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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천수 Sep 04. 2020

강릉 여행 드로잉 4

문화와 향기, 그리고 맛집



# 20190806


명경 막국수, 그리고 추억 남기기   


 

이튿날, 호텔 뷔페에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갈 채비를 서둘렀다. 스마트폰의 교통정보를 확인하니 오전 중은 원활한 소통으로 별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갑자기 일어날지도 모르는 혼잡을 피하기 위해 일찍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차가 출발하여 경포 해변 도로를 빠져나가다 언뜻 강릉의 별미로 유명한 메밀전병과 막국수 생각이 났다.

" 막국수 먹고 갈래? "


대구에서 강릉은 한번 오기도 힘든 곳이니 이번 기회에 막국수 마저 먹고 가지는 제안에 모두가 좋다고 했다. 강릉 막국수 맛집 검색을 통해 가까운 거리에 있는 ‘명경 막국수’를 찾았다. 네비를 찍고 안내하는 대로 찾아간 ‘명경 막국수’는 경포호와 강문해변으로 가는 도로 인근에 자리하고 있었다. 넓은 야외 주차장에 차를 정차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은 오픈한 지 오래되지 않았는지 깔끔한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점심시간이 덜 댄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우리 가족은 테이블에 앉아 메뉴를 확인한 후, 만두와 메밀전병, 물 막국수와 비빔 막국수를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청결한 인테리어 이곳저곳에 시선을 주며 제대로 찾아왔다는 표정으로 모두 고개를 끄떡였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주문한 만두가 제일 먼저 나왔다. 생각보다 피는 얇으면서 속이 엄청 꽉 차 있어서 깜짝 놀랐다. 속이 이렇게까지 가득 차 있는 만두는 처음이었는 데다 푸짐하여 요것만 먹어도 엄청 든든하겠구나 싶었다. 만두를 입에 넣고 깊은 맛을 다 음미하기도 전에 다른 메뉴들도 속속 이어서 나왔다. 



붉은빛의 내용물이 꽉 찬 메밀전병이 도착했다. 강원도 강릉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맛있는 별미음식 중 하나가 바로 이 메밀전병인 듯하다. 메밀전병은 겉은 바삭하면서도 부드럽고 속에는 김치가 들어가 있어 매콤해서 너무나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간도 딱 맞아 그동안 먹어본 메밀전병 중 최고였다. 막국수만 먹기에 다소 심심하다 싶었는데 함께 먹으니 훨씬 더 알찬 느낌이었다. 



비주얼만큼이나 비빔 막국수 맛도 진짜 훌륭했다. 보통 유명한 냉면, 막국수 가게에 가더라도 국수 위에 놓인 계란 테두리만 봐도 주방장의 정성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막국수 위에 얹힌 깨끗한 계란의 상태만 보도라도 이 집의 정성이 가득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육수가 따로 나와 잘 비벼지게 조금 넣고 먹으니 더 잘 어우러져서 훨씬 맛깔스러웠다. 막국수 면발에 양념이 잘 베이도록 싹싹 비벼 먹으며 매콤 달콤한 맛에 감칠맛이 매력적인 비빔 막국수는 잊을 수 없는 맛을 선물했다.    



물 막국수 또한 살얼음을 완전 가득가득 넣어주어 더위를 순식간에 잊게 만드는 맛이었다. 육수도 정말 맛있었다. 막국수를 먹는 동안 입안에서 아삭 거리는 얼음과 같이 면발이 탱글탱글 살아 있으면서도 쫀쫀한 느낌의 막국수 면이 국수를 먹는 동안 내내 좋은 식감을 유지했다.  

  


메뉴 하나하나의 가성비가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푸짐함도 남달랐던 데다가 음식 맛까지 좋고 하니 눈이 번뜩 뜨이면서 여기가 진짜 리얼 맛집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명경 막국수’ 집은 알고 보니 이 근방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강릉 경포대 맛집이었다. 강릉에 사는 현지 사람들도 엄청 많이 들리기도 하고 드라이브나 여행 온 사람들도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우리는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명경 막국수’가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풍미를 전해주는 변함없는 맛집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면서 문을 나섰다. 


1박 2일 동안의 짧은 여름휴가였지만 직접 보고 느낀 많은 것들이 우리를 기쁘게 한다. 강릉 시립박물관에서 만난 역사 깊은 문화와 인물, 경포대 백사장을 둘러싼 상큼한 솔향, 커피박물관의 은은하면서도 기분 좋은 느낌이 와 닿는 커피 한잔, 여포 갈비의 깊은 맛과 숯불 향, 막국수의 푸짐하면서도 매콤 달콤한 식감이 오래도록 기억 속에서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며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강릉에 머무는 동안 스쳐 간 모든 것들을 예찬하며 아쉬움을 뒤로하고 대구를 향해 귀갓길에 올랐다. 


어디선가 바닷바람을 타고 차 안 가득 번져오는 솔향을 맡으면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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