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명진 Feb 11. 2020

[서문] 마을활동가를 위한 글쓰기 강의

지역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의를 하는 것이 내 업이 되었다. 지난해부터 의도하지 않게 여기저기 지역에서 글쓰기 강의 요청을 받았다. 생각해보면 의도라는 것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예전부터 강단에 서는 것이 꿈이었다. 그 꿈은 석박사 학위를 따야만 가능한 줄 알고 일찌감치 포기했었다.


내가 강의를 한다면 평생 동안 집중할 수 있는 분야이기를 원했다.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뒤늦게 깨달았지만, 성인이 된 이후 20년 동안 내 인생에서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추구해온 것은 글쓰기라는 것을 알았다. 기자로 일할 때는 저널리즘이 내 업인 줄 알았고 창업을 할 때는 사업을 통해 조직을 꾸려 나가는 것이 내 업인 줄 알았다.


대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문학동아리 활동(사실 문학동아리에서도 시를 못 쓴다는 평을 많이 받았다. 그래도 동아리 활동이 즐거웠고 동아리 회장까지 했다. 그때도 나는 글보다 동아리라는 조직을 운영하는 걸 더 좋아하는 줄 알았다)과 기자, 콘텐츠 회사 창업까지 내가 거친 모든 업을 한 단어로 묶을 수 있는 열쇳말은 '글쓰기'였다.


신문사를 그만둘 때, 새로운 회사를 창업할 때도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좀 더 제대로 된 글을 쓰고 싶다. 제삼자를 표현하는 글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글을 쓰고 싶다.'

그것은 억제할 수 없는 내면의 목소리였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새로운 회사를 창업한 것도 나를 표현하는 글쓰기와 누군가의 글쓰기를 돕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글을 쓰는 동안 나를 더 잘 알게 되었고, 누구나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잘 알기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런 도움을 받기 힘든 농촌 지역의 주민들에게 이 책이 쓸모 있었으면 좋겠다.


새로 창업하면서 출판업을 등록했다. 내 출판사에서 내 책을 직접 내고 싶다. 이 책은 내가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잘 기획할 수 있고, 가장 잘 팔 수 있다(물론 혼자 책을 기획하다 보니 놓치는 부분이 많은데, 주위의 글 동무들이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거라 믿는다). 일종의 독립출판이다.


첫 책의 주제를 '마을활동가를 위한 글쓰기 강의'로 잡은 이유는 간단하다. "아는 것부터 써라"는 격언에 충실했을 뿐이다. 한해에 수십 차례 강의하는 주제이기도 하고 내가 20년 동안 붙잡고 있는 것은 열쇳말이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요즘 글쓰기 관련 책은 매년 수십 권씩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글을 처음 쓰는 농촌의 어르신들,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지역 청년들을 위한 글쓰기 책은 아직 찾아보지 못했다. 특히 글쓰기라는 행위와 마을이라는 공간이 만났을 때 생기는 힘을 믿는다. 글을 쓰면서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공간에 대해 수용하면서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이 책을 통해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의했던 내용과 그동안 내가 글을 쓰며 알게 된 점을 정리하려고 한다. 글은 두 묶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글 묶음은 글쓰기에 도움이 될 만한 에세이다. 글을 써온 나의 경험,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피드백했던 내용들을 풀어보려고 한다. 백지상태에서 글 한편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주려고 한다. 이 과정만 따라오면 글을 처음 쓰는 사람도 스스로 만족할 만 글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졸업하고 40년 만에 처음으로 글을 쓴다는 태안에 사는 50대 후반 아주머니도 아주 멋지고 감동적인 에세이를 완성했다. 자신감을 가지시라.


두 번째 글 묶음은 보다 실용적이다. 실제로 글쓰기 강의 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마을활동가들이 활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보령시에서 진행한 '마을신문 강의', 태안군에서 진행한 '마을 에세이 강의', 천안에서 진행할 '마을 스토리텔링'  등 실무적인 프로그램도 포함되어 있으니 마을만들기 사업을 지원하는 센터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이 책은 마을을 소재로 글을 쓰거나, 마을 주민들과 함께 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의를 준비하는 예비 강사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 내 구상은 지역에서 '마을 글쓰기 강사'를 양성하는 일이다. 잠깐 나의 사업구상을 적어보자면 이렇다.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짧게는 3주, 길게는 9주간 강의를 마치고 나서도 주민들은 글을 봐달라고 보내주곤 했다. 주로 강의는 글 소재 찾기, 구성 잡기부터 계속 글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피드백을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강의가 끝나고 나서도 그런 피드백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강의할 때처럼 온 정성을 다해서 자세히 피드백해주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그래서 글쓰기 피드백을 전문으로 하는 강사를 양성하고 그들이 온라인으로 주민들의 글을 피드백해 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생각이다. 글쓰기 강사와 일반 주민들이 글쓰기라는 소재로 만나는 플랫폼이다. 이 책이 개정판을 내게 된다면 그 온라인 플랫폼 주소를 적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온라인 플랫폼을 만드는 동시에 책을 발간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쓸 수 있게 해 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홍성군, 보령시, 태안군, 아산시, 천안시, 금산군 등 각 지역 마을만들기 지원센터 여러분들은 이 책의 소재라고 할 수 있는 글쓰기 강의를 마련해주셨고, 글로 주민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나를 이들 센터에 소개해준 충남 마을만들기 지원센터 정석호 박사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나를 많이 활용해주시길 바란다. 특히 마을 아카이빙 강의로 전국을 순회하시는 협동조합 품 복권승 선생님께도 특별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복 선생님은 자신이 맡을 강의를 내게 양보해주시기도 했다. 또한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내가 활동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준 구자인 충남 마을만들기 지원센터장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신문사를 나와 이 영역에서 내가 활동하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구 센터장님이 계셨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내가 이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1년 넘게 미루고 있었는데, 갑자기 책쓰기 모임을 하자고 제안해준 '호호'에게도 인사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호호! 나 지금도 너랑 한 약속 때문에, 책쓰기 모임 시작 30분 전에 이 글을 도서관에서 쓰고 있어. 네가 제안하지 않았다면 이 글은 나오지 않았을 거야.ㅎㅎ'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