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겁결에 베이킹을 시작하게 됐다. 코로나19 영향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집에 갇혀있어야 하는 나날을 보내다 그렇게 됐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재촉하기에는 일을 벌이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으니까. 언젠가 시댁에서 맛본 사과 크럼블(apple crumble)이 너무 맛있어서 시어머니께 레시피를 받아두었던 것이 생각났다. 두꺼운 요리책 속에 끼워져 조용히 잠자고 있었던 레시피를 깨웠다.
1. 사과를 작게 잘라 버터에 살짝 볶다가 레몬즙과 계핏가루를 뿌려 좀 더 부드러워질 때까지 조리듯이 볶는다.
2. 밀가루, 설탕, 아몬드, 버터를 한데 섞어 손가락으로 살살 비벼가며 덩어리 진 거친 반죽을 만든다.
3. 오븐용 용기에 볶은 사과를 깔고 그 위를 반죽으로 덮는다.
4. 200℃로 예열한 오븐에 30분 구우면 완성!
한 김 식힌 사과 크럼블을 오후 간식으로 내어놓으니 온 식구가 맛있게 먹었다. 위쪽은 건조하게 부서지고 아래쪽은 촉촉하게 혀에 착 감기는, 서로 다른 식감의 조화에 '엄지 척' 하는 큰 아이. 그 모습을 보니 성취감에 행복해졌다.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는걸? 그렇다면 다음에는 퐁당 오 쇼콜라(fondant au chocolat)를 구워볼까!'
지인에게 받은 레시피를 따라 만든 두 번째 케이크. 꾸덕한 표면을 칼로 잘라보니 안쪽에서 초콜릿 버터가 흘러내린다. 맛이 없을 수가 없는 비주얼. 또다시 성공이다. 재료를 몽땅 섞어 오븐에 넣는 것이 다인데, 대체 왜 이렇게까지 맛있는 건지 의문. 이쯤 되니 새로운 재능의 발견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 계속해서 간식거리를 굽다가 나중에는 피자 도우랑 빵까지 구워내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베이킹. 지루한 시간도 맛있게 구워내는 베이킹. 이 소일거리와 함께라면 어쩐지 집에 있기가 좀 더 견딜만해진다. 살찌는 건 덤이고!
[샘터 2020년 7월호 특집 집돌이 집순이의 '깨알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