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명승 옥순봉의 비경을 한번에
깎아지른 기암절벽과 푸른 호수, 그리고 붉게 물든 단풍이 어우러지는 제천 청풍호. 이 풍경은 조선 시대 대학자 퇴계 이황조차 “신선이 사는 세계의 입구”라며 탐냈을 만큼 아름답다.
하지만 등산으로만 접근할 수 있다면 누구나 쉽게 발걸음을 옮기기 어려울 터. 바로 이 지점에서 옥순봉 출렁다리는 특별하다. 단 한 시간의 산책으로, 그것도 단돈 천 원에 이 황홀한 풍경을 오롯이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충청북도 제천시 수산면에 자리한 옥순봉 출렁다리는 청풍호반을 가로지르는 길이 222m, 폭 1.5m 규모의 보행 전용 현수교다. 다리 위에서는 국가명승 제48호 옥순봉이 시야 가득 펼쳐지며, 기암괴석과 호수의 푸른 물결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특히 주탑을 없앤 무주탑 방식으로 건설되어 시야를 가리는 요소 없이 탁 트인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단순히 높이의 아찔함을 넘어, 신선이 거닐던 풍경 속을 직접 걷는 듯한 특별한 경험이 기다린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실속 있는 여행 가치다. 입장료는 3,000원이지만 2,000원이 제천 지역화폐 ‘모아’로 환급되어 실제 비용은 1,000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무료 주차까지 제공해 부담을 크게 줄였다.
이는 원주의 소금산 그랜드밸리(9,000원)나 파주의 마장호수 흔들다리(주차 요금 별도)와 비교해도 단연 뛰어난 조건이다. 짧은 시간, 저렴한 비용으로 최고 수준의 자연 절경을 누릴 수 있으니 여행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가성비 명소’라 할 만하다.
출렁다리로 이어지는 408m 탐방로는 계단 대신 데크와 야자매트로 조성돼 있어 노약자와 아이를 동반한 가족도 편안히 걸을 수 있다.
출렁거림이 최소화된 다리 덕분에 안정감 있게 풍경을 즐길 수 있으며, 전체 코스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남짓. 숲길과 호수, 절벽이 교차하는 길 위에서 사계절의 매력이 펼쳐지지만, 특히 가을에는 붉고 노란 단풍이 청풍호의 푸른 물빛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역사적 의미와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까지 모두 갖춘 옥순봉 출렁다리는 짧지만 강렬한 여행의 만족을 선사한다.
퇴계 이황이 그토록 탐냈던 신선의 풍경을, 이제는 누구나 부담 없이 다리 위에서 누릴 수 있다. 이번 가을, 복잡한 준비 없이 가볍게 떠나는 나들이를 계획한다면 옥순봉 출렁다리가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