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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학 Aug 29. 2016

PQR을 소개합니다

예술 컨텐츠를 기반으로 동네에 사는 사람들 1.

   * 이 글은 이우고등학교 2학년 안혜림, 류호림, 최지수 학생이 작성한 것으로 고2 수업 <사회체험:도시재생>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빠르고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주류’문화들이 우위를 차지하는 세상. 크고, 편하고, 돈 되는 것들을 선호하는 세상. 이 속에서 다른 시선으로 다른 것들을 보며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다.그들의 삶은 세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그 삶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찌는 듯 한 더위로 ‘폭염 주의보’가 내렸던 지난 8월 4일. 우리는 경기도 수원에서 독립출판물과 디자인 문구, 문화프로그램 등을 두루 갖춘 독립책방 『PQR BOOKS』를 운영하고 있는 천인우 씨와 지역 뮤지션들을 연결하며 음악, 공연 등 다양한 기획을 하는 『살롱시소』의 박진형 씨를 만났다.

part 1. PQR BOOKS 사장님 천인우 씨와의 만남

 요즘, ‘동네책방’이 트렌드다. 나들이 코스로 동네책방 탐방을 소개하는 포스트들도 많은 것을 보면 확실히 뜨고 있는 것은 맞나보다.
 우리가 찾아 간 수원의 PQR BOOKS는 독립출판물을 파는 작은 책방으로 푸근한 인상의 천인우 씨가 운영하고 계셨다. 아기자기하고 톡톡 튀는 컬러풀한 소품들로 꾸며져 있는 내부 공간이 재미있었다. 아주 노오란 색으로 과감히 칠해진 벽도 인상적! 점심때라 인터뷰 요청이 실례가 될까 우려스러웠지만 흔쾌히 응해주셨다. 천인우 씨는 어떤 계기로, 어떤 마음에서 이 책방을 열게 된 것일까. 또, ‘대형 서점’들이 대중화 되고 기성 출판물들이 즐비한 이 시대에 동네책방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며 그 어려움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 안녕하세요! 책방을 운영하시게 된 이유는 뭔가요?
 저희는 사실 창작자의 포지션이 더 커요. 도시재생을 위해 책방을 운영 한다고 하기 보다는, 우연치 않은 계기가 잡아준 거죠. 1층에 사무실로 처음에 자리를 얻었다가 옆에까지 관리하게 되었어요.
실은 공간 자체가 셋이서 일만 하기에는 아까운 공간이거든요. 그래서 뭘 해볼까, 우리 물건을 팔아볼까?했는데 우리 물건이 많지 않아서 그렇다면 ‘아트 디자인샵’ 을 처음에 해보자, 라는 이야기를 했다가 저희들 내부에서 ‘독립출판’이라는 키워드가 나왔던 거죠. 그 전까지는 저도 사실 독립출판에 대해서 크게 알고 있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수원에도 하나쯤은 이런 곳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수원의 인구가 전국에서 열 번째로 많은데 경기도권에서 독립출판 책방은 2개밖에 없어요. 나름 지역불균형인 것 같았어요.수원에서도 독립출판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굳이 또 서울까지 사러 가야 한다는 거니까.
음, 결론적으로 책방을 열게 된 계기는 ‘공간이 남아서.’ (웃음)

⚫ 수원에 원래 사시던 분이신가요?
 저는 고향이 수원이고 거의 10년 만에 돌아왔어요. 작년에. 돌아와서 여기가 많이 바뀐 것도 느꼈죠.
어떻게 보면 수원이 서브 컬쳐(비주류 문화)에서 불모지인데도 불구하고 저희의 고향이고, 월세도 좀 싸고(웃음). 그래서 오게 되었죠.
 지금은 저희 책방이 버전 1도 아니에요. 0.13정도? 아직 버전 1이 되려면 지금 보다는 80%정도 더 올라와야 해요. 저희가 사실은 책을 내고자 이 곳(책방)을 준비했는데 올해는 사실 책이 생각보다 늦게 나오고 있어요. 근데 아마 3, 4분기 정도(지금이죠)에 쏟아져 나올 예정입니다. 소책자를 비롯한 다양한 것들이요. 서점에 비치되어 있는 책들은 타 작가들이 책들이잖아요, 저희는 저희가 만든 책을 소개하고 싶었던 거죠. 저희 책이 아마 다음 주 부터 나오게 될 거예요.

⚫ 좀 늦게 와도 될 뻔했네요?(웃음)
 (웃음)아니에요. 저희 책은 매월 한 두 권 씩 볼 수 있어요. 저희가 내는 책들은 어렵거나 두꺼운 책들이 아니라 얇고 가벼운 책들이에요. 아트북 형식의 책들이죠.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것들은, 디자인, 아트, 미술, 팝아트와 같은 재미난 주재들이에요. 또 여행책도 준비 중이에요. 단순히 여행 책들은 많지만 디자이너나 아티스트의 시선으로 보는 책도 있다면 재밌지 않을까 싶어 이것도 기획 중입니다.

