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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리나 Jul 25. 2023

경계선 위에 서 있는 아이

며칠 전, 한 초등학교 교사가 6학년 생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뉴스를 봤다. 

내용을 살펴보니 초등학생의 부모는 우리 아이가 경계선 지능이라고 말했다. 

슬픈 일이다.


경계선 지능인이란 말 그대로 지능이 경계선에 있는 사람이다. 흔히들 검사하는 IQ 테스트를 기준으로 했을 때, 70 이하면 지적장애, 85 이상은 정상으로 분류되는데 그 사이 즉, 71~84 가 경계선 지능에 해당한다. 

하지만 IQ 점수만으로 판단하기는 힘들다. 70 이하여도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는 사람들도 있고, 85 이상이지만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 18세 이전에 발현되는데, 전국적으로 약 80만 명의 아이들이 경계선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수치이다.


그리고 통계적으로 나온 결과는 아니지만, 경험상으로는 아동보육시설에 경계선 지능 아이들이 많은 것 같다. 경계선 지능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도 있겠지만 후천적 요인도 크다고 한다. 어렸을 때 많은 자극을 주고받고 다양한 상호작용을 하면서 뇌와 지능이 발달하는데, 아무래도 보육원에서는 일반 가정보다는 그런 자극을 받을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각자 원하는 게 다 다르고 커 갈수록 또 그에 따라 자극도 변해야 하는데 모든 아이들을 하나하나 신경 써 주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요즘은 선생님들이 좀 더 늘긴 했지만 특히 예전에는 선생님 1명이 너무 많은 아이들을 돌보아야 하다 보니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사고를 치거나 해서 선생님 눈 밖에 나면 그런 자극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고, 보육원 내 인간관계 형성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어서 그런 게 아닐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경계선 지능 아동들은 아무래도 사고의 폭이 좁고, 사회적 관계 형성에 문제를 겪는다. 똑같은 말을 여러 번 얘기해도 매번 물어본다. 장난을 치거나 시비를 거는 게 아니라 정말 몰라서다. 실제로 있던 일인데, 시설에서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되어서 식탁을 치우자고 말하면 왜요?라고 매번 물어본다. 매일, 하루에 세 번씩 밥을 먹을 때마다 그렇게 물어본다. 선생님도 지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퇴소할 때다. 이들을 위한 별도 맞춤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자립 지원 프로그램을 함께 참여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당연히 그들에게는 잘 맞지 않는다. 또 경계선 지능 아동은 만 18세까지만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다른 아동들보다도 훨씬 더 반복적, 지속적인 훈련을 해야 문제 해결 능력이나 대응 능력이 생길 수 있는데, 오히려 보호기간이 더 짧은 것이다. 


경계선 지능 아동들의 또 하나의 이슈는 여러 가지 다른 증상이 복합적으로 같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ADAH가 같이 오는 경우도 많고 우울증 등 정서장애를 겪는 친구도 많다. 이런 아이들은 약을 계속해서 먹어야 하는데, 그나마 시설에서는 선생님들이 약을 챙겨주지만 퇴소 후에는 보호자가 없으니 약을 제대로 먹지 못해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도 자립지원금이라는 큰돈이 주어진다. 그러다 보니 많은 아이들이 사기를 당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제대로 쓰기는 어렵다.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경우는 당연히 너무 많고, 휴대폰을 개통하러 갔다가 직원들의 말에 속아 넘어가 핸드폰 4대를 개통해서 온다든가, 충동적으로 소액결제를 계속해서 빚이 몇 백씩 쌓여 신용불량자가 되어버리는 아이들도 정말 많다. 

이 자립지원금은 이들에게 사실 전부인 돈인데, 이 돈을 잃게 되면 재기하기는 정말 힘들다. 결국 바로 수급자로 떨어진다. 장애 등급이 없기 때문에 뭔가 지원해 주기에도 어려워서 주민센터 등에서도 개입하기 힘들고 결국 사각지대가 된다.


경계선 지능인은 정말 경계선에 있다. 최근에서야 느린 학습자 센터가 생기고 경계선지능인평생교육센터에서 직업 훈련을 제공하는 등 관련 규정도 보완되어 가고 있지만 그들을 위한 제대로 된 지원책은 아직 찾기 힘들다. 더 많은 관심과 정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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