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도 가독성, 둘째도 가독성, 셋째도 가독성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가독성. 보고서는 가독성이 생명인 것!
임원A : 최르미온느님. 이거 OO팀 자료인데 안 바쁘면 한번 봐줄 수 있어요?
최르미온느 : (절대 안 바쁘지 않지만) 아, 네! 언제까지 드리면 될까요?
임원A : 금일 퇴근 전까지면 됩니다.
최르미온느 : 네.
“내 일인 듯, 내 일 아닌, 내 일 같은 너~♪"
절로 노래가 나온다. 회사 일 대부분이 하기 싫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하기 싫은 업무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남의 팀 보고서 손봐주는 일이다. 본인이 몸 담고 있는 본부에서 나가는 거의 대부분의 보고서가 다 본인의 손을 거친다. 사무실에서 주요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보고서. 그러나 정작 보고서다운 보고서를 쓰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유인즉슨, 대부분 직장에서는 한두 명의 일부 인원만이 보고서를 작성하고 그 외 직원들은 백데이터만 제공하는 형태로 일한다. 때문에 실제 데이터를 관리하는 직원들은 실무적 자료는 충분하지만 이를 어떻게 보고서에 담아야 할지 고민해 본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아 갑작스레 보고서를 작성해야 될 일이 생기면 당황하는 일을 종종 본다. 그래서 위 OO팀 자료 또한 임원의 눈에 차지 않는 것이었다. 임원은 왜 OO팀 보고서가 맘에 들지 않았을까? 수없이 많은 보고서를 쓰며 알게 된 빠꾸 먹는 보고서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많은 정보를 무조건 한 페이지 안에 몽땅 때려 넣고 본다.
둘째. 총 천연색을 동원해 눈이 아플 지경으로 무엇이 중허고, 무엇이 중허지 않은지 알 수 없다.
셋째. 도식 위치, 선 굵기 심지어 글자체까지 통일성이고 뭐고 자유분방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생각해 보라. 내가 작성한 내용도 아닌데 보고서가 이리 산만하고 읽기 불편하게 되어 있다면 과연 누가 자신 있게 보고할 수 있겠는가. 본인이 직접 발표자가 아니고서야. 찰떡같이 만든 보고서 한 장은 아무리 평범한 프레젠테이션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잘 보고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만큼 잘 만들어진 보고서 한 장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만들어야 발표하기 좋은 보고서가 될까? 지금부터 보고서 작성으로 하루를 시작해 보고서 검토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어쩌다 부장언니 최르미온느가 말아주는 '좋은 보고서 만드는 방법'을 공개한다.
1) 지저분하게 할 바에 차라리 심심하게 만들어라.
열정적인 신입사원이나 경력 입사자들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보고서를 통해 자신을 돋보이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자신의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흔한 도구가 보고서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무료 템플릿이나 유료 디자인을 다운로드해 그 위에 보고서를 작성하곤 한다. 이러한 행동 자체는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나, 레슨 1에서 했던 말을 기억하는가. 이곳은 총성은 없는 분명한 전쟁터다. 전쟁터에선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보고도 다르지 않다. 성격과 목적에 따라 옷이 달라지듯 보고서의 형식과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다운받은 양식은 그런 살아 있는 보고의 숨결이 없다. 그러니 그 틀에 자료를 억지로 구겨 넣다 보면 결국 기형적인 괴물이 탄생하고 만다.
물론 전문가들이 만든 디자인이니 분명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 있다. 가령 색감, 도식, 배치 정도는 차용해도 좋다. 그것들이 메인이 되지 않게만 한다면 말이다. 또한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하겠다고 너무 많은 색을 사용하거나 채울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보이지도 않는 이미지를 크게 넣어 오히려 일을 망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결국 보고서의 본질은 보여주기 위한 문서가 아니라 이해시키기 위한 문서다. 겉모습보다 중요한 건 보는 사람이 내용을 한눈에 파악하고 핵심을 정확히 전달받을 수 있느냐이다. 즉, 예쁜 작품이 아니라 한눈에 들어오는 메시지를 담은 도구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화려함 대신 단정함을, 장식 대신 구조를, 욕심 대신 명료함을 선택하라. 과함은 부족함만 못하다. 기억하라. Keep it simple! 이것이 좋은 보고서의 첫 번째 요건이다.
