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호수·전망대를 품은 8km 생태 트레킹 코스
전남 나주의 산자락을 따라 길을 내린 나주호 둘레길은 도시에 머물던 감각을 서서히 지워내는 코스다.
2025년 10월 전 구간이 개통되며 완성된 8km의 순환형 길은 숲과 호수가 서로 다른 표정을 보여주어 한 번의 여행으로 두 풍경을 동시에 품게 한다.
오랜 시간 농업용수를 담당하던 인공호수는 이제 여행자를 위한 생태 공간으로 자리를 바꾸었다.
둘레길의 출발점은 한전KPS인재개발원 인근이며, 녹야원으로 이어지는 4.4km는 숲이 짙게 감싸는 길이다. 흙길과 데크, 오솔길이 번갈아 이어지며 완만한 경사가 걸음을 부드럽게 한다.
중간중간 마련된 쉼터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면 숲 사이로 드러나는 물빛이 고요한 울림을 남긴다. 이 구간은 삼림욕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이어지는 3.6km는 호수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구간이다. 중흥리조트 주변에서 다도광업소로 이어지는 길은 물결이 발걸음에 맞춰 흐르고, 인도교 전망대에서는 사방으로 펼쳐지는 호수의 표정이 넓게 열린다.
특히 해질 무렵 물 위에 번지는 빛은 여행자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순간을 만든다. 계절마다 변하는 풍경도 이 길의 매력이다.
둘레길을 찾는 여행자는 비용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입장료와 주차비가 모두 무료이며, 안내판과 지도도 명확하게 준비되어 있다.
개통 과정에서 데크 보완과 화장실 확충 등 시설 개선이 이루어져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길로 완성되었다. 어린이부터 노년층, 반려견 동반 여행자까지 모두가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돋보인다.
1970년대 영산강 개발사업 속에서 만들어진 나주호는 오랫동안 지역 농업을 지탱해온 기반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자연이 제 역할을 되찾기 시작했고, 그 변화 위에 조성된 둘레길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여가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110억 원의 정비를 거친 이 길은 숲의 고요함과 호수의 개방감을 담아 여행자의 걸음을 천천히 이끈다. 나주라는 도시가 품어온 풍경은 이제 둘레길 위에서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