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 정책
| 일본의 조선 지배 정책
조선의 반일 반정 vs 일제의 식민지 정책의 강화
일제는 1910년 한국을 강점했다. 이로써 한국은 역사상 최초로 이민족의 직접적인 지배하에 들어갔다. 한때 한반도 일부가 외족(外族)의 지배하에 놓인 적인 있었고, 고려는 1세기 가까이 원나라의 내정간섭을 받았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처럼 외족에게 직접적인 지배를 받은 적은 없었다. 1945년까지 계속된 일제 지배 35년은 20세기 전반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기로, 이 땅에 근대적 인간을 구현하고, 근대적 시민사회, 근대적 국민국가로 전환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였다.
그런데 일본은 마지막으로 제국주의 국가 대열에 끼어든 나라이자 유일한 비(非) 백인 제국주의 국가로, 천황제 국가, 천황제 파시즘 하에서 서유럽・미국에 비해 자국민조차 인간의 기본권이 현저히 제약받았고, 민주주의 역시 낮은 수준이었다. 일본의 자본주의도 서유럽・미국에 비해 뒤떨어져 있었는데, 시장이 협소하고 원료와 식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과도하게 부국강병(富國强兵)에 의한 대일본제국 건설에 집착하여 끊임없이 해외침략을 추구했다. 이러한 상태에서 한국은 대륙을 침략하는 데 목구멍이자 교량(橋梁)과 같은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한국이 일본제국으로부터 떨어져 나가 독립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오랫동안 독자적으로 국가를 운영해온 한국인은 일본에 선진문화를 전해주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일본 문화를 얕잡아 보았다. 도한 왜구의 노략질이나 1592년 임진왜란, 1876년 개항 이후의 경험과 1910년 강점(强占) 이후 일제의 심한 차별・억압 정책으로 반일(反日) 감정이 높았다. 따라서 독립운동을 치열하게 전개하였다.
이같이 일제는 서유럽・미국 등의 백인 제국주의 국가에 비해 민주주의나 시민의식이 크게 뒤떨어진 상태에서 한국은 대일본제국에서 절대 분리될 수 없는 지역이라고 확신했는데, 한국인은 격렬한 반일감정을 품었고 독립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 때문에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한국을 미구(未久)의 쟁란(諍亂)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으로 판단했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상호작용하여 서유럽・미국이 인도・인도차이나・필리핀・인도네시아 등에 대해 펼친 제국주의 정책과 일제의 한국 지배 정책은 현저히 차이가 났다. 뿐만 아니라 일제의 한국 지배 정책은 만주국의 경우와 비교해도 크게 달랐으며, 대만 지배정책과도 달랐다.
일제의 한국 지배정책은 1910년에서 (3・1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난) 1919년까지의 무단통치기, 1920년대의 문화통치기, 1930년대 중반 이후 군국주의 파시즘 통치기로 각각 구분하여 볼 필요가 있다. 문화통치기에는 일본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 하더라도 집회・결사・출판・언론의 자유가 어느 정도 있었으나, 무단통치기와 군국주의 파시즘 통치기에는 그러한 자유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중일전쟁 이후는 전시체제에서 황국신민화(皇國臣民化) 운동이 광적으로 벌어진 민족의식 말살 시기였다. 이 점은 인도와 인도차이나,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제1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정치적 자유와 권리가 신장되고, 1930년대 더욱 신장된 역사적 조건과 뚜렷이 구분된다. 베트남의 경우 1930년대에 노동자・농민 운동 등 사회운동과 반제국주의 민족운동이 활기차게 전개되었으며, 사회주의자들도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었다. 1930년대 베트남인들의 왕성한 활동은 베트남인의 민족해방운동에 기본 동력이 되었다.
*미구(未久) : 오래가지 않아-
미(未) : 아직, 아니다
구(久) : 오래다. 영구하다.
*쟁란(諍亂) : 다투어 어지러운 상황
쟁(諍) :다투다
란(亂) :어지럽다
● 정치적 특징 - 총독 전제통치와 계급 분열 정책
1910년 일제의 강점 이후 ㉠무단통치 (武斷:무력이나 억압으로 일을 해나감)가 실시되어 한국인 결사・언론・출판・집회의 자유를 가질 수가 없었다. 총독부 경무 총감의 부령(部令) 제3호 '집회 취체(取締)에 관한 건'에 의해 집회의 자유는 서울에서 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허용되지 않았으며, 합병 공로로 은사금까지 받은 일진회와 대한 협회를 포함하여 모든 정치・사회단체가 해산되었다. 1919년 3・1 운동 이후 새 총독이 부임하면서 친일파와 대(大) 자산가의 신문 발간을 허용하였고, 결사의 자유도 어느 정도 존재했으나, 이 시기에도 정치적 결사는 친일단체 외에는 허용되지 않았다. 모든 출판물은 원고를 미리 검열받았다. 신문, 잡지, 서적 등에 실린 글들은 압수되거나 경고・견책(譴責) 처분을 받았으며 일부 기사가 삭제되었고 또 시커멓게 지워져 나왔다. 집회를 제한・금지・해산할 수 있는 재량권이 경찰한테 부여된 것도 문제였지만, 사실 주요 단체의 집회 허가나 불허, 집회 중지 등에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다.
