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러운 풍경
파리에서 보낸 나흘 동안 고흐, 마티스, 모네, 세잔...... 미술관에 걸린 수많은 작품들로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그림은 내가 사는 세상과 다른 겹의 시선이었다. 원작이 뿜는 아우라가 내가 모르는 세계를 더욱 명징하게 드러내는 듯했다.
좋아하는 그림을 내 공간에서 음미하고 싶은 꿈은 아직 꿈일 뿐이다. 휴일 플리 마켓에서 그림과 사진을 뒤적이는 이에게서 특별한 향기가 났다. 프랑스는 작품을 사서 즐기는 일이 보고 싶은 영화 한편 고르는 일처럼 대수롭지 않아 보였다.
도시 파리에서 겪었던 문화 충격이 남프랑스 작은 마을을 도는 동안에도 이어졌다. 프로방스 관광지는 기념품 가게보다 그림 파는 갤러리가 더 많았다. 몽쥐스뗑 인적 없는 길목, 루르마랭의 포도밭 담장, 백 년 세월이 무색한 올드 뻬용 동네 어귀 등 어디서든 예술이 공기처럼 떠돌았다. 나는 그네들의 예술스러운 일상이 못내 부러운 여행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