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움의 배신>, 엄태주

by 바다



인생에서 언제나 안전한 선택만을 할 수는 없다는 것. 그리고 배움이 늘 내가 알아차릴 수 있는 체계적인 형태로 오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이다. ㅣ74


지금부터는 정말 이 세상 속에 나를 풍덩 빠뜨려 그게 무엇이든 한번 배워보자고 말이다. ㅣ74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어디가 고장 난 줄도 모르고 무작정 앞으로 내달리고만 있는 내게, 그 순간 내가 말을 건 것 같다. 어느 날 낯선 내가 그렇게 나를 불렀다. 좀 쉬어가지고, 잠시 쉬면서 걱정을 내려놓으라고. 그러니까 너무 조급해하거나 안달하지 말라고. 내가 내 목소리를 못 들으니까 마음이 몸을 시켜 말을 했나 보다. 너는 지금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이다. ㅣ192



제목에 이끌려 꺼내든 책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생각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 같아 깜짝깜짝 놀라면서 읽었다.


한창 우울했을 때 읽었던 책이다. 돌이켜보는 시점에서야 몇 년 전부터 그때까지 우울했었음을 알았지만. 그때의 나는 ‘내가 나인 것’이 너무 괴롭고 견딜 수 없어 잠 못 들고 몸부림치다가 ‘그럼 이번엔 이걸 배워볼까?’라는 결론을 내리기를 반복했다. 이렇게 ‘못난 나’는 계속해서 무언가 배우고 성장을 해도 한참 모자라고 부족하고 뒤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늘 무언가를 배우고 있는 나 자신이 한편으로는 안도감을 주었고, 주변에서도 노력하는 내가 ‘대단하다’ 고 이야기해 주니 그게 맞는 줄 알았었다. 그렇게 계속 나를 채찍질하고 나무라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서 시작한 배움은 나를 늘 정답으로 데려다주진 않았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나’를 보는 관점도, 세상을 보는 관점도 달라진 부분이 많다. 이제 나는 내가 조금 못나도 괜찮고, 뒤처진듯해도 괜찮다. 남들이 대단하다고 이야기해 주지 않아도 괜찮다. (물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불쑥 불쑥 올라올 때가 없진 않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여전히 나는 배우고 싶다는 것이다. 내가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가슴 뛰고 설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내가 못났고, 편하게 살 자격이 없기 때문에’ 배움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배움이 나를 무조건 성장으로, 정답으로 데려가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배움을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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