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 걷는 기분이에요"… 단 2시간만 열리는 비밀길

유네스코가 인정한 해녀의 숨결 위를 걷는 특별한 경험

by telltrip
jeju-gimnyeong-tteooreugil1.webp 김녕 떠오르길 / 사진=ⓒ한국관광공사 황성훈


제주의 동쪽 작은 마을, 김녕. 이곳에서는 하루 두 번, 바다가 길을 열어주는 기적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파도에 씻긴 현무암 위로 초록빛 해조류가 덮인 길이 모습을 드러내는 찰나의 순간, 여행자는 단순한 사진 명소를 넘어 제주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해녀들이 만든 생명의 길

jeju-gimnyeong-tteooreugil4.webp 김녕 떠오르길 전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황성훈


김녕 떠오르길은 관광을 위해 조성된 장소가 아니다. 거친 파도와 날카로운 바위를 뚫고 물질에 나서야 했던 해녀들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 돌을 하나하나 놓아 만든 길이다.


척박한 자연에 굴하지 않고 삶을 개척한 흔적이 오늘날에는 여행자에게 ‘신비로운 초록 카펫’이라는 선물로 다가온다.



물때가 허락하는 황금 시간

jeju-gimnyeong-tteooreugil2.webp 떠오르길 / 사진=ⓒ한국관광공사 황성훈

이 길은 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간조 전후 약 1~2시간 동안만 걸을 수 있다. 국립해양조사원 ‘바다누리’ 해양정보 서비스에서 ‘김녕항’ 물때표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물이 완전히 빠졌을 때보다 발목을 스치는 정도의 물결이 남아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 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착각 속에서 누구나 잊지 못할 한 장면을 남길 수 있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살아있는 문화유산

jeju-gimnyeong-tteooreugil3.webp 떠오르길 초록카펫 / 사진=ⓒ한국관광공사 진용주


국내에 진도의 ‘신비의 바닷길’처럼 유명한 물길이 있지만, 김녕 떠오르길은 다른 가치를 품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이 길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해녀 문화’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해녀들의 강인한 공동체 정신과 바다와 공존해온 삶의 방식이 돌길마다 새겨져 있어,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 문화적 감동을 전한다.



jeju-gimnyeong-tteooreugil6.webp 김녕 떠오르길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황성훈


김녕 떠오르길을 찾을 때는 존중과 안전이 우선이다. 공식 주차장이 없어 마을 갓길을 이용해야 하므로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배려해야 하고, 해조류가 덮인 바위는 매우 미끄러워 미끄럼 방지 신발이 필수다.


준비를 마쳤다면, 이제 바다가 허락한 짧은 시간 동안 초록빛 길 위를 천천히 걸어보자. 해녀들의 숨결과 제주의 시간을 함께 밟아 나가는 순간, 여행은 그저 스냅사진을 남기는 것을 넘어 진짜 제주의 이야기를 만나는 경험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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