2) 균형감과 일관성을 유지하라.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잘 만든 보고서일수록 손이 많이 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손이 많이 간다는 게 꼭 복잡하고 어려운 걸 의미하진 않는다. 오히려 작은 부분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였다는 뜻이다. 본문이 시작되는 위치, 글꼴과 크기, 표의 선 굵기 하나에도 신경 쓴 흔적이 묻어 있는 보고서라면 이미 반은 성공한 셈이다. 흔히 간과하는 부분이 바로 균형감이다. 첫 화면을 열었을 때 어딘가 한쪽으로 쏠려 보이거나, 미묘하게 치우침이 느껴진다면 그건 균형이 무너진 자료다. 보고서는 결국 시각자료다. '보기 좋다'는 건 단지 디자인이 예쁘다는 뜻이 아니다. 화면에서 안정감이 느껴져야 한다. 아무리 내용이 훌륭해도 시각적으로 불안해 보이는 자료는 설득력을 잃는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세 쪽짜리 보고서를 쓴다고 가정해 보자. 페이지마다 글자 크기가 제각각이고, 강조 색상이 파란색, 하늘색, 주황색으로 들쭉날쭉하다면? 보는 순간 산만함이 먼저 느껴질 것이다. 결국 보고서의 품질은 얼마나 많은 정보를 담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깔끔하게 정리했느냐에 달려 있다. 보기 좋은 보고서가 듣기 좋은 보고가 된다. 디테일은 사소한 차이가 아니라 완성도를 결정짓는 힘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3) 접속사, 조사, 부사 등 핵심 단어를 제외한 불필요한 말은 모두 걷어 내라.
중언부언만큼 끔찍한 보고서가 또 있을까. 그러나 그것 만큼이나 보기 힘든 보고서가 바로 주절주절 말이 너무 많은 자료다. "오대수는요. 말이 너무 많아요~" 올드보이의 명대사 중 하나다. 다른 부서에서 만든 자료를 손보다 가끔 이 대사가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보고서는 짧은 시간 내 하고자 하는 말을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긴 문장이나 장황한 맥락을 처리할 때 인간의 집중력과 인지 부담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또한 인지과부하 이론에 따르면 정보가 과도하게 제공되면 뇌가 효율적으로 처리하지 못해 피로감을 느낀다. 대부분 직장에서는 소수의 의사결정자와 다수의 보고자가 존재한다. 소수의 의사결정자들이 하루에 처리해야 할 정보가 얼마나 많겠는가. 따라서 핵심을 간결하게 요약 보고할수록 보다 합리적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돕는다. 듣는 사람이 쉽게 이해하고 집중할 수 있으며, 메시지 전달력도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즉, 보고서와 발표에서는 짧고 명확한 표현이 곧 효과적 커뮤니케이션이며 성과로 이어지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치면 나라면 다음과 같이 줄일 것이다.
(본래 문장)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하고 조용하게 집중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공간을 연출하여야 함.
(수정 문장) 학생 스스로 학습 및 집중 가능한 공간 연출 필요
어떤가? 같은 문장이라도 훨씬 간결하지 않은가?
보고서 작성의 모든 과정은 결국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역량의 연속이다. 잘 쓰인 보고서는 복잡한 정보를 간결하게, 핵심 메시지를 균형 있게 전달해 누구든 쉽게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보고서 한 장이 곧 내 일의 품격과 조직의 신뢰를 결정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실무 TIP!
-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색상은 최대 3개 이상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자. 물론, 첨부하여야 할 그림파일 자체가 알록달록한 경우는 제외다. 다만 그런 이미지가 들어갈수록 본문 상 색상 사용을 더욱 최소화하여야 한다.
- 연속 동일 양식을 이용해 표나 그림을 첨부하여야 한다면 화면 전환 시 이들 자료가 움직여 보이지 않도록 첨부 위치와 크기를 통일시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