1920년대에도 한국인은 인도, 필리핀 등과 달리 독립운동이나 반제국주의 활동이 봉쇄되어 있었기 때문에, 항일 독립투쟁은 3・1 만세운동과 같은 '불법' 시위를 제외하면 국내에서는 지하에서만 가능하였기에, 중국 등 국외에서 분산되어 전개될 수밖에 없었다. 조선 총독부 검사는 조선형사령 제12조에 근거하여 현행범이 아니더라도 압수 수색 검증 및 피의자 구인 등의 처분을 할 수 있었고, 사법경찰관한테까지 이 같은 권한이 부여되었다. 문화통치기인데도 반일적인 인물들은 '요시찰', '요주의' 인물로 경찰의 서류에 올라 늘 감시・미행・가택수색・검거・구류・투옥을 당했다. 자신들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들까지 여행・취직・학교 입학 등을 방해받았고 일상생활의 모든 활동에서 수시로 위협받았다. 같은 시기 호구조사규정에 따르면 실제로 대부분의 인텔리나 활동가가 계속 당국의 조사 또는 사찰을 받았다. 한마디로 한국은 일본 관헌의 통치하에 놓여 있었다.
일제는 3・1 운동 이후 문관도 조선총독에 취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했지만, 대만과는 달리 한국의 경우 실제로는 육해군 현역 대장만 총독으로 부임했다. 조선총독은 종합 행정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일반 행정뿐만 아니라, 재무, 산업경제, 경찰, 문교, 사법, 교통, 통신, 전매 등의 각종 행정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일반 행정뿐만 아니라, 재무, 산업경제, 경찰, 문교, 사법, 교통, 통신, 전매 등의 각종 행정권을 총괄했던바, 조선 총독부 각 부서는 일본의 각 성(省)처럼 독립돼 있지 않았고 일원적으로 총독의 지휘감독을 받았다. 조선 총독은 또한 육해군 사령관한테 출병을 청구할 수 있었고, 법률에 대신하는 법령을 발포할 수 있는 제령 제정권을 보유했으며, 직권 또는 위임에 의해 총독부령을 발하고 1년 이하의 자유형, 200원 이하의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는 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었을 만큼 광범위하고 막강한 권력을 손에 지고 있었다. 호소카와 가코루는 이와 같이 총독한테 권력이 광범하게 집중된 것이 조선 정치의 근본이라고 조심스럽게 평했다.
일제의 지배정책 중 민족분열정책도 중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인도나 동남아시아와는 달리 인종적으로나 종교적・정치적・경제적으로 분열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일제는 백인 제국주의 국가들처럼 분할통치 정책을 쓰는 대신 ㉡계급 분단 정책을 썼다. 지주・자본가・유림・교육가・종교가를 비롯한 상층 인사를 회유하고 끌어들이는 한편, 소작인과 노동자들의 농민운동・노동운동에 대해서는 가혹한 억압정책을 쓴 것이다.
황국 신민 서사를 외우는 학생들
일제는 "우리들은 대일본 제국의 신민입니다. 우리들은 마음을 합하여 천황 폐하께 충성을 다합니다." 등의 황국 신민 서사를 외우게 하였다.
조선총독부의 검열.
삭제 지시에 의해 절반 가까운 지면이 빈 채 발행된 신문
│자료 1│ 조선 태형령
• 조선 태형령
제1조 3월 이하의 징역 또는 구류에 처하여야 할 자는 그 정상에 따라 태형에 처할 수 있다.
제4조 본령에 의해 태형에 처하거나 또는 벌금이나 과료를 태형으로 바꾸는 경우에는 1일 또는 1원 을 태 하나로 친다. 1원 이하는 태 하나로 계산한다. 단, 태는 다섯 이하여서는 안된다.
제11조 태형은 감옥 또는 즉결 관서에서 비밀리에 행한다.
제13조 본령은 조선인에 한하여 적용한다.
<태형 시행규칙>
제1조 태형은 수형자를 형판 위에 엎드리게 하고 그 자의 양팔을 좌우로 벌리게 하여 형판에 묶고 양다리도 같이 묶은 후 볼기 부분을 노출시켜 태로 친다.
제11조 형장에 물을 준비하여 수시로 수형자에게 물을 먹일 수 있게 한다.
