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 청년을 만나면

힘내라! 시골청년 01

by 정명진

서천군 한산면 '삶기술학교' 청년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시골살이를 꿈꾸는 청년들은 이곳에서 한 달 동안 살면서 모시, 소곡주, 대장간 등 다양한 삶의 기술을 배우고 그 경험을 기록했다.


강의는 청년들이 주민들을 만나 쓴 인터뷰 글을 코칭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낯선 농촌환경 때문인지 청년들이 쓴 초고는 경직되어 있었다. 자신의 글이 혹시나 한산면 주민들에게 누가 될까 봐 최대한 조심스럽게 쓴 것 같았다. 먼저 마음부터 말랑말랑하게 풀어줘야 했다.


"인물과 인물이 만나면 사건이 일어납니다. 사건과 사건을 연결하면 스토리가 되죠. 여러분과 같은 청년이 지역 주민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것 자체가 특별한 사건이에요. 시골에서 흔히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여러분이 이 사건의 주인공이에요. 그럼 주인공답게 주민들을 만난 자신의 느낌을 과감히 드러내세요."


강의를 듣고 나서 몇몇 친구들이 고쳐 쓴 글을 보내주었다. 초고와 다르게 글에 생동감이 담겨 있었다. 청년들이 시골을 바라보는 풍경, 주민들을 만난 느낌이 온전히 드러났다. 그제야 그들 내면의 어떤 부분이 스스로를 시골로 이끌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청년들만의 시선으로 시골을 바라보며 자신의 꿈을 투영했다.


시골이 청년을 만나면, 시골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으로 변한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 청년은 낡은 읍내 거리가 세트장같이 보이고, 창업을 꿈꾸는 청년에게 시골은 아무도 손대지 않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공연을 기획하는 청년에게 시골은 무대에 올리고 싶은 이야깃거리로 가득 찬 보물창고가 되기도 한다. 이런 구체적인 이야기와 귀농귀촌 청년들의 고민을 이번 연재를 통해 풀어보려고 한다.


공간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대로 변하는 법이다. 노인들만 남아 있고, 빈집이 넘쳐나고, 일상이 지루한 곳으로만 바라보면 시골은 늘 그런 모습일 수밖에 없다. 반면 시골 청년들은 이곳을 다양한 가능성의 공간으로 바라보고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한산면 '삶기술학교'에서 한 달을 보낸 도시 청년들 일부는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도 한산면에 남았다. 몇몇은 다시 도시로 돌아갔거나, 자신이 둥지를 틀 또 다른 시골을 찾아 나섰을 테다.


시골에서 삶을 새롭게 디자인하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돌이키기 힘들다. 그것이 시골의 매력이다. 상상력을 펼칠만한 뭔가를 시골에서 찾는다면 다양한 실험을 해주길 바란다. 어쩌면 그 실험이 시골의 유일한 희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