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의 기다림 끝에 드러난 압도적 풍경
삼척의 바다를 찾는 이들이 흔히 떠올리는 것은 드넓은 백사장이지만, 맹방해수욕장 옆으로 봉긋 솟은 덕봉산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다.
1968년 군 경계 철책이 설치된 뒤 53년 동안 출입이 통제되었던 이곳은, 2021년 마침내 개방되며 비밀의 풍경을 드러냈다.
오랜 세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원시적인 자연 생태가 고스란히 보존된 이 산은, 사실 바다 위에 떠 있던 섬이 모래톱으로 육지와 연결된 ‘육계도’라는 특별한 지형을 품고 있어 걷는 자체가 역사를 밟는 경험이 된다.
탐방은 보통 맹방해수욕장 쪽 외나무다리를 건너 시작된다. 길은 두 갈래로 나뉘는데, 하나는 626m 해안 코스로 파도와 기암괴석의 절경을 마주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317m 숲길 코스로 울창한 대나무 숲이 만들어낸 청량한 터널을 지난다.
어느 길을 택해도 정상에 오르는 계단 앞에서 숨이 차오르지만, 고개를 들면 펼쳐지는 에메랄드빛 바다 풍경이 모든 피로를 단숨에 잊게 만든다.
정상 전망대에 서면 360도로 시야가 트이며 압도적인 장관이 펼쳐진다. 북쪽으로는 BTS가 앨범 재킷을 촬영해 유명해진 맹방해수욕장이, 남쪽으로는 아늑한 덕산해수욕장이 이어진다.
두 해변을 연결하는 모래톱과 마읍천이 바다로 흘러드는 풍경은 그림처럼 완벽하다. 포토존과 망원경이 마련되어 있어 인증샷을 남기기에도 제격이다.
탐방로는 약 1시간이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으며,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다. 맹방해수욕장이나 덕산해수욕장 주차장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다만 태풍, 호우, 강풍 등 기상특보 시에는 안전을 위해 예고 없이 통제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날씨 확인이 필요하다.
삼척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는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 53년의 시간과 자유의 가치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공간이다.
바닷길의 낭만과 숲길의 평온을 모두 품은 이 짧은 여정은 삼척 여행의 가장 깊고 특별한 인상을 남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