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모두 끝났습니다.
대한민국 사회 특성상 너무도 중요한 하루, 그리고 과정이기에 수능 필적 확인 문구마저 화제가 됩니다. 올해의 문구는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
라고 합니다.
곽의영 시인의 '하나뿐인 예쁜 딸아'라는 시의 한 구절입니다.
나는 너의 이름조차 아끼는 아빠
너의 이름 아래엔
행운의 날개가 펄럭인다
웃어서 저절로 얻어진
공주 천사라는 별명처럼
암 너는 천사로 세상에 온 내 딸
빗물 촉촉이 내려
토사 속에서
연둣빛 싹이 트는 봄처럼 너는 곱다
예쁜 나이, 예쁜 딸아
늘 그렇게 곱게 한 송이 꽃으로
시간을 꽁꽁 묶어 매고 살아라
너는 나에게 지상 최고의 기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
함박꽃 같은 내 딸아
어제 '대치동 1시, 6시가 불편해요'라는 포스팅 한지 꽤 지난 글에 한 구독자분이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고2 기말고사 앞둔 아들이 어젯밤에 엄마, 나 맨날 공부하는 책만 보니까 바보가 되는 기분이야. 소설책 같은 걸 읽고 싶어요. 그러더니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예전에 이미 읽었던 유치한 이야기책에 푹 빠져있길래 그냥 모른 척했습니다. 서점 가서 재밌어 보이는 책 골라온 지 너무 오래되어서 소설책이 없으니 그거라도 읽어야겠다 싶었나 봐요. 아이들이 이 나이에 이렇게 목마른 영혼으로 몇 년을 살아야 하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렇게 목마른 영혼을 살아가는 '목적'이 된 수능의 필적 확인란의 문구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라는 것이 참 묘했습니다.
삶 중에 가장 활발한, 가장 신나는, 가장 재밌는 게 많은 어르신 표현처럼 '낙엽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신나는' 그 시기에 수능과 내신에 치여 그 좁은 세계에서 나의 꿈조차 마음껏 펼쳐보는 그 상상력마저 자제하는 삶을 살아간 아이들에게 이제는 정말 넓은 세상이 펼쳐지고, 마음껏 큰 꿈에 도전할 수 있는 시작, 다시는 치르지 않아도 되는 하루였으면 합니다.
난 저기 숲이 돼볼게
너는 자그맣기만 한 언덕 위를
오르며 날 바라볼래
길을 터 보일게 나를 베어도 돼
난 저기 숲이 돼볼래
나의 옷이 다 눈물에 젖는대도
위로가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찾아듣는 노래가 있습니다.
최유리의 '숲'입니다.
노래 그 자체와 가수의 음색이 위로가 되는 곡입니다.
듣기만 하다가 어느 날 가사를 찬찬히 하나하나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비유적 표현이 많아 이 노래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가사 해석'을 이야기할 만큼 가사의 전체 내용이 상징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각각 다른 아픔, 슬픔 그에 대한 각각의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좋은 노래가 되었나 봅니다. 어느 날은 이 노래가 학부모 엄마의 마음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충분합니다.
어디서든 늘 옆에 서있는, 서있던 그 높은 아니 높아 보이는 나무들에게 자책감을 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눈물보다 웃음이 많은 날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난 저기 숲이 돼볼게
너는 자그맣기만 한 언덕 위를
오르며 날 바라볼래
나의 작은 마음 한구석이어도 돼
길을 터 보일게 나를 베어도 돼
날 지나치지 마 날 보아줘
나는 널 들을게 이젠 말해도 돼
날 보며
아 숲이 아닌 바다이던가
옆엔 높은 나무가 있길래
하나라도 분명히 하고파 난 이제
물에 가라앉으려나
난 저기 숲이 돼볼래
나의 옷이 다 눈물에 젖는대도
아 바다라고 했던가
그럼 내 눈물 모두 버릴 수 있나
길을 터 보일게 나를 베어도 돼
날 밀어내지 마 날 네게 둬
나는 내가 보여 난 항상 나를 봐
내가 늘 이래
아 숲이 아닌 바다이던가
옆엔 높은 나무가 있길래
하나라도 분명히 하고파 난 이제
물에 가라앉으려나
나의 눈물 모아 바다로만
흘려보내 나를 다 감추면
기억할게 내가 뭍에 나와있어
그때 난 숲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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