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귀촌생활 1편
나름 귀촌생활 16년 차지만, 아직도 시골생활에서 배울 게 너무 많다. 여름마다 집이 너무 습해지면 오래된 시골집이라 그런가 보다 했는데, 시골에서 자라서 오랫동안 전원생활을 한 선배가 한 마디 했다.
"네가 집 주변에 풀을 안 베서 그런 거야. 제초하고 집 주변 나무도 바람 잘 통하게 잘라봐. 그럼 습기가 완전히 사라질걸!"
'시골에 살더라도 너무 부지런하면 시골 생활의 여유가 없어진다'고 나 자신의 게으름을 변명해 왔지만, 아차 했다. 며칠 전 풀과 나무가 우거져 있던 뒤뜰을 제초기로 돌리고 가지가 번성한 나무를 잘랐다. 장독대가 있는 걸 보면, 예전에는 볕이 잘 들던 곳이었을 텐데, 풀도 풀이지만 감나무, 벚나무 등등 여러 나무들이 우거져 거의 숲이 되어가고 있었다. 풀과 나무가 집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부탄가스를 연료로 하는 가벼운 제초기를 돌리고 있는데, 갑자기 오른손이 '파바박'하면서 불똥이 튀는 느낌이 들면서 통증이 몰려왔다. 손이 저려서 감전된 줄 알았다. 요즘 팔꿈치가 아파서 제초기 손잡이를 제대로 잡지 않고 쇠 부분을 잡고 작업을 한 탓인 줄 알았다. 팔뚝에는 화상을 입은 듯 빨간 반점이 곳곳에 생겼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두꺼운 장갑을 끼고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순간 왼손 팔뚝이 공격을 당했다. "이거 뭐지? 감전이 아닌가?" 뭔가에 쏘인 느낌이었다. 그제야 작은 나무 아래에 벌집이 눈에 들어왔다. 벌이 크지는 않았지만, 꿀벌처럼 귀엽지도 않았고, 연노랑색의 무섭게 생긴 벌이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큰 뱀허물 쌍살벌'이다. 뱀허물처럼 벌집을 짓는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고 한다. 꿀벌과 달리 쌍살벌은 침을 여러 번 쏠 수 있다고 한다.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했다. '감전이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겨우 벌에 쏘인 거잖아.' 처음 마음먹었던 대로 제초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벌을 모두 살상하고, 벌집을 짓이겨 없앴다. 그리고 작업을 마무리했다. 뒤뜰에 햇볕이 들어 축축했던 땅이 말라가는 걸 보니 뿌듯했다. 그런데 밤부터 벌에 쏘인 두 팔이 퉁퉁 붓기 시작했다.
"아빠 팔이 꼭 도라에몽 같아."
막내아들은 아빠를 걱정하기는커녕 재밌는 거라도 발견하듯 놀려댔다. 하루 밤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다음 날이 되자, 팔은 더 부었고 가렵기까지 했다. 7-8군데는 물린 것 같다. 알레르기 반응 때문인지, 눈이 맵고 눈물과 콧물이 계속 났다. 다음날 밤 집이 습하면 풀을 깎으라고 조언했던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벌에 물렸다고 하니 또 조언을 해준다.
"너 벌 타니? 부으면 약 먹어야 돼. 옻닭 먹을 때 주는 약 같은 거 있잖아. 집에 항히스타민제 약 있으면 먹어."
이미 늦은 시간이라 약국을 갈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옻닭을 먹지 않기 때문에 선배가 말한 '지르텍' 같은 약도 없었다. 그런데 순간 며칠 전 첫째 아이가 두드러기가 나서 약국에서 사 온 약이 생각났다. 비염 치료제라고 쓰여 있었는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항히스타민제로 분류되어 있었다.
약을 먹고 1시간 정도 지나자 붓기도 가라앉고 가려움도 사라졌다. 시골 생활을 그리 오래 해놓고 이런 것도 모르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 시골생활이지 농사도 짓지 않고, 라이프스타일은 도시형이다.
사실, 시골생활이 도시보다 더 다이내믹하다. 자연이 바로 옆에 있으니, 언제 변화무쌍한 자연이 어떤 말을 걸어올지, 어떤 행위를 할지 예상할 수 없다. 야생과 문명의 중간 지점쯤 되는 곳이 시골이다. 15년을 살았지만 아직 멀었나 보다. 앞으로 좀 더 시골생활에 집중해야겠다. 자연이 우리 집을 덮치기 전에, 공존하는 나름의 법을 배우고 터득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