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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관웅의 tellmewine Mar 06. 2019

7. 보르도를 사랑하던 영국 장군, 프랑스 와인이 되다

@ 와인, 알고 마실까요? - 1부 전쟁과 와인

프랑스 보르도 유명 와인의 라벨이 영국 장군 이름이라니, 그것도 백년전쟁 때 그토록 프랑스 군을 벌벌 떨게 하던 영국의 맹장이라면….


프랑스 보르도 메독지방의 와인 ‘샤또 딸보(Chateau Talbot)’에 대한 얘기입니다. 프랑스 발음으로는 ‘딸보’, 영국식으로는 ‘탤벗’으로 불리는 존 탤벗(John Talbot) 장군은 영국과 프랑스가 1337년부터 1453년까지 프랑스 가스코뉴 지방의 소유권을 놓고 벌인 백년전쟁 때 영국군 총사령관이었습니다.


존 탤벗 장군(출처=샤또 딸보 홈페이지)


‘샤또 딸보(Chateau Talbot)’은 프랑스 가스코뉴 지방의 소유권을 놓고 벌인 백년전쟁 때 영국군 총 사령관의 이름


백년전쟁이 막바지에 달하던 1451년 프랑스가 가스코뉴를 침공해 그 해 6월 보르도를 포함한 대부분의 도시들을 탈환합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보르도를 비롯한 가스코뉴 지방에서 주민들의 반란이 일어나게 됩니다.


가스코뉴를 지배하기 시작한 프랑스가 와인업자들에게 세금을 너무 과중하게 매기자 이에 반발한 주민들이 “영국이 지배할 때가 훨씬 좋았다”며 폭동을 일으킨 것이죠. 아마도 프랑스 입장에서는 전쟁을 수행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해 와인 무역으로 부를 축적한 보르도 와인업자들에게 세금을 많이 걷을 수밖에 없었고 한편 영국에 기대어 살던 보르도 사람들이 얄밉기도 했을 것입니다.


마침내 1452년 10월, 탤벗 장군이 5000명의 병력을 이끌고 돌아와 주민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보르도를 되찾습니다. 이어 가스코뉴 지방 대부분의 지배권마저 회복하게 됩니다.


해가 바뀌자 프랑스가 곧바로 반격에 나섭니다. 1453년 보르도 동쪽에 위치한 카스티용에서 맞붙은 프랑스 군은 아주 강했습니다. 카스티용 외곽에 튼튼하게 진영을 구축한 채 바퀴를 단 대포를 가져와 잉글랜드 진지에 강력한 포격을 가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영국군을 구하러 탤벗 장군이 구원군 7000여 명을 이끌고 보르도로 들어옵니다. 프랑스 군이 퇴각하고 있다고 믿었던 그는 보병에 앞서 기병 1000여 명을 이끌고 프랑스 야영지를 공격하다 이를 기다리고 있던 프랑스 군의 대포 공격에 거의 전멸당합니다.



샤또 딸보를 만드는 와이너리는 메독 지방에서 가장 오래 된 샤또 중 하나로 1900년대 초반 꼬르디에 가문이 인수한뒤 지금까지 경영해오고 있습니다. (출처=샤또 딸보 홈페이지)


탤벗, 보르도 탈환하던 전쟁 중 사망… 영주때 베푼 선정 잊지못한 보르도 주민들 와인라벨에 이름 새겨


탤벗 장군도 그의 말이 포탄 파편에 맞아 쓰러지면서 굴러 떨어져 결국 프랑스 병사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됩니다. 백년전쟁 말기에 프랑스군에게 공포의 대상이자 영국군 총사령관이던 70세의 탤벗 장군이 죽으면서 백년전쟁도 프랑스의 승리로 완전히 기울게 됩니다.


탤벗 장군이 죽자 프랑스 보르도의 주민들은 물론 프랑스 장군들도 그의 죽음에 경의를 표하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적국의 장군임에도 이렇듯 프랑스인들의 반응이 남달랐던 것은 뛰어난 그의 인품 때문이었습니다.


영국 출신 탤벗 장군은 영국군 총사령관을 맡기 오래전부터 프랑스 기엔 지방의 영주이기도 했습니다. 영주로서 지내던 시절 주민들을 아끼며 선정을 많이 베풀어 프랑스 주민들은 그가 영국 출신임에도 늘 그를 존경했습니다.


그런 오랜 영주가 자신들을 구원하러 왔다가 죽었으니 주민들 입장에서 너무도 서글펐을 겁니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의 자존심인 보르도 와인 라벨에 영국 명장의 이름이 박히게 된 것이죠.


샤또 딸보. 딸보라는 큰 글씨 바로 밑에 탤벗 장군에 대한 존경과 추모의 글이 언급돼 있습니다.


샤또 딸보의 라벨에는 “Ancien Domaine du Connetable Talbot Gouverneur de la Province de Guyenne 1400-1453(1400~1453년까지 기옌의 영주이자 총사령관의 오래된 영지)”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탤벗 장군에 대한 존경과 애틋함이 묻어납니다.


히딩크가 즐겨 한국에선 ‘히딩크 와인’ 통해… 정주영 현대회장이 좋아해 북한 왕래할 때 박스째 가져가


우리나라에서도 샤또 딸보는 프랑스 특급 와인처럼 대접을 받습니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가 즐겨마시는 와인으로 알려지면서 ‘히딩크의 와인’으로 통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샤또 딸보는 히딩크 이전에도 1980년대 우리나라 비즈니스 맨들이 즐겨 찾는 와인이기도 했습니다. 와인 이름이 단순하고 짧은 데다 품질도 좋아서 와인을 잘 모르던 비즈니스 맨들이 외국인 바이어를 상대할 때 자주 시켰다고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 거목인 정주영 현대회장은 샤또 딸보를 많이 좋아했다고 합니다. 금강산 관광 등의 현안으로 북한을 자주 왕래할 때 늘 박스채 가져 가 직원들과 함께 마시곤 했다고 합니다.


샤또 딸보는 까베르네 쇼비뇽(66%)을 베이스로 메를로(26%), 까베르네 프랑(3%), 쁘띠 베르도(5%) 등을 섞어 만듭니다. 1855년 정한 그랑크뤼 4등급 와인으로 프랑스 현지 가격은 40유로 안팎에 팔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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