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후 나나 아이의 컨디션을장담할 수 없으니 2주 동안 빠지게 될 아이 치료를 미리 당겨서 채웠다. 식사를 거부하던 아이가 회복하는 중이라 보강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무리가 됐는지 감기에 걸렸고 나까지 덩달아 몸살이 왔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밥 안 먹는 아이를 데리고 밤마다 산책하고, 주말마다 여행을 다니고, 그나마 있는 빈 시간에 보강을 한다고 돌아다녔으니 병이 날 만도 했다.
그리고 첫 3일을 함께 지낼 친구네 일정이 출발일 열흘 전 정도에 확정되어서, 떠나는 날 비행기 시간을 친구네와 맞춰 항공권을 급하게 다시 예약하고 렌터카도 기존 예약을 취소하고 카니발 3일과 나머지 기간K3로 나누어 빌리기로 했다.
두 사람 옷과 비상약, 아이 기저귀, 장난감, 목욕용품, 이불만 넣어도 우체국 제일 큰 상자(5호) 하나로 모자라서, 어차피 두 상자 부칠 건데 각자 슬리퍼도 챙기고 아이 책 몇 권과 우비, 우산, 쌀과 주방 양념 몇 가지, 편한 크로스백과 각티슈까지 알차게 넣어서 택배를 부쳤다. 그리고 생수와 아이들 음료, 당장 먹을 채소나 달걀 같은 식료품은 렌터카와 같은 계열인 대형마트에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렌터카를 인수받을 때 같이 픽업하기로 했다.
내 딴에는 알차게 준비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다른 엄마들과 비교하면 결코 알찬 사람이 아니었다.
숙소를 빌린 거니 생활필수품이야 당연히 있는 거지 챙길 생각도 안 했는데, 도착해서 둘러보니 샴푸, 비누, 세탁 세제도 없고 두루마리 휴지도 보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숙소 주인장 말씀으로는 처음에는 비치해 놨었는데 보름 이상 묵는 사람들은 으레 다 챙겨가지고 와 손도 대지 않기에 치웠단다. 띠옹~
그러고 보니 숙소 위치 잡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서 공과금 부담하는 것만 겨우 알았지 생필품은 어디까지 챙겨 가야 하는지를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다. 나름 꼼꼼녀인 줄 알았는데... 허당이었네.
주인장께서 두루마리 휴지를 한 아름 가져다주시며 더 필요한 것 있으면 얘기하라 하시는데 휴지만으로도 황송해서 감사하다 인사하고 바로 다음날 홈플러스에 갔다.
제주 도착
서울에 있는 친구와 그녀의 두 아이들이 김포에서 출발해 오는 동안 우리는 먼저 도착해 렌터카를 받아서 다시 공항으로 돌아왔다. 만나자마자 저녁에 먹을 고기만 사고 부지런히 움직였는데도 제주시에서 빠져나오는 시간이 걸리다 보니 숙소에 도착했을 땐 벌써 오후 5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늦은 아침을 먹고 종일 이동만 해서 모두 지치고 배고픈 상태였다.
다시 30분을 달려 화순 친구 집으로 가는데 차창 밖 제주의 반가운 풍경이고 뭐고 다들 힘이 들어 아우성을 쳤다.
제주도에서 다 같이 보는 건 2년여 만이었는데, 밥 먹느라 바빠서 사진 한 장 찍을 생각을 못했다.
둘째 날 먼저 일어나 아침밥을 준비해놓은 친구가 새소리가 너무 커서 일찍 잠이 깼다고 한다.
친구네가 돌아간 후 뒷마당 쪽 방에서 자 보니 정말 그랬다.
밥 먹고, 짐도 좀 풀고, 마당 구경도 하고 우리는 점심때쯤 산방산 쪽으로 다시 이동했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어제와 같은 길로 다시 가는데 전혀 다른 길이었다.
조수석에 앉은 친구는 한라산이 보일 때마다 와, 좋다~ 했고
뒤에서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친구의 여섯 살 아들이 이모, 이모, 카니발 좋아요~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