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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Aug 01. 2019

노라의 집

딱 아는 만큼 보이는 그랜드 아트 투어

2017@Kassel, Galerie Art- Privat of Nora


노라(Nora)처럼 살아보기

카셀(KASSEL)에서의 첫날, 요셉 보이스의 도쿠멘타 퍼포먼스(ZUR DOCUMENTA 7000 EICHEN) 사진이 걸린 방에서 잠을 깼다. 딱 1년 전 파리 프랑스식 창문 달린 방에 머물 때 이유 없이 파리지엔느가 되고 싶었다. 그로부터 일 년 후, 길 위의 다른 삶에 또 반했다. 가는 곳마다 살고 싶어지는 나는 참 줏대가 없다. 아니 여행이란 원래 그런 것일까?

떠나기 전부터 '카셀 도쿠멘타'에 대한 기대가 컸다. 카셀은 5년마다 현대미술의 거대한 실험장이 된다. 아트 섬머를 구실로 이 아담한 독일의 예술 도시에서 여정을 시작했다. 생애 첫 도쿠멘타는 프리드리치아눔 광장의 '책의 파르테논'(마르타 미누힌)을 비롯해 파격적인 작품 세례로 까막눈 여행자를 압도했다. 한편 어디까지 작품이고, 어디부터 생활인지 경계를 가를 수 없는 이 도시의 일상 또한 부러움으로 다가왔다.

그중 아티스트 노라의 집은 떠도는 공기마저 예술스러웠다. 이곳은 화가 아내와 작곡가 남편이 운영하는 비앤비(B&B)이자 두 사람의 삶이 지속되는 공간이다. 부부의 작업실과 손님방, 부엌,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 거실, 심지어 화장실 등 벽이 있는 어디나 그림 천지였다. 일반 갤러리 전시와 달리 집주인 노라의 작품들은 각을 맞추지 않은 채 주변의 사람이나 물건과 슬며시 어우러졌다.

집안을 기웃거리는데 어지러운 방 한가운데 기타를 안은 채 생각에 잠긴 꼬마 소녀를 발견했다.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노라의 손녀였다. 난장판 속에 자유로운 어린 뮤지션으로부터 예술의 본령을 본 듯했다. 창작이란 어쩌면 혼돈과 출신 성분이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아이들이 평범한 까닭은 방 치우라는 엄마의 잔소리 때문이었을까?

노라의 집에서 삼일이 훌쩍 지나갔다. 카셀을 떠나던 날, 노라는 우리 부부에게 작은 그림을 선물했다. 사방 8cm의 페인팅 "MANNAPUTS"는 작가가 2006년부터 이어온 작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뒷면에 번호와 고유한 이름을 적은 각각의 그림이 친구 또는 지인의 손길을 타고 다양한 장소로 옮겨지는 것이다. 이제 작품 1532번은 서울 한 공간에 자리 잡고, 부적처럼 나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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