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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Aug 04. 2019

로마의 휴일

딱 아는 만큼 보이는 그랜드 아트 투어

2017@빌라 아드리아나


오드리 헵번처럼 한적하고 우아한 로마의 휴일을 기대했으나, 로마는 가는 곳마다 셀카봉을 든 관광객들로 넘쳤다. 나 역시 그 여행자 중 하나였지만, 뜨거운 날씨와 인파에 눌려 감동이 저만치 달아났다. 비수기가 따로 없는 세계 최대 명승지에서 여백 있는 시간을 바란 건 사치였을까? 그래도 뙤약볕 아래 한 시간을 기다려 진실의 입에 손 넣은 사진이나 얻으려고 로마에 온 것은 아니었다.

다음 날 로마 외곽, 빌라 아드리아나에서 내가 원하던 여행을 만났다. 이곳은 2천 년 전 황제 하드리아누스의 별장으로  궁전, 로마식 풀, 도서관, 그리스 식 해양 극장, 대형 목욕탕, 신전 등을 갖춘 거대한 리조트 단지이다. 아름드리 올리브 나무와 부서져 내린 건물 위로 옛 영화를 되새기기라도 하는 듯 오후의 태양이 황금색으로 빛났다.

감각은 살아있다는 징후라고 했던가... 돌아오는 길 그토록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던 로마가 감각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분명 고대 도시의 오래된 적요가 일깨워준 선물이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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