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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천수 Sep 04. 2020

강릉 여행 드로잉 3

문화와 향기, 그리고 맛집


# 20190805


   여포 갈비    



저녁엔 강릉 맛집을 찾아 고기도 좀 먹을 겸 해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했더니 현지인들이 자주 가는 수제 갈비 전문점으로 소개된 ‘여포 갈비’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들과 함께 소주도 한잔해야 될 것 같아서 호텔에 차를 두고 택시를 탔다. 갈빗집 이름이 좀 비장한 느낌이 든다. 삼국지 여포의 성격처럼 맛도 굉장할 것 같은 생각이 순간 입맛을 당겼다. 인터넷에 올린 댓글을 보니, 이 집은 국내산 생 돼지갈비만 취급하는 것으로 강릉 시민들 사이에도 맛집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고기의 좋은 식감을 위해 매일 주인이 퀄리티 좋은 돼지를 진또베기 부위만 발라내어 직접 포를 떠고 숙성시켜 만든다고 하니 기대감이 충천했다. 굽는 것도 국내 최고의 숯이라 할 수 있는 비장 참숯을 사용한다 하니 정말 기대 만발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택시가 도착한 건너편에 여포 갈비 식당이 한눈에 들어왔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우리가 두 번째 손님이었다. 식당 안은 비교적 넓은 공간에 자리 간격도 넓어 불편함이 없었다. 벽에는 아니나 다를까 맛집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방문객의 흔적들이 빼곡하게 남아 있었다. 저마다의 추억이라 여기며 남겨 둔 글귀 하나하나를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돼지갈비를 주문하고 식당 이곳저곳에 눈길을 주는 사이 먼저 밑반찬이 원형 탁자 위에 놓였다. 한눈에 봐도 꽤 정갈하고 잘 숙성된 반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삭한 식감을 엿보이는 채소 샐러드, 고추절임, 명이나물, 백김치와 묵사발이 등장했다. 기본 반찬들이 깔끔하고 정갈하였고 모든 음식이 하나같이 맛깔나 보여 입맛을 즐기기에 좋아 보였다. 먼저 살얼음 동동 뜬 육수에 담겨있는 묵이 정말 탱글탱글해 보였다. 처음엔 숟가락으로 몇 번 떠먹다가 속이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좋아서 아예 그릇째 들고 마셨다.     


밑반찬을 이놈 저놈 맛보며 즐기는 가운데 수제 갈비가 화려한 빛을 내며 등장했다. 고기의 색감이나 육질을 보니 품격이 느껴졌다. 비장 참숯 불판에 고기를 오려 놓으니 참숯 향이 고기 속으로 베어드는 것 같다. 육즙이 탄탄하게 머금고 있는 그 비주얼에 감탄하며 큼직한 한 점을 입 안에 넣으니 씹히는 맛이나 향기가 정말 일품이었다. 특히 명이나물이나 깻잎에 생 갈비를 싸서 먹으니 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아주어 뒷맛이 개운했다.     

오로지 국내산 생 갈비로 자극적이지 않은 양념이 기분 좋은 맛을 내는 ‘여포 갈비’의 고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고 한다. 고기의 신선함이 맛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고기를 먹은 후 식사로 좋은 냉면과 된장찌개도 맛이 좋았다.


우리나라에선 고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된장, 이 집의 된장찌개는 시골집에서 만든 된장으로 끓여서 더 구수하고 맛있어서 밥에 비벼서 한 그릇 뚝딱했다. 그리고 갈비와 같이 먹은 냉면은 사장님이 직접 사골육수로 맛을 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고깃집의 냉면보다 훨씬 깊은 맛이 났다.


다른 집과는 확실한 차별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주인의 밀과 같이 ‘여포 갈비’만의 수제 갈비는 맛도 맛이고 푸짐함과 가격 모두 만족스러웠다. 처음에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지만 직접 먹어보니 그 느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제 소스의 수제 양념갈비와 생갈비 맛이 나직도 생생하게 남아 다들 그 맛이 그립다고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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