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한 번쯤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다 해답지를 슬쩍 보며 숙제를 제출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마치 내가 푼 것처럼 문제를 채우고, 정답을 맞힌 뒤 빨간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그릴 때 느껴지던 짜릿함. 나는 해답지가 주는 손쉬운 유혹에 자주 넘어가곤 했다. 해답지를 보고 푸는 수학 문제는 달콤했다. 정답을 맞히는 쾌감만큼은 출처와 무관했으니까.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 내 앞에는 해답 없는 문제집만 쌓여 있다. 해답이 없으니 내가 풀어낸 문제에도 점수를 매길 사람이 없다. 결국 내가 스스로 점수를 매겨야 한다. 이게 맞는지, 내가 잘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해답은 내 안에 있다. 문제를 풀고, 정답을 찾고, 내 점수를 스스로 선언하는 것.
제 점수는요? 아직은 빨간 동그라미를 그릴 만큼 대답하기 어렵지만, 언젠가는 그 해답지도 내가 만들어낼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