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나

산다는 것의 뜨거움

by 뮤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써볼까요. 진종일 차분히 가라앉아 있습니다. 하지만 우울하거나 슬픈 건 아닙니다. 그저 조금 기운이 없달까요. 며칠 스트레스성 위염으로 몸져 앓아누웠거든요. 지독한 불면증과 공황장애로 휴직한 지 벌써 3개월이 지나갑니다. 쉬는 동안 하고 싶었던 게 많았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보험성 시험공부, 오래된 저의 짝사랑과도 같은 유화, 마음을 정화시키는 서예, 그리고 청춘의 열정을 다 바쳤던 보컬 레코딩까지. 너무 많은 것을 바라다보니 정작 어느 하나 온전히 품을 수 없다는 걸 또 한 번 깨닫습니다.


2-30대의 저는 활화산 같이 활활 타오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저를 알고 지낸 지인은 제가 욕심이 너무 많다 합니다. 조금 내려놓고 포기하며 살길 권합니다. 물론 압니다. 다 저를 아끼는 마음에 하는 말이겠지요. 그런 말을 들을 때면 그냥 웃고 맙니다. 어쩌겠어요.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닌 걸요. 그저 그렇게 사는 게 싫어서 이리 아등바등 산 것인데, 여기서 포기하면 지난날 열심히 살아온 제게 너무 미안하잖아요. 저는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결혼 전까지 그 흔한 해외여행 한 번을 다녀오지 못한 저입니다. 늘 도서관 아니면 대학원 실험실 골방에 갇혀 아직 오지도 않은 내일을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렇게 버티고 견디며 살아온 세월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잠시 멈추는 것조차 두려워지더군요. 쉬면 뒤처질 것 같고 멈추면 모든 게 무너질 것 같은 불안함이 늘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는거예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멈춰 있는 시간. 아파 누워 있는 동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의 열심히만 했던 나는 나를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긴 했지만 동시에 나를 갉아먹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고요. 그래도 뭐 후회는 없습니다. 그 시절 저는 그만큼 간절했고 진심이었고, 또 그게 제가 저를 사랑하는 방식이기도 했으니까요. 다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해보고 싶습니다. 누구에게 인정받기 위한 열심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미안하지 않기 위한 열심으로요. 조금 느려도 괜찮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이제야 마음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아파보니 알겠더라고요. 어느덧 하루를 버텼다는 사실만으로도 스스로에게 '잘했어.'라고 말할 수 있게 된 저를 발견합니다. 늘 다음 목표를 세우고 다음 계단을 밟아야만 안심했지만 이제는 잠시 멈춰 서서 창밖 하늘을 바라보는 일에도 의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고 나와 타인을 살피는 일. 그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삶. 삶은 단순한 경쟁, 성장만이 아니라 과정이더군요. 그러니 조금 쉬어도, 잠시 돌아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입니다. 그 길 위에 비로소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다면 그게 진짜 '살아 있음' 이더라고요.


가만히 푸르른 높은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윤동주 시인의 말처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는 그 마음으로 오늘의 별과 바람을 느끼며 조용히 제 하루를 기록합니다.


그리고 내일도, 또 그 다음날도,

나는 오직 하나 뿐인 나의 길 위에 조용히 서 분명히 살아숨쉬며 별 헤는 마음으로 스치우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그렇게 나아가려합니다.


이 마음은 절대 포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뜨겁고 강렬한 생명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