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교과와 제빵교과의 협력수업_2022.05.13
이 글은 새울학교 국어교사인 김현주 선생님이 학교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입니다.
직접 만든 쿠키와 손편지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어요~
“아이들은 빵 만들어서 자기가 먹는 것보다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는 걸 더 좋아해요.”
이 한 마디로 시작된 수업이었다.
화요일마다 달콤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제빵 수업,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제빵 시간이 부럽기도, 궁금하기도 했다. 흔쾌히 본인들이 만든 빵을 나눠주는 아이들과 선생님도 궁금했다. 제빵 협력강사선생님 (이0진선생님)께 수업 비결(?)을 여쭤보고, 화요일마다 맛난 빵 먹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면서 알게 된 의외의 사실~
“아이들은 빵 만들어서 자기가 먹는 것보다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는 걸 더 좋아해요.”
아이들은 자기가 만든 빵을 친구들에게, 부모님께, 선생님께 드리고 싶어 하고, 거기서 인정받고 칭찬받고 싶어 하고, 그렇게 하려고 본인이 먹지 않는다는 사실. 우리 아이들(경기새울학교 아이들)도 그렇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사실. 그렇지만 기숙 생활이라는 상황 탓에 여러 사람에게 나눠주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는 사실.
두 명의 교사가 머리를 짜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방법~
5월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 쿠키와 편지를 배달하자!
월요일 국어 시간에 상자를 준비하고, 감사 편지를 쓰고,
화요일 제빵 시간에 쿠키를 만들어 상자에 편지와 쿠키를 담아 택배로 보내기!
5월 2일 월요일 오후, 국어 시간에 부모님께 감사 편지 쓰는 시간을 가졌다.
5월 4일 수요일 저녁에 귀가하고, 5월 6일 금요일 재량휴업일을 거쳐 5월 8일 일요일 어버이날이 지난 후 5월 9일 월요일에 등교하므로, 이번에는 택배로 보내지 않고 상자에 담아 집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학교 국어 수업은 3단계 수준별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국어 – 영어 – 과학] 3과목을 1세트로 묶고, 학생들의 수준을 평가한 후 [기본 – 보통 – 심화] 3단계로 수업 학급을 구성하여 진행하는 것이다. 당연히 3단계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수업은 다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 )
먼저 월요일 5교시 기본반 7명
부모님께 왜 편지 써야 하느냐, 어버이날이 며칠이냐, 어떻게 쓰느냐,
예쁜 편지지 나눠주며 얼르고 달래고 살짝 윽박지르며 “감사합니다”는 쓰자, 그림이라도 그리자...
이렇게 간신히 1장씩 그림 위주 편지 (글은 모두 1줄 ~ 3줄 사이) 완성
다음 6교시 보통반 11명
먼저 나오는 질문은 거의 동일, 그래도 쓰기 시작하니까 제법 편지지 1/3 정도는 글로 채워서 완성
(여기서 한 가지! 기본반으로 편성되어야 하지만 관계 특성상 보통반에서 수업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마지막 7교시 심화반 8명
어버이날 편지를 써야 한다는 당위성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는 분위기, 고요한 분위기 속에 제법 글을 써내려 간다. 심화반의 특징이라면 그림으로 편지를 채운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
다음날 화요일 제빵 시간에 땅콩초코쿠키를 만들었다. 쿠키 5개와 손편지를 예쁜 상자에 넣고 교무실에 보관해두었다. 수요일 저녁 귀가할 때 쿠키 상자를 들려 보내는 계획. 그러나 꼼꼼히 챙겼으나 깜빡 잊고 쿠키 선물상자를 가져가지 않은 학생들은 존재. 5월 9일 월요일 등교할 때 부모님께 뒤늦은 전달도 발생.
우여곡절 끝에 쿠키 선물상자 전달은 마쳤으나, 수업이야기를 쓰고 있는 지금까지 부모님께 직접 배달한 후기는 듣지 못했다 ㅠ
5월 9일 월요일 오후, 국어 시간에 스승의 날 맞이 선생님께 감사 편지 쓰는 시간을 가졌다.
원적교 선생님께 보내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정하고 택배 배송을 하기로 했다. 이때만 해도 이 일이 얼마나 고난도의 과업인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
먼저 5교시 기본반 7명
보내는 분 주소 쓰기부터 시작했다. 화면으로 택배 상자 사진을 띄우고, 와콤으로 화면에 글씨를 써가며 경기새울학교 주소와 본인 이름 쓰기를 천천히 진행했다. 그러나 여기에서부터 삐걱거린다. 보내는 분에 선생님 이름을 쓰는 아이 2명. 이것은 약과.
