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정화시켜주는 영화
나는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사상 최고의 뮤지컬 영화로 평가받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두 번이나 보았다. 평소 영화라면 그냥 한번 보면 그만인데 이 영화는 언제 다시 봐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우울한 마음으로 있다가도 영화 속에 빠져들다 보면 금방 기분을 밝아지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닌 까닭이다.
며칠째 계속 비가 내리니 몸도 마음도 울적해진다. 전국적으로 내리는 장맛비 영향으로 한더위는 아직 몰려오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여름휴가는 '코로나 19'가 도사린 공간의 불안한 눈빛을 의식하며 엄두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요즘같이 이렇게 비가 오락가락하는 금요일 오후 시간, 모차렐라 치즈에 와인이라도 한잔 마셔가며 첫사랑을 생각하듯 잊혀지지 않는 영화가 보고 싶어 지는 것은 나만의 한가함 때문일까. 머리를 굴리며 곰곰이 생각하다 60년대에 만들어진 오래된 영화지만 가족과 함께 즐겁게 볼 수 있는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 은근히 가슴을 자극해 왔다. 오늘 보면 벌써 세 번째 시청이 되겠지만 어떤 이는 수십 번을 보았다고 자랑하는 걸 보면 시대를 초월한 명화가 전해주는 품격을 느낄 수 있다.
<Sound of Music>은 오래된 영화지만 한국인치고 이 영화를 한 번이라도 보지 않은 사람이 잘 없을 정도다. ‘폰 트랩가’의 실화로 만든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1965년 로버트 와이즈(Robert Wise) 감독이 제작한 이 영화는 뮤지컬 영화의 대명사로서 주옥같은 음악들로 채워져 있어 영화보다 음악이 더 유명하고 더 훌륭하다고들 한다. 알프스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펼쳐지는 주옥같은 노래들은 뮤지컬계의 명콤비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와 오스카 해머스타인(Oscar Hammerstein)의 공동 작품으로 하나같이 훌륭하다.
알프스에서 들려오는 환상의 하모니 <도레미 송 Do-Re-Mi Song>과 <에델바이스 Edelweiss>,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 My Favorite Things>, <안녕, 잘 자요 So Long Farewell) 같은 곡들의 멜로디는 어린 시절부터 우리에게 친숙한 노래로 시대와 국적을 초월하여 온 가족이 함께 즐겁게 볼 수 있는 행복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처음 이 영화를 본 건 20여 년 전 MBC ‘주말의 명화’를 통해서였다. 지금이야 24시간 내내 케이블 채널이 방영되고 인터넷도 있지만, 그 당시에는 MBC ‘주말의 명화’나 KBS ‘토요 명화’ 시간은 늘 손꼽아 기다리는 프로그램이었다. 영화에 별 관심이 없는 식구들이 잠든 시간에 나는 혼자서 영화에 심취해 밤늦도록 시청하곤 했다. 당시 주말의 명화가 방영될 시기에는 지금처럼 개봉한 영화를 금방 찾아볼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진 시기도 아니었기 때문에 비교적 최신의 영화를 방영하는 주말의 명화는 MBC의 인기 프로그램이 될 수밖에 없었다.
주말의 명화를 시청할 때면 언제나 느끼는 괴로움은, 물론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주말의 명화 오프닝 시그널이 끝나고 본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나오는 광고의 개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는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거의 20분 넘게 광고가 나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좋은 영화 한 편을 본다는 의미는 엄청난 인내가 필요한 지루한 시간을 감내해야만 얻을 수 있는 기쁨 같은 것이었다.
잠시 여기서 쥴리 앤드류스(Julie Andrews)와 크리스토퍼 플러머(Christopher Plummer)가 주연한 최고의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스토리를 잠시 간추려본다.
『노래를 좋아하는 말괄량이 수습 수녀 ‘마리아’가 원장 수녀의 권유로 해군 명문 집안 ‘폰 트랩가’의 가정교사가 된다. 부유하지만 아내의 죽음으로 받은 상처로 마음을 닫은 ‘폰 트랩’ 대령과 일곱 남매에게 노래를 가르치며 교감을 통해 사랑과 웃음을 찾게 하며 ‘폰 트랩’ 대령 역시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리아’는 자신이 ‘폰 트랩’ 대령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한 채 아이들의 곁을 떠나 다시 수녀원으로 도망쳤지만, 결국 ‘마리아’는 다시 아이들에게 돌아오게 된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폰 트랩’ 대령은 ‘마리아’에게 청혼을 하고 결혼에 이르게 된다.
