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자기 살 파먹으며 글을 쓴다고 한다.
구질구질한 가정사, 부모에 대한 애증, 남편에 대한 원망. 아이들에 대한 애잔함
때론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래서 작가들은 필명이 있다.
소설이란 장르는 자기 살 교묘하게 파먹으면서도 본명을 사용할 수 있는 분야여서 거장들이 많이들 그곳으로 간 거지 싶다
회사에서의 내 얘기는 회사에서 내려달라고 한다.
가정에서의 내 얘기는 가족이 내려달라고 한다.
예견했던 일이기도 하다.
그래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살이라도 먹으며 쓰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내 역량이 부족한 탓을 해야지
나를 쓰기 위해 빌린 타인의 이야기는 어느덧 그들에겐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불안에 떨게 한다.
몇 번 참았을 수도 있다.
그러다 도저히 안돼서 글을 내려달라고 했을 거다.
눈에서 열이 난다. 눈이 아프다.
그래도 울지 않을 거다.
돌파구를 찾아야지 항상 그랬듯이
오늘은 모처럼 휴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