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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인성 교육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나

by 박찬학



2023년 봄.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내정자 자녀의 끔찍한 학폭 사건이 밝혀지면서 우리나라 교육계에서는 한동안 '인성교육'이 화두가 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터지고 교육부 장관과 국가교육위원장은 '인성교육'을 근본적인 대책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이 '인성교육'이라는 것이 개념이 참 모호합니다.

유교문화에 근간한 교육적 정의에 익숙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도덕성' 연결 지어 정의를 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이 사건에 맞춰 푸른나무재단이 발표한 ‘대책 촉구 성명문의 마지막 문단을 보면

“이제는 교육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 … 학교는 입시를 위하여 교과수업을 하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의 인성을 키워주는 본연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

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교과 수업 자체에 인성교육이 포함되지 않을까요?

교과 교육과 인성교육은 따로따로인가요?

도덕, 철학 관련 수업은 지식 습득의 수업이기만 한가요?

교과 교육과 별개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면 아이들의 인성이 좋아질까요?

오랫동안 역사교사였던 제 수업의 교육목표는 '시대를 객관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시대정신을 정확히 이해하여, 시대의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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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과 교과교육은 별개로 다루어져서는 안됩니다.



인성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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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이란 말을 검색해 보면 character와 personality 두 단어가 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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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기를 돌려보면 구글은 character로, 네이버는 personality로 번역을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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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R(Center for Curriculum Redesign)에서 전 세계 35개 지역과 조직의 교육과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교사 및 학교장, 기업인 경제학자. 미래학자의 의견을 반영해 제시한 4개의 교육 목표입니다.


● 21세기 교육 목표

지식(Knowledge) : 우리가 알고 이해하는 것

기술(Skill) :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중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인성(Character) : 우리가 실제 행동하고 세상에 참여하는 방식

메타학습(Meta-Learning) : 우리가 반성적으로 적응하는 방식


인성(Character)
우리가 실제 행동하고 세상에 참여하는 방식


인성은 "우리가 실제 행동하고 세상에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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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요소는 리더십, 윤리, 회복성(탄력성), 용기, 호기심, 마음 챙김입니다.

여기서 윤리에 관해서만 더 살펴보면 윤리적 개념 확인 및 설명, 윤리적 의사결정과 윤리적 조치 취하기, 타인의 윤리적 관점 이해하기, 가치, 시민권리, 책임에 대해 평가하기와 이해하기입니다.

인성은 착함, 선함, 바른 마음가짐이라기보다는 역량, 즉 올바르게 행동하고 참여하는 능력입니다.


착한 아이 VS 능력 있는 아이


자녀의 인성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서도 이런 이분법적 사고를 종종 하게 됩니다.

착한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랄 것이냐, 조금은 못됐지만 능력 있는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냐


우리는 모두가 굶어 죽을 때까지 아무도 굶어죽지 않는다



한 인류학자가 전근대적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한 소수 부족을 연구하면서 발견한 그 부족민들의 가지고 있는 신념이라고 합니다.

이윤이 최우선 가치인 자본주의 시대 이전의 인류에게 있었던 선한 공동체성일까요?

저 부족만이 가지고 있는 선함일까요?

개인을 위한 가장 현명한 이성적인 선택입니다.

노동력과 생산효율성의 절대 부족 속에 살았던 자본주의 이전 시대의 삶의 과정에서 내 옆에 공동체성 구성원이 하나씩 죽어나가면 노동력의 부족으로 결국 나까지 죽는다는 것을 터득한 것이죠.

그래서 우리의 속담처럼 '콩 한쪽도 나누어 먹는 사이'가 된 것입니다.

마지막 콩 한쪽까지 나누어먹고 그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다 같이 죽고, 그 위기를 극복하면 다 같이 사는 거죠

둘의 구분은 필요 없습니다.

인성의 '심성'의 영역이 아니라 '이성'의 영역입니다.


내가 얼마나 착한 사람인지 글짓기 대회였던 3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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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자소서가 없어졌지만 대교협 공통 문항 중에는 이와 같은 문항이 있었습니다.

모두들 내가 얼마나 배려를 잘하고, 협력을 잘하고, 잘 참아내고(갈등관리),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지 글짓기를 했지요.

비싼 비용을 받는 주요 지역의 자소서 컨설팅 학원에서도 이런 방향성으로 지도를 했습니다.

전, 소통과 협업을 통해 높은 수준의 성과를 이룬 경험을 쓰라고 했습니다.

배려, 갈등관리, 공동체를 위한 헌신 이런 거 전혀 신경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높은 수준의 성과를 이루어내려면 협업을 해야 합니다.

협업을 통해 원하는 성과를 이루어내려면 양보도 해야 하고, 갈등도 해결해야 하고, 내가 아닌 전체를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경험도 해야 합니다. 타인과 소통도 잘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타인을 공감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합니다.

대학에서 이 항목을 요구하는 것은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의 핵심역량 중 하나가 협업역량과 의사소통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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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미네르바 스쿨은 2개의 상위역량과 4개의 하위역량으로 학생을 평가합니다.

상위 역량 두 개는 "마음의 습관과 기본 개념'입니다.

그리고 하위 4개의 역량은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협업, 소통 역량입니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전 세계 주요 교육 기관이 이야기하는 인성 영역의 요소와 평가 방식, 대학에서 요구하는 인성평가에 대한 정의, 주요 교육기관에서 상위 역량으로 설정한 마음의 습관의 구체적인 요소 등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착한 아이, 심성이 고운 아이 등과 같이 모호한 인성이 아니라 '지식의 습득'처럼 훈련과 연습을 통해 갖출 수 있는 '인성'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인성은 새로운 시대의 핵심 역량입니다.

즉 핵심 행동능력입니다.

그리고 전 세계가 주요 기업이 요구하는 핵심 능력입니다.


착한 아이로 만들기 위해 애쓸 필요 없습니다.

능력 있는 아이로 성장시키려 노력한다면 '인성' 좋은 아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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