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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도리작가 Jun 08. 2020

주식하는 여자

주식시장이 뜨겁다.

코로나 19 사태로 폭락한 주가를 사들여 주가지수를 끌어올린 개인 투자자를 뜻하는 동학 개미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오늘 뉴스에 코스피 지수가 3개월 만에 2200을 회복했다고 떠들썩하다. 

주식시장이 아주 뜨끈뜨끈하다.


고백할 것이 있다. 남편도 모르는 이야기다. 사실 나는 돈을 굉장히 좋아한다.

나는 그 동학 개미 중 한 명이다.

주식이 처음은 아니고 몇 년 전에 대체 주식은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해서 처음 했을 때 용돈 정도 번 일이 있다.

이번에 주가가 폭락했을 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돈을 벌었다. 그것도 많이 벌었다. 

처음 궁금해서 한번 해봤던 것과는 다른 스케일로 했기 때문에 많이 벌었다.

샀다 팔았다 몇 번을 반복하면서 중간중간 수익을 실현했다.

나는 오랫동안 월급쟁이였는데 이렇게 한 번에 많은 돈을 벌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불로소득을 얻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법륜스님이 운영하는 단체에 기부도 하고 부모님께 용돈도 넉넉히 드리니 좀 마음이 놓인다.

-평소 법륜스님의 법문을 즐겨 듣는데 마음공부가 많이 된다. 그 간의 마음공부가 없었다면 주식도 하지 못했을 거다. 도움만 받는 것 같았는데 이번에 기부를 하고 마음이 편해졌다.-

당신은 여유가 있는가 보다고 할까 봐 조심스럽다. 그래도 쓰고 싶은 얘기가 있으니 쓰련다.


주식이란 게 참 재밌더라. 인생과 많이 닮아서 참 재밌더라.

주식으로 돈 벌려면 주식공부를 하라는 사람들이 많던데 내가 보기엔 무슨 어려운 경제지식 공부보다 마음공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물론 주식의 기초 지식이나 투자하려는 회사의 재무제표를 포함하여 회사의 전반적인 검토는 해야 한다.

그런데 무슨 그래프 연구하는 것을 포함하여 복잡한 공부 한다고 꼭 투자에 성공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것보다는 시대의 전반적인 흐름에 관심을 갖고 주변 말에 흔들리지 않는 뚝심으로 목표수익에 도달했을 때 망설임 없이 파는 것이 중요하다.


재미있는 주식 이야기, 재미있는 인생 이야기 몇 가지 해보자.


1. 주식이 왜 재미있냐면 투자하는 종목이 잘되다 잘 안되다를 계속 반복한다. 마치 인생처럼.

오늘 얼마 올라서 좋았고 그다음 날 더 올라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는 놈이 있는데 이 놈이 언제 불효자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반대로 며칠 계속 죽을 쑤고 있는 놈도 어느 날 갑자기 그 며칠간의 하락을 만회하며 단번에 효자의 반열에 올라서기도 한다. 그게 재미있다. 

좋은 일도 계속 좋기만 하거나 나쁜 일도 계속 나쁘기만 하지 않다는 게 인생과 똑 닮지 않았는가?


2. 욕심은 화를 부른다.

매수했던 종목 중에 카카*가 있었다. 최근 거의 매일 뉴스에 나오던 언택트 관련 주식이다.

19만원대가 되었을 때 목표수익 10%에 도달한 후 -늘 다짐하던 대로-바로 팔아 이익을 실현했다.

그런데 이 놈이 그 후로도 계속 오르는데 이건 뭐 올라도 너무 오른다.

결국 시총 순위 10위 안에 들어갈 정도로 완전 판도가 달라졌다.

나는 머리를 굴려 보았다. 그때 팔지 않았다면 지금 수익률이 몇 % 인가?

욕심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순간이다. 그 돈은 내 돈이 아니라는 마음공부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가까스로 욕심을 눌렀다. 처음엔. 그냥 그러다 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 오른다.

증권가에서는 앞으로 더 오를 여력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더 오를 여력이 있다는 것은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살짝 무시하고 싶어 진다.

결국 욕심이 이기고 만다. 나는 그놈을 사기로 한다.

다만 투자금액을 조정한다. 처음 계획보다 좀 적게 산다.


처음 며칠 오른다. 오른다. 

오르는데 왜 이리 불안하지? 

그러더니 요 며칠 코스피가 5일 연속 상승하는데도 이 놈 더 이상 힘을 못 내고 며칠 내리 빠진다.

역시... 마이너스 100만원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다. 역시 욕심이었다. 

지금 순간 중요한 것은 무얼까? 기다림이다. 주식장에서 계속 보았듯이 효자가 불효자 되고 불효자가 효자 되는 것이니 기다리면 좋은 소식 있을 거다.

하루하루 주가에 일희일비할 것 없다. 너무 재밌지 않은가?


주식도 인생도 좋았다 나빴다 하니 뭐 그리 휘둘릴 것 없다.

일단 지금은 그렇구나 하고 기다리는 거다.

좋은 일이라고 너무 좋아할 것도 나쁜 일이라고 너무 마음 쓸 것도 없다.

일단 지금은 그렇구나 하면 된다.


3. 아픈 손가락도 조금 지켜보자.

아픈 손가락이 하나 있다. 이상하게 정이 가는 놈인데 이게 올라야 하는 타이밍에 계속 미끄러진다. 그리고 조금씩 계속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충분히 빛을 볼만한데 안쓰럽다. 그렇지만 괜찮다. 지켜보자. 언젠가 빛을 발할 거다. 다른 놈들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이 아픈 손가락도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오른다. 살면서 보면 이런 아이가 꼭 있다. 열심히 하는데 이상하게 빛을 보지 못하는 아이. 그러나 지켜보자. 어느 날 보면 쑥 올라가 있을 거다. 조금 느린 아이라도, 열심히 하는데 이상하게 그만큼의 결과를 내지 못한다 해도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기다리자.  



그러니 인생이란 조급해하지 말 것. 여유를 가질 것. 때론 주저하지 말고 실행할 것.

그렇게 하면 전반적으로 좋은 날들이 계속될 거다. 돈도 벌고 좋은 일도 하는 것처럼.



** 카카*가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하하하 너무 재밌다. 요지경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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