일단 원적교 선생님의 이름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혹시나 싶어 원적교 담임 선생님 명단을 만들어 두기를 잘했다. 원적교 주소는 누구든 모르는 것이 당연하므로 컴퓨터 2대(나의 노트북, 도서관 전자교탁)를 활용하여 학교 주소를 검색하였다. 그런데... 역시 우리 아이들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나 보다. 주소 검색이 안 되는 아이들이 절반 이상. 한 명씩 개별 도움이 필요했다. “선생님~” 소리를 경기새울학교 전입한 이후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주소 쓰기를 완료하고, 선생님께 편지 쓰는 시간을 가졌다. 남은 시간은 10분. 40분 수업 시간 동안 주소 쓰는데 30분이 넘게 걸렸다. 그러나 편지 쓰기 두 번째 시간이라고 익숙해진 것일까? 제법 열심히 써 내려가는 모습이 기특했다. 물론 역시 글은 몇 줄 안 되고 여백이 많은 편지다.
다음 6교시 보통반 11명
동일한 과정으로 진행. 주소 검색, 주소 쓰기, 편지 쓰기의 3단계가 무리 없이 진행된다. 주소 검색하는데 아이들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 가르쳐주는 모습도 보인다. 중간중간 교사의 지도가 필요했지만 그런대로 진행되는 상황이다. 역시 글은 편지지의 1/3에서 1/2 정도 분량.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와 유사
마지막 7교시 심화반 8명
교사의 지도와 도움이 거의 필요 없었다. 제시한 내용을 스스로 수행하고, 편지도 제법 써 내려간다.
5월 10일 화요일. 제빵 수업 시간에 한입 쿠키(초코쿠키와 버터쿠키 2종)를 만들고 예쁜 봉투에 넣고 뽁뽁이로 감싸서 어제 만들어 둔 택배 상자에 넣었다. 가득 쌓인 택배 상자를 보니 뿌듯했다. 어제 미처 참여하지 못 한 아이들, 편지를 완성하지 못 한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의 완성품을 보니 의욕이 생겼나 보다. 뒤늦게라도 완성시켜 와서 모든 아이들이 참여했다는 것이 뿌듯했다.
5월 11일 수요일. 택배 상자에 쓰인 주소를 하나씩 확인하고 (다른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는지, 제대로 썼는지 등등) 몇 개는 내가 다시 써서 우체국으로 향했다. 율면 우체국에 경기새울학교 아이들의 선행(?)을 알리는 효과까지 거둔 듯~^^
다사다난했던 제빵수업과 국어수업의 협업은 무사히(?) 끝났다.
늘 그렇듯 수업은 생동하는 존재. 예측과 달랐지만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고 자부한다.
일단 아이들이 자신이 만든 것을 다른 사람에게 공유할 수 있었다는 것. 눈앞에 나타나는 결과물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 국어 수업의 결과를 아이들이 실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잘 없었기에 소중했다.
다음으로 계기교육과 협업 수업을 실제 펼쳐볼 수 있었다는 것. 자유로운 교육과정 재구성의 도움이다.
마지막으로 3단계 수준별 수업의 실제를 확인하고 특성을 활용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이 함께 하는 수업도 소중하지만 수준별로 나누어 진행하는 수업도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생들의 수준에 맞추어 필요한 도움을 주고 모두가 성취할 수 있도록 세세하게 바라보고 즉석에서 재구성하는 것은 수준별 수업이기에 가능했다. 수준별이 아니라 모든 수준의 학생들이 함께 했더라면 3시간 모두 기본반 수준 학생들의 주소 찾기에 교사의 도움과 시간을 할애하여 다른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대로 성취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모든 과정에서 학교 예산을 활용했다는 것도 중요한 지점이었다. 제빵 시간의 재료 구매부터 택배 상자 구매와 배송비까지. 이런 예산 지원이 있었기에 시도 가능한 수업이었다는 것도 적어두고 싶다.
마지막으로 수준별 수업이라고 할지라도 동일 수준 내에서 학생들 사이의 배움과 도움이 필요한 지점과 내용을 좀 더 섬세하게 포착하고 구성하는 것은 숙제로 남는다. 덧붙여 아쉬운 점 하나. 원적교 선생님 중에서 아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는 전언은 1명에게서만 들었다. 아이들이 연락받았다는 이야기를 미처 나에게 전해주지 않아서 그렇겠거니 생각하지만... 내가 미리 원적교 선생님에게 살짝 귀띔해서 인사 한 번 해주십사 부탁했더라면 우리 아이들은 더 큰 보람을 느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이것도 숙제.
다시 새로운 시도를 꿈꾼다...
우리 학교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수업과의 또 다른 협업을 꿈꾼다.
학급 자치 수업 텃밭에서 가꾼 농작물을 넣은 빵과 쿠키를 제빵 시간에 만들고, 이것을 마을 동행프로젝트와 연계하여 마을 주민들에게 대접하는 나눔의 시간 가지기!
여기서 국어 수업은 무엇을 담당할까?
마을 주민들에게 안내하는 포스터와 초대장을 만들고 배부하기~
더 좋은 아이디어와 더 많은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방법을 계속 고민해본다.
이 고민을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