⚫ 그럼 원래 디자인 쪽 일을 하셨던 건가요?
 네. 원래 디자인 쪽 일을 했고, PQR은 회사죠, 어떻게 보면. 크레이티브 작업을 하는 회사에서 책방을 열었다, 라고 볼 수 있어요. 저희의 서브 비즈니스죠. 메인은 예를 들어 경기문화재단에서 했던 ‘비밀의 숲 원정대’같은 거예요.(실제 ‘키비주얼’ 이라며 벽에 걸려있던 펠트로 만든 디자인작품을 가리키셨다.) 실제로 애니메이션도 제작해서 만들었어요. 혹시 (경기도)버스 타고 다니시면서 보셨을 수도 있어요! 저희한테는 올해 가장 큰 프로젝트였죠. 이게 끝나고 휴식기를 한달 정도 가졌다가 지금은 뭔가 더 열심히 해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 되게 넓은 영역에서 많은 일을 하고 계시네요.
 저희가 하는 게 되게 많아 보이지만 사실 본질은 하나예요. ‘크레이티브한 창작 일을 하고 싶은 것.’
그리고 이 공간이 주는 시너지가 있거든요.
팀원들도 글을 쓰는 작가, 펠트 같은 것들로 오브제를 만드는 작업을 하시는 분과 함께해요. 저희 세 명 다 각자 조금씩 다른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 그런데, PQR의 의미는 뭔가요?
뜻이 없어요. 저는 브랜드 만드는 일을 했었거든요.타인의 브랜드는 이미지나 스토리를 만들어주면서 저희 것은 스토리가 없어요. 그런데 굳이 따지자면 O, P, Q, R, S, T, U 이런 식으로 나가는 것 중에 ‘PQR’ 이고요. 저희 로고는 말풍선 모양이에요. 굳이 의미를 가져다 붙이자면 소통하자,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자-입니다.
(⚫ 일부러 의미를 안 붙이시는 건가요?) 저는 PQR의 운영을 맡고 있고 총괄하는 분은 제 아내예요. 일본에서 태어나서 뉴욕에서 오래 활동 하다가 저를 만나서 한국에 눌러 앉게 된.(웃음) 그 친구 같은 경우에는 어떤 의미부여를 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옛날에도 자기가 만든 프로젝트에 이름은 있는데 다 뜻이 없었어요. ‘뜻이 필요 하냐, 사람들이 느끼는 그대로가 의미가 되지 않겠냐-’ 하더라고요.

⚫ 이 곳에서는 책을 첫 번째로 팔고 있고, 다른 다양한 프로젝트들도 하고 계신데 이것들 말고도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지금은 수원예술재단과 함께 청년문화책방 PQR이라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요. 청년들하고 같이 ‘예술의 소비자가 되지 말고 생산자가 되어 보자!’ 라는 겁니다.
 우리가 항상 소비하고 있는 ‘휴대폰’으로 재미있는 것을 해보자, 해서 ‘디지털 두들링’이라는 것을 해요.디지털로 그림을 그리는 거죠.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SNS에도 올려보고 배치나 티셔츠로 만들어 보기도 하고. 배치 같은 경우 그림을 그리면 바로 그 날 손에 들고 갈 수 있어요. 이렇게 자신이 문화 생산의 주체가 되어보는 겁니다.
 입점해 있는 책 작가님들 중 선정해서 함께 독서모임을 가지는 것도 계속 진행하고 있어요. 이번에 처음으로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많이 작업하시는 ‘정미진’작가님과 함께 했었어요. ‘이 시간을 기억해’라는 책을 쓰신 이광호 작가님과도 함께 할 예정이에요. 그분과는 심야 책방으로 진행하려 하는데 아쉽게도 성인만 참여할 수 있어요. 왜냐면 저희가 각자 마실 맥주를 들고 와서 책을 읽는 시간이거든요. (⚫ 저희는 일 년 반이 지나야겠네요.(웃음) )

⚫ 이 곳에서 판매하고 계시는 디자인 제품들은 직접 생산하신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는 건가요?
 네. 저희도 지금은 직접 생산하는 것을 조금 멈춘 상태예요. 그런데 이제 ‘책’이 먼저 나올 거예요. 시각적인 요소들이 많이 담긴 책인데 거기에서 하나 둘 추려 제품화 시킬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책이 주 컨텐츠가 되는 거죠. 아마 계획대로라면 두세 달 내로는 이 곳에 저희 제품들이 꽤 많이 들어설 겁니다.

⚫ 아무래도 대형서점이 많다보니까 작은 동네서점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들이 있을 것 같아요.
 자주 받는 질문 중에 하나인데요. 어려워요. 여기서 나오는 매출로는 사실 유지할 수가 없죠. 저희 같은 경우에는 어쨌든 제가 능력 있는 사람들과 같이 일하다 보니까 디자인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하면 운영은 할 수 있는 정도예요. 돈을 벌어서 세이브하고, 내일을 기약할 정도는 아닌 거죠. 책방 자체로는 유지할 정도는 아니고요. 여름에는 진짜로 단 한명의 손님도 안 들어올 때도 있어요. 주말에는 오시는 분들도 꽤 계시지만 아직도 수원이라는 곳이 주류 문화들 위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쪽에는 많이 오지 않아요. 관광객들도 계시지만 주로 행궁 같은 공간들을 보러 오시는 거지 굳이 책방을 보려고 이곳에 오시지는 않죠.밖을 ‘핫핑크’ 색으로 칠해 버릴까.(웃음)
(⚫ 노란 벽 색깔이 확 눈에 띄어요.) 그래서 사람보다 벌이 더 많이 들어와요.(일동 웃음)

