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노트'를 열며
나는 글쓰기에 큰 에너지를 쓰는 사람이다. 짧은 글을 쓸 때도 며칠에 걸쳐 꾹꾹 눌러쓴다. 그래서 글이 무겁다. 내 글을 읽고 숨이 턱턱 막힌다는 사람도 있었다. 쓰는 사람이 에너지를 너무 과하게 투입하니, 읽는 사람도 힘든 거다. 그래서 내 글은 조회수가 그리 높지 않다. 다만 몇몇 사람들이 내 글의 가치를 알아봐 주기는 한다. 공개된 글은 몇 편 되지 않는데, 내가 쓴 글을 통해 강의나 기고 요청이 오기도 한다. 고비용이지만, 저효율은 아닌 셈이다.
이런 글 작업 스타일이 건강에 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쓸 때마다 나를 갉아먹는 느낌이다. 기고문 한 편을 쓰려면 며칠 동안 끙끙 앓다가, 마감이 닥쳐야 마지못해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한다. 다행히 오랫동안 고민을 했기에 전달해야 할 메시지와 글의 대략적인 구조는 잡혀 있다. 하지만 머릿속의 구상을 문장이라는 물질로 변환하는 데 너무 큰 에너지가 소모된다. 마감 전날이면 식음을 전폐하고(이건 좀 과장이다. 난 식탐이 많은 사람이다), 글쓰기 외에는 아무것도 못하고, 노트북을 잡고 매달린다. 한 문단 쓰고 막히면 담배 한 대 피우고 오기를 반복하며, 평소보다 흡연량이 1.5배는 늘어난다. 한 편의 글을 다 쓰고 나면 뇌가 쫄깃해진다. 나를 갈아 넣어서 글 한 편을 완성하는 일을 과연 계속할 수 있을까?
글 작업 스타일을 바꿔보기로 했다. 브런치에 공개할 글 한 편을 쓰는 데 며칠씩 걸린 적도 많았다. 그래서 1년에 한두 편 공개할까 말까 한다. 브런치에 비공개된 글은 수백 편 쌓여있다. 이런 완벽주의형 글쓰기에서 탈피해 보기로 했다. 노년이 되어도 글을 쓰며 살고 싶은데, 이 상태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브런치에 '작업노트(Working-Notes)'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여기는 내가 일하면서, 공부하면서 든 생각을 자유롭게 글로 정리하는 공간이다. 편하게 쓰고, 완성도를 따지지 않고 공개하기로 했다. 아마도 농촌과 로컬에서 나의 삶과 활동, 대학원을 다니며 읽었던 책들, 그리고 쓰고 있는 논문들의 조각 같은 것들이 소재가 될 것 같다. 참고로 42살에 뒤늦게 대학원 석사과정을 시작했고, 지금은 박사과정 마지막 해다. 내 글이 더 무거워진 이유는 그동안 푸코, 하버마스, 라투르 같은 어려운 책을 읽고, 주로 전문가들이 읽는 논문 같은 글을 써왔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글을 쓰는 어깨에 힘을 뺀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쓰려고 마음먹지 않는다. 한 문단을 쓰고 다음 문단을 이어갈 때 막히면 잠시 멈춘다. 그럴 때 뇌에 인지적 부담이 커지고, 그래서 담배 생각이 나는 거라고 AI가 알려줬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요즘 나는 24년간 폈던 담배를 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글쓰기와 담배는 늘 맞물려 있다. 담배를 끊기 위해 글쓰기를 끊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글을 쓰면서 내가 인지적으로 얼마나 부담을 느끼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안 써진다고 억지로 짜내지 않는다. 일단 멈추고 물을 한잔 마시거나, 마당에 나가 고양이들이 노는 모습을 잠깐 구경하고 다시 돌아온다. 그래, 멈춰도 괜찮다. 글을 쓰는 공간으로 다시 돌아오면 된다.
이 글도 그렇게 쓰였다. 5~6 문단 정도의 글을 쓰는데, 2~3번 정도 멈추는 순간이 있었다. 멈추고 다시 쓰기는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 이렇게 매일 쓴다면 적어도 일주일에 2~3편 정도는 브런치에 공개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앞으로 작업노트에서 내가 쓴 글들을 기대하시라. 다루는 주제는 무거울지라도, 글은 최대한 가볍게 써볼 거다. 그게 어떻게 가능할지, 아직 잘 모른다. 일단 글로 써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글쓰기 부담을 줄이는 방법도 여러 가지 경험해 봐야 나만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찾은 생각의 조각들을 이 작업노트를 통해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