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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명진 Oct 24. 2020

마을회관 건축, 어디까지 아시나요?

2020년 제3회 충남 마을만들기 대화마당 in 태안

“마을 안에서 공동으로 소유하고 관리하는 거의 유일한 시설이 마을회관입니다. 마을회관을 어떻게 활용하고 다듬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만 그 문제의식을 놓치고 있습니다. 마을공동체 활동의 거점 공간인 마을회관의 의미를 분명히 알고 바꿔나가야 합니다.” 


지난 7월 31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소근만권역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제3회 충남 마을만들기 대화마당은 마을의 중심 공간인 마을회관에 집중했다. 특히 노후 마을회관을 개선하기 위한 전문적인 건축 기술과 관련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 좌장을 맡은 구자인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장은 “마을 사업을 하면 건축물을 짓게 되는데 건설, 시공에 대한 학습이 그동안 부족했다”며 마을활동가들도 건축의 기본적인 지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곰팡이와 누수, 오래된 마을회관 


이날 대화마당의 주제발표는 건축사사무소 TOP 이영호 건축사가 맡았다. 이영호 건축사는 태안군 정죽4리 마을회관을 사례로 ‘농촌 공동생활시설의 공간 구성과 제로에너지 건축물 구현 방안’을 발표했다. 


이영호 건축사에 따르면, 전국의 마을회관 중 건축법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시기에 지어져 19년이 넘은 노후 건축물이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또한 벽돌 등으로 쌓아 올려 짓는 조적조 건물이 83%로, 구조적으로 열악한 건물이 많다. 


이런 마을회관에서는 여름 장마철이 되면 곰팡이와 누수 문제로 골치 아파한다. 겨울철이 되면 벽의 빈틈으로 들어오는 ‘웃풍’으로 난방비도 감당하기 힘들다. 모두 건축물의 구조적인 한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이 건축사는 “마을회관 사용자가 대부분 어르신인데 낡은 시설물에 생기는 결로와 곰팡이 때문에 공기질이 나빠져 노령자들을 배려해야 할 공간이 오히려 그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 건축사는 ‘농촌 공공생활 시설 제로에너지 표준모델’을 제시했다. 이 표준모델은 건축방식 만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패시브’와 급탕, 조명 등 각종 설비를 이용한 ‘액티브’, 태양광 등으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는 ‘신재생’ 등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마을회관의 에너지 효율 향상과 쾌적한 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죽4리 그린리모델링, 에너지 효율과 쾌적함 갖춰 


이영호 건축사는 ‘농촌 공공생활 시설 제로에너지 표준모델’을 적용한 태안군 근흥면의 정죽4리 마을회관의 ‘그린리모델링’ 사례를 소개했다. 


정죽4리 마을회관은 기존 1층 건물 옥상에 샌드위치 판넬로 2층을 얹힌 구조다. 2층에는 안마기와 각종 운동기구를 갖추었지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실외로 노출되어 있다. 가파르고 좁아서 고령자들은 이용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정부 지원금이 나올 때마다 예산에 맞춰 마을회관을 증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지 확보가 힘들다 보니 정죽4리처럼 1층 건물 옥상에 건물을 올린다. 주민들의 요구는 많고 예산은 한정되어 있으니, 쾌적한 환경과 이용자의 편의성까지 고민하지 못한다. 


정죽4리 마을회관은 ‘그린리모델링’ 후 연간 에너지 비용이 31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절반이나 줄었고 누수와 곰팡이 걱정은 사라졌다. 무엇보다 마을회관 실내 공기와 환경이 쾌적해졌다. 


건물 내부도 바뀌었다. 대부분 마을회관이 그렇듯이 할아버지 방, 할머니 방이 따로 분리되어 있다 보니 각각의 공간이 좁았는데, 구조 변경을 통해 회의실과 거실 공간을 넓게 확보했다. 


노후 마을회관, 리모델링할까? 신축할까? 


주제발표에 이은 질의응답 및 토론에서 대화마당에 참여한 마을활동가들은 마을회관 건축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의견을 내놨다. 


특히 노후 마을회관 ‘그린리모델링’의 비용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정죽4리의 경우에도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해서 건물의 기능과 공간이 추가된 측면도 있지만, 기존 건물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실제 리모델링 비용이 평균적인 신축 비용을 넘어섰다. 


노승복 청양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은 “청양군 마을회관 지원에 대한 조례에 따르면 마을회관의 신축은 준공 20년 이상, 리모델링은 5년 이상으로 제한하고, 리모델링 비용은 신축의 50%를 넘어서지 못한다고 정해놨다”며 “그린리모델링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을회관의 습기, 곰팡이뿐만 아니라 실내에 자주 출몰하는 벌레도 걱정이라는 질문이 나왔다. 습기와 온도는 건축 전문용어로 ‘기밀도’와 관련이 있다. 기밀도가 높으면 실내 온도 및 습도 유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벌레가 들어오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이영호 건축사는 “외부 단열로 전체 건물을 둘러싸면 외부 습기는 거의 다 막을 수 있다”며 “패시브 방식으로 건축하면 기밀도가 0.6회 이하인데, 이 정도면 외부 공기도 들어오기 힘든 수준이라 벌레가 집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열 환기 및 습기를 배출하는 장치를 설치하면 내부 공기를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을회관에 어떤 기능을 담아야 하나? 


구자인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장은 “마을회관은 30평 남짓인데 공부방, 찜질방, 요가공간 등 주민들의 요구는 다양하다”며 “어떤 기능을 담을지, 마을회관의 개념부터 새로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산군마을만들기지원센터 이경은 신활력사업팀장은 “마을회관 기능 중 하나가 함께 밥을 먹는 것인데 주방이 열악하다”며 “함께 밥을 먹는 공간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당진시에서 온 한 참가자는 “젊은 층이 마을회관을 사용하려고 해도 제도적으로 마을회관 운영비가 노인회에서 지원되다보니 힘든 측면이 많다”며 “이런 부분 때문에 주민들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농촌디자인네트워크 최성재 대표는 “농촌 지역에서 마을회관보다 목적과 기능이 다양한 건축물은 없다”며 “여러 가지 목적 중에 주목적과 부목적이 구분되지 않으면 혼선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기준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자인 센터장은 “건축비와 운영비의 재원이 묘하게 결합된 상태에서 담당 부서도 다르고 여러 가지 딜레마가 존재한다”며 “이번에는 건축 기술 관련해서 집중했고, 다음 대화마당에서 마을회관의 운영 관련된 이야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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