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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도리작가 Sep 11. 2018

사직하면? 즐거운 상상 (1)

2018년 여름,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르겠다 했던 폭염이 언제 적 이야기인지

9월 오늘, 선선하니 가을이 오긴 오려나 보다.

날이 갑자기 가슬가슬해지니 기분도 싱숭생숭하면서

애들 학교 가기 싫은 것처럼 회사가기도 싫고 그냥 애들 보내고 거실에 대짜로 뻗어 쉬고 싶다.



D-day를 내년 2월로 잠정 결정했는데 그전에 신나는 상상 한번 해 봐야겠다.



사표 쓰기 전 신나는 상상

사표를 쓰는 것은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것인데

막상 사직하고, 푹 퍼져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지 않도록

실행하기 전까지 준비해야 할 것들을 정리해 본다.




예산 비축


사업자등록과 사무실 대여


생활계획


그리고 마음공부





예산 비축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

향후 최소한 1년 동안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한 돈이 필요하다.

다행히 내 월급이 생활비로 나가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 그 돈 고스란히 통장에 모이기도 하고

남편이 벌어다 주는 것도 있으니 사실 돈이 큰 걱정거리아니다.


다만, 내가  다른 삶을 사는데  드는 소소한 돈들

가령, 도서관에 가서 7000원짜리 밥을 먹고, 3000원짜리 커피를 마시고 그리고 말랑말랑한 감성을 위해  

영화 보고, 책 사고, 미술관, 박물관 돌아다니는데 필요한 돈들

생활비와 섞어 버리면 결국, 내 정체성도 섞여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순수하게 내가 모은 돈으로만  쓰기로 한다.



사업자등록과 사무실 대여


이런 일을 하려는 사람 치고, 내 사무실 하나 가져보고 싶다 상상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깨끗한 벽에 밝은 색의 심플한 액자 두어 개, 깔끔한 책상과 노트북, 작은 화분 한두 개

모던한 응접세트와 에스프레소 커피머신

조용히 흐르는 음악


크하하하하하


중요한 것은 내 사무실에 매일 출근하는 것이다.

내가 무언가 내 일을 하고 있다고

새롭게 무언가를 하고 있으니 게으름 피우지 말자고

내 세포 하나하나에 알려주는 거다.

그렇게 습관 만드는데 어떤 연구보고서는 21일이 걸린다고  하니 한번 해 볼만 하다.


집에서 차로 적정거리에 1인 오피스가 있긴 하던데 상상하던 모습도 아니고

마치 고시원 느낌의 사무실. 월 30만원 정도 하던데

이런 곳이 아니라 진짜 작지만 근사한 사무실이었으면 싶겠다.

불가능할 것도 없지만, 혼자만 있으면 자꾸 딴생각할 것 같기도 해서 일단 사무실은 생각만 하기로 한다.

대신 나만의 아지트로  최근 새로 생긴 인근 도서관으로 정한다.

북카페 못지않은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그곳에서 사람 냄새 맡으면서 써야겠다.



생활 계획


가장 신나는 부분이다. 생활 계획.
내가 내 인생을 진짜 주인으로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회사에서 정한 9시 출근, 6시 퇴근, 하루 8시간 근무, 하루 1시간의 점심시간과, 근태 보고 등등

무언가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어 직접 하루 설계하는 것

근데 막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니, 규칙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은 직장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나는 아이들이 있으니 절대적인 근무시간은 줄어들겠지


구체적으로 쓰자면

- 아침 운동, 티브이에 나오는 하얀 톤의 운동복에 이어폰을 끼고 한강을 가로지르는 여배우의 느낌~~ 까진 아니어도 그런 효과가 나도록 아침마다  운동을 하기로 한다.

- 셀프 출근부를 만들고 주 4일 출근, 주 1회 생산적인 소비를 하기로 한다. 영화, 공연, 전시 등

- 오전마다 글을 쓰고 독서와 자료수집을 한다

- 삽화 배우기, 향후 책 발행을 대비해서 그림을 배우기로 한다.




마음공부


마음공부

가장 중요한 부분, 그리고 새 삶을 준비하는데 전제되어야 할 부분

큰 아이가 5학년이다.

사춘기가 오면 전략적으로 엄마 조금 거리를 두는 게 더 좋는데 나는 반대로 하려고 하고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도 그 시간에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반드시 마음공부를 해야 한다.

욕심부리지 않고, 잔소리하지 않고 마음을 비울 수 있도록. 아이들 인생이 아니라 내 삶에 집중하도록.

아이가 엄마와 있는 시간이 지옥 같다고 느끼지 않도록



기타 준비물


노트와 노트북



두근두근 그렇게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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