⚫ 독립책방이 어려운 이유가 뭘까요.
수요가 없으니까 어려운 거죠. 책을 보지 않는 세대가 되었고, 그 세대는 인터넷이라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종이책보다는 e북으로 본다던지 하죠. 그렇지만 저희는 독립 출판 자체는 장르가 좀 다르다고 생각해요.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장하는 거죠. 워낙 소량으로 출판되다 보니까 사람들이 소장에 의미를 두게 되는 것 같아요.

⚫ 사실 독립책방이라는 것이 어떤 트렌드가 되기는 했어도 말씀하신 것처럼 물질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 같긴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책방이 갖는 의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혹은 사장님께서 이 일을 하시는 원동력이라던가, 추구하시는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내가 왜 책방을 열었을까, 에 대한 질문은 책방을 열고나서 시작된 거죠 오히려.
어떻게 보면 기술이나 이런 것들은 미래로 나가면서 점점 사라지는 것들이 많아요. 그런데 계속 미래로 나가는 것에 대한 반작용, 거부하는 이들도 생겨나요. ‘나는 편지 쓸거야!’, 'SNS 안 할거야!' 이렇게 극단적으로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저는 나름 예전에 있던 것들을 즐기는 거죠. LP판이라든지. 종이책이라든지.
 요즘은 노래도 스트리밍으로 돌리잖아요. 1위부터 100위까지 플레이하기도 하고요. 문화에 대한 소비가 너무 가벼워요. 어떻게 보면 문화가 단절되어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소위 말하는 대기업의 주류 문화 즉, 생산하거나 유통하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사람들이 끌려 다니는 시대가 되는 거죠.
과연 이 시대가 이렇게 흘려가는 것이 맞는 건가, 에 대한 질문들이 던져져요. 누군가는 그것에 대해 거부를 해야 하고,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 라는 이정표를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하지만)의무감에 하지는 않아요. 제가 좋고 즐거워서 하는 거고 언제든지 재미가 없으면 그만 둘 생각이에요.
그렇지만 저의 즐거움은 다행이도 저만 즐거우면 재미가 없어요. 타인들도 즐거워야 저도 재밌고. 그렇게 소통하면서 즐거워야 의미 있어요.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어떤 때가 제일 즐거우세요?
 저희 제품 팔릴 때가 제일 즐겁죠.(웃음)
음, 책을 사면서 손님들의 표정이 되게 밝아요. 그리고 일단 이 곳에 오시는 분들은 기성세대와는 조금 다른 시선을 갖고 계신 분들이죠. 그런 시선을 가지려고 노력하시거나. 책 한 권을 안 읽다가 독립출판에 관심이 생겨서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이런 책들을 읽고 나도 책을 써봐야지 하는 분들도 계세요.

⚫ 10년 만에 이곳에 오셨다고 하셨는데 수원의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솔직히 저는 별로 안 좋았어요. 수원이 양적으로는 발전했을지 몰라도 다른 도시와 비슷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화성은 다행히도, 시에서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이에요. 그런데 화성을 제외하고는 다른 도시와 무엇이 다를 수 있을까 싶은 거죠. 이곳에 문화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또 의도치 않게 제가 기여하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책방이 하나 있으니까 여기에 다른 책방 하나 더 생기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요.

⚫ 독립출판물들은 어떻게 입수해 오시나요?
 쉽지는 않고요. 책 작가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찾았어요. 이메일을 보내든지, SNS를 통해 연락을 한다든지. 열 종 정도 받는 데에 한 달 반 정도 시간이 걸렸어요. 기성 출판물 같은 경우에는 중간 유통사를 사이에 두니 조금 더 쉬운데 저희는 독립출판물을 하다 보니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아요. 대신에 우리가 좋아하는 작가를 우리 스스로 찾으니까 그 책에 대해 좀 더 알고 찾을 수 있는 거죠.

⚫ 기성 출판물이 아닌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기성 출판물들은 마일리지도 쌓아주고, 배송비도 쌓아주고, 여러 가지 이점이 있지만 저희는 유통구조상 그런 것들이 되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독립출판물들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또 굳이 기성출판물을 선택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 마지막 질문이에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으세요?
 크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제가 요새 글을 쓰고 있어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서.
20대 때는 답이 없이 살았던 것 같아요. 30대 때부터는 어떤 나만의 캐릭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몇 가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나열해 보자면, 일단은 가족이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해요. 관계도 결이 맞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요. 또, 그림도 그리고 디자인도 하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있어서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재미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창작자들과도 같이 늘 모이고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저는 저 스스로 꼰대가 되는 것이 제일 싫어요. 책임질 것도 아닌데 뭔가 가르치려 들고.(웃음) 그냥, 그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살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싫어하는 사람들은 끊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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