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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도리작가 Apr 26. 2021

도서관 vs 스터디 카페

엄마 수행 평가

중학생인 딸은 토요일마다 수학 모의고사를 치른다.

오랫동안 상위 점수를 유지했는데 요 몇 달 그 처참한 점수를 도저히 마주할 수가 없다.

아직 어리고 사람 일 모르는 일이라고 애써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쉽지가 않다.

고등학생도 아니고 중학생의 그 수학 점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정말 난감하다.


저도 짜증 나고 한심했는지 밥도 안 먹고 나간 딸이 문자를 보냈다.

"엄마 나 점수도 그 따위로 나오고 밥만 축내는 식충이 같아서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 몇 시간 하다가 들어갈게"


한동안 공스타(공부 인스타그램) 하면서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으쌰 으쌰 하면서 매일매일 공부한 기록을 올리기도 했는데 코로나가 아이의 모든 동기를 빼앗아간 걸까?

혼자보다는 옆에 누구라도 있어야 공부할 기분이 나는 스타일인 딸은 코로나로 혼자가 된 이후  좀 변한 것 같다.


아이가 공부한다는 스터디 카페에 가보았다.

요즘 트렌드인 카공족(카페 공부족)의 욕구를 반영한 카페 분위기 나는 독서실이다.

카공족들이 카페의 백색소음속에서 공부한다면 스터디 카페는 핸드폰도 무음으로 해놓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공부한다.

나는 너무 조용한 곳은 좀 불안해서 약간의 소음이 있어야 맘이 편하던데 딸은 이런 스터디 카페에서 집중이 잘 되는 모양이다.


가격표를 살펴본다.

시간별로 할인율이 다른데 3시간에 5천 원 정도다.

그리 비싸진 않지만 딸이 용돈 쪼개서 다니기엔 큰돈이다.

과거 도서관의 오픈 좌석에서 최고의 집중력을 끌어올렸던 경험 때문에 돈 내고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하는 딸을 납득하기 어려웠고 시쳇말로 배가 불렀다고 생각했다.

도서관 가서 공부하라는 엄마한테 스터디 카페 가게 돈 달라는 말도 못 하고 없는 용돈을 쪼개서 공부하고 있었다.


30시간에 4만 원, 50시간에 6만 원이다.

6만 원을 끊어주면 열심히 다닐까? 괜히 돈만 날리는 거 가 아니야?

부모들은 아이들을 무조건 사랑하지만 그래도 돈 쓸 때는 한 번쯤 따져본다.

이것도 투자인데 투자할 만한가? 투자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가?

잠깐 저울질 하지만 그래도 결국은 투자하는 걸 보면 아이들을 무조건 사랑하는 것 맞다. 돈 없으면 애들 키우기도 힘들다. 아이 한 명당 총 3억 원 정도가 든다고 하니 돈 없으면 평생 자식 키우고도 도대체 나한테 해 준 게 뭐냐는 소리 듣는다.

너무 많이 나간 것 같고 하여간 50시간을 끊어주었다.

다행히 유효기간은 없다고 한다.  


스터디 카페 주인장한테 양해를 구하고 살짝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예쁘다. 공부할 마음이 생기게 해 놓았다.

사뭇 외국 유수 대학 묵직한 분위기의 도서관 미니 버전 같다.

이런 곳에서 공부하기 좋아하는 딸에게 딱딱한 관공서 느낌의 도서관에서 공부하라고 했었구나.

딸은 1번 자리에 앉아 있다.

짜식 자리 잘 잡았네. 별로 일 것 같지만 의외로 괜찮은 자리가 있다.


핸드폰 진동도 불허하는 그곳에서 아주 작게 속삭인다.

"끝나고 바로 와. 저녁 먹자^^"

다행히 아직도 나의 관심은 아이의 공부보다는 아이의 밥이다.

우리는 일주일에 6일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하기로 했다.

시간 걱정은 하지 말라고. 대신 매일매일 가서 공부 습관 들이는 것을 목표로 하자고


세상이 많이 변했다.

스마트폰이 전화를 대체하고

도서관, 독서실을 세련된 카페, 스터디 카페가 대체했다.

세상에서 을 중을 을이 아이들이라는데 아이들은 어른에게 할 말도 다 못하고 얼마나 답답할까?

20세기의 엄마는 21세의 아이들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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