제12조 집행 중에 수형자가 비명을 지를 우려가 있을 때에는 물에 적신 천으로 입을 막는다.
참고> 무자비한 태형
일본인이 만들었던, 죄인을 심문할 때 사용하는 형구의 형판과 채찍은 조선왕조가 자국민을 통치하기 위해 만들었던 고대의 태형과는 그 성격과 내용이 완전히 달랐다. 일본인의 형판은 배를 깔게 되어 있고 음부가 닿는 곳에 구멍이 뚫려 있으며, 양팔은 십자 판에 묶고 다리와 허리도 형판에 단단히 묶었다. 소의 음경으로 만든 채찍의 끝에 납을 달아 납이 살 속으로 파고 들어가 살 조각이 튀어나와 피가 어지럽게 튀었다. 채찍은 처음에는 80대가 보통이었지만 도중에 기절하게 되면 잠시 쉬게 하여 3일 후에 다시 불러내어 또 매를 가했다. 한번 당한 날은 걷는 것이 절대 불가능하여 다른 사람에게 업혀 나갔다. 죽었을 경우에는 사체는 그날 밤에 행방불명되었다. 이러한 매를 가장 많이 많은 사람은 신작로 부역에 시달렸던 관계자들이었다.
-문정창, <군국 일본 조선 강점 36년 사>
│자료 2│ 신채호의 조선혁명 선언을 통해본 조선의 실상
"삼천리는 하나의 큰 감옥”
강도 일본이 우리의 국호를 없이하며, 우리의 정권을 빼앗으며, 우리의 생존적 필요조건을 다 박탈하였다. 경제의 생명인 산림, 철도, 광산 어장 …… 내지는 소공업 원료까지 다 빼앗아, 일체의 생산 기능을 칼로 베며, 도끼로 끊고, 토지세·가옥세·인구세·가축세·지방세·주초세·비료세·종자세·영업세·청결세·소득세 ……가타 각종 잡세는 날로 증가하여 혈액은 있는 대로 다 빨아가고……대다수 인민 곧 일반 농민들은 피땀을 흘리어 토지를 갈아 그 해의 소득으로 가족이 입에 풀칠할 수도 없을 정도이고, 일본 강도에게 바쳐 그 살을 찌워 주는 소나 말이 될 뿐이요, 나중에 그 소나 말의 생활도 못하게 일본에서 오는 이민자들이 증가하여 <딸깍발이> 등쌀에 우리 민족은 발 디딜 땅이 없어 산으로 물로 서간도로 북간도로, 시베리아의 황야로 몰리어 가 굶주리는 귀신이나 떠돌아다니는 귀신이 될 뿐이며, 강도 일본이 헌병 정치, 경찰 정치를 행하여 우리 민족은 조그만 행동도 마음대로 못하고, 언론․출판, 집회의 일체 자유가 없어 고통과 울분, 원한이 있어도 벙어리 냉가슴이나 만질 뿐이오 눈뜬 소경이 되고 말았으며, 자식을 낳으면 일어를 국어라, 일본 글을 국문이라 가르치는 노예 양성소(학교)로 보내고, 조선 사람으로 조선 역사를 읽게 된다면 한강 이남은 예로부터 일본 땅이었다는 엉터리 역사를 배우게 되며, 신문이나 잡지를 본다면 강도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정치를 찬양하는 노예적 글밖에 없으니, 똑똑한 자식을 낳으면 세상을 비관하고 절망하는 타락자가 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음모 사건의 이름 아래 감옥으로 끌려가 주리 틀기, 목에 칼 채우기, 발목에 족쇄 채우기, 단근질, 채찍질, 전기 바늘로 손톱 밑과 발톱 밑을 쑤시는, 손발을 달아매고 콧구멍에 물 붓는 온갖 악형을 다 당하고 요행히 살아서 감옥 문을 나오더라도 일생동안 불구가 되어 폐인이 될 뿐이며, 그렇지 않을지라도 창의적 생각이 짓밟히고, 진취적이고 활발한 기상은 소멸되어 찍도 짹도 못하게 압제를 받아, 반도 삼천리가 하나의 큰 감옥이 되어 우리 민족은 인류로서의 자각을 잃을 뿐 아니라 본능까지 잃어 노예나 기계가 되어 강도 일본의 사용품이 되고 말 것이니...
<신채호의 조선 혁명 선언, 1923>
여기서 잠깐!!
1. 본문을 참고하여 ㉠과 같은 목적으로 실시된 정책을 정리해 보아라.
2. 그림과 본문의 내용을 참고하여 문화통치의 실상을 설명해보아라.
3. <자료 2>를 참고하여 일제가 조선에게 행했던 행위를 세 가지 이상 정리해보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