당시 오스트리아는 독일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고, 베를린으로부터 징집 명령을 받지만, 신변의 위협을 느낀 ‘폰 트랩’ 대령은 가족 모두를 데리고 조국 오스트리아를 떠나 알프스 산맥을 넘어 스위스로 망명하는 장면으로 앤딩 한다.』
이 영화는 오스트리아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 삼아 전쟁 속에서도 피어난 진실한 인간성의 회복과 사랑의 의미를 깨우쳐주고 있다. 권위적이고 군대식인 한 가정의 가족들이 마리아를 통해 음악을 배우면서 서로 사랑하게 되고, 닫힌 마음을 열면서 만들어가는 화목한 가정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감미로운 음악을 제외한다면 오히려 전쟁문학에 가까운 영화는 주인공의 독일 나치에 대한 저항과 독일 해군에의 징집을 피해 탈출하는 과정이 뜨겁게 가슴에 와 닿는다. 이 영화를 더욱 깊이 이해하려면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오스트리아와 독일 나치의 당시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보는 것이 이 영화를 더욱 짜릿하게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다.
모든 영화가 하나의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하듯이 <사운드 오브 뮤직>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바로 ‘사랑’ 일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가장 잘 움직일 수 있는 것이‘사랑’이라고 정의하며, 그 사랑을 위한 감미로운 음악이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영화를 감싸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어댄다.
아름다운 알프스에서 울려 퍼지는 감미로운 하모니 그리고 `마리아`에 의해 한 가족이 변화해 가는 과정이 한 편의 동화와 같이 펼쳐지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이 영화는 음악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음악 하나하나가 가진 좋은 음색을 듣고 있노라면 정말 마음이 들뜨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음악의 힘은 정말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게 해 준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는 아름다운 풀밭에서 노래하는 방법을 가르치며 사랑을 잃은 아이들에게 다시 웃음을 찾게 도와주는 <도레미송>과 <에델바이스>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My Favorite Things>을 가장 좋아한다. 진짜 우울하고 힘든 날 이 노래를 들으면 마법같이 기운이 솟아나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Raindrops on roses and whiskers on kittens
장미꽃에 맺힌 이슬과 아기 고양이의 수염
Bright copper kettles and warm woolen mittens
반짝 빛나는 구리 주전자와 따뜻한 털장갑
Brown paper packages tied up with strings
끈으로 엮은 갈색의 종이상자
These are a few of my favourite things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거죠
Cream coloured ponies and crisp apple strudels
크림색의 조랑말과 파삭한 사과 파이
Doorbells and slaybells and schnitzel with noodles
현관 벨과 썰매 방울, 그리고 면이 들어간 슈니첼
Wild geese that fly with the moon on their wings
반짝이는 달빛을 날개에 받으면서 날아가는 기러기
These are a few of my favourite things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거죠
Girls in white dresses with blue satin sashes
새하얀 드레스에 파란 새틴 띠를 두른 아가씨
Snowflakes that stay on my nose and eyelashes
내 눈썹과 코에 떨어진 눈꽃
Silver white winters that melt into springs
봄을 앞두고 녹아내리는 은백색 겨울
These are few of my favourite things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거죠
When the dog bites, when the bee stings, when I'm feeling sad
개에게 물렸을 때, 벌에게 쏘였을 때, 내가 슬퍼졌을 때
I simply remember my favourite things and then I don't feel so bad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면 우울한 기분이 사라져 버려요.
사실 개인적으로 음악영화는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행복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음악으로 온통 마음을 울리는 이 영화 속에 푹 빠져드는 것 같다. 사랑과 음악, 풍경의 절묘한 하모니는 이 영화를 몇 번이고 다시 만나도 반가운 마음을 들게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음악이 울려 퍼지는 그곳, 그리고 그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웃음과 행복이 함께 할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은 세월이 흘러가도 아름다운 추억을 생각나게 하고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정말 좋은 영화다.
오늘 하루, 괜스레 마음이 우울하거나 침울해져 만사가 귀찮게 느껴진다면
당신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유혹에 빠져 보는 것도 탁월한 선택이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