는 질문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방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실패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해 준다. 다양한 문제 상황에서 학생들 사이에 소통과 협력이 가능하도록 능력을 발휘하면서 문제 해결 과정의 중요한 예시를 보여주는 역할도 한다. 학생들이 배움의 재미와 필요성을 느끼도록 만드는 ‘인에이블러(enabler)’이자 배움의 과정을 돕는 ‘헬퍼(helper)’가 되는 것입니다.      


출처. 올린 공대 홈페이지 


 올린 공대의 교수진이 말하는 인재상은 창의적인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입니다. 

올린 공대의 졸업생은 창의성, 팀워크 그리고 위험 감수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이 우리 교수진을 설명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올린 교수진 말하는 우리에 대해 학교 홈페이지에 기재된 글을 읽어보겠습니다. 

출처. 올린 공대 홈페이지 



우리 교수진은 자신의 안락한 영역 밖에서 일하고 모든 분야의 학생, 교직원 및 교수진과 협력하여 모두를 위한 학습 기회를 실현하기 위해 기꺼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린의 학생인 것처럼 여기에서 교직원으로 일하는 것은 훌륭하고 어렵고 재미있습니다.     
올린 교수진의 최우선 과제는 학생들이 교실 안팎에서 발전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물론 학생들이 교실에서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포함하지만, 점심시간에 스타트업 아이디어에 대해 토론하는 것에서부터 피클 만들기에 대한 공동 커리큘럼을 이끄는 것, 학생들이 새로운 과정을 개발하고 가르치는 것까지 훨씬 더 많은 것을 포함합니다.  
울린 교수진은 또한 울린 외부에서 차이를 만드는 데 참여하고 있으며 코딩 이론이나 로봇 분야의 최첨단 연구에 기여하고, 다른 기관들이 엔지니어링 교육의 혁신을 개발 및 구현하도록 돕고, 책을 집필하고, 국제 디자인 서밋을 조직하는 것 등을 돕습니다. 그리고 종종 이 외부 작업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올린 내외부의 다른 교수진들과의 협업이 수반됩니다.
마지막으로 올린은 지속적인 혁신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에 올린의 교수진이 되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은 대학이 추구하는 지속적인 구축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새로운 과정을 만들고, 연구를 구현하는 더 나은 방법을 개발하거나, 제작에 대한 접근 방식을 재고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우리 교수진은 올린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그 과정에서 엔지니어링 교육을 변화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고교 학점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사의 역할에 새로운 인식을 해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티칭하는 교사가 아니라 코칭하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막연한 방향성 제시에 대해 그 구체적인 역할과 가능성, 그리고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린 공대는 학생 9명당 교수 수가 1명입니다. 그리고 전체 인원이 350명밖에 되지 않은 우리나라 고등학교 한 학년 정도의 인원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 대학입니다.      

학생 9명당 교수 수 1명, 350명의 소규모 학교. 

고교학점제를 추진하는 정부와 교육부가 꼭 참고해야 할 내용입니다.      

교원의 역할 변화와 강화는 교사의 열정과 헌신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경험 중심의 교육 성과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에 관련해서 지난 강의에서 몇 번 언급한 전미 사립협회의 성적 없는 성적표를 살펴보겠습니다.      


성적 없는 성적표란 현재의 등급이나 점수로 평가되는 방식이 아닌 역량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그 역량이 종합적으로 평가되는 성적표인 거죠.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분석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복합적 의사소통, 리더십과 팀워크, 디지털/양적 리터러시, 세계적 시각, 적응력/진취성/모험 정신, 진실성과 윤리적 의사결정, 마음의 습관/사고방식 등 8가지 역량 중 어떤 역량이 뛰어난지 한눈에 볼 수 있게 시각화하여 보여줍니다.      


출처. <성적 없는 성적표>, 류태호 저
출처. <성적 없는 성적표>, 류태호 저



역량 중심의 성적표는 학점이나 점수, 과목명이 없는 성적표 발행, 디지털 성적표로의 전환, 융합 교과 중심의 교육 및 학교 밖 구체적인 활동의 역량을 포함, 코칭하는 교사, 등교 시간의 자율화, 숙련도와 이해도에 따른 무학년제 중심의 학점 선택제 등이 가능한 평가 방식입니다. 

평가 방식은 이 시대에 맞는 교육을 담보할 수 없으며, 성적표에 기재되는 점수 자체가 교육의 핵심이 되어버리는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교 학점에의 내신 등급제 평가가 아니라 성취도 평가는 이러한 문제를 대폭 개선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역량의 성취도를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고교 학점제는 시대에 필요한 실질적 능력의 개발 및 강화, 개개인의 다양성이 인정되는 교육, 개개인의 특성에 적합한 교육을 추구합니다. 역량 중심 평가는 역량 중심 교육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평가 방법의 변화가 수업 방법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죠. 수업 목적의 성취를 확인하는 것이 평가이고, 수업의 내용과 과정, 그리고 평가는 따로 구분될 수 없으며, 평가가 최종 도달점이라는 점에서 당연히 수업 내용과 과정의 방향성이 바뀔 거로 생각합니다.      

이에 교사들은 시대의 변화에 대한 경험, 혁신적인 청년 그룹에 대한 이해와 사례의 경험 등을 통해 학습자가 살아갈 시대에 대한 이해와 현재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것에 대한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물론 정부나 교육부가 교사들이 이런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